왜 adb, adb 하는지 알 수 있었던 소설.
adb는 라그나르라는 인물과 그 주변에서 그에게 귀감이 된 인물들이 제 곁에 살아숨쉬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해줬습니다. 진짜 '남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라그나르 블랙메인은.
먼저 이 소설은 작중 두 개의 시점,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야를(울프로드) 라그나르의 시점과 블러드클로(울프가드) 라그나르의 시점.
야를 라그나르의 시점으로는 13차 블랙크루세이드 당시 카디아에서의 전투를 지휘하는 이야기가, 블러드클로 라그나르의 시점으로는 다크 엔젤과의 결투와 플래시 테어러의 모성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지만, 주된 이야기의 무대는 과거로, 그중 블러드클로 시절의 라그나르에 초점이 맞춰진 걸 보면 아무래도 90년대 후반 윌리엄킹이 이 캐릭터를 탄생시키고나서 지나치게 빨랐던 라그나르의 진급에 대해 어느정도 개연성을 불어넣어주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인물이었기에 그렇게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서문에서 야를 라그나르는 자신의 대중대를 이끌고 적들의 군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옆에서 울릭이 질문을 던지면서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 됩니다.
지금껏 곁에서 쓰러진 형제 중 누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라는 질문. 그리고 라그나르는 그에 대해 '냘피르 레이저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해주지요.
그를 잃어버린 것이 가장 안타깝고, 아직까지도 가슴 아프다고 말하며 소설은 라그나르의 과거로 들어갑니다.
라그나르가 풋내기던 시절, 그러니까 울프가드가 된 지 얼마 안지났을 때에 그는 당시 야를이었던 베렉 썬더피스트에게 지휘권을 일부 받아 다크엔젤과의 합동 전투를 이끌게 돼. 전투는 승리로 끝났지만 그 직후 문제가 생깁니다.
오랜 관례대로, 스페이스울프와 다크엔젤은 친선결투를 벌이게 되지만 거기서 라그나르가 순간의 분기를 못참고 상대방의 목을 날려버리는 대참사가 벌어져버린 거였죠.
뒤늦게 정신을 차린 라그나르는 사과를 하지만 이미 챕터 간 갈등이 심화될대로 심화된 상태였고, 다크엔젤의 서전트 소라엘은 라그나르에게 듈럼 돌로르(어느 한쪽이 죽거나 항복하기 전까지 계속 싸우는 결투)를 신청하게 됩니다.
라그나르는 이를 거절하지요.
다크엔젤들이 떠나고, 라그나르는 자신이 한 짓에 대해 고뇌하게 됩니다. 아직까지 그는 중대원들에게 지휘관으로서 믿음을 주지 못한 상태였기에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됐고, 그런 연유로 다크엔젤에게 강하게 나섰던 것이지만 그는 분명 자신이 잘못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라그나르가 사과했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중대원들까지 몇몇 나왔으니 스페이스울프의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때 그런 라그나르에게 크게 한소리한 것이 바로 냘피르로, 독설가라는 별명답게 라그나르를 신명나게 까기 시작합니다.
만일 야를이 여기있었으면 넌 진짜 호되게 혼났을 거라는 둥, 왜 결투를 거절했냐는 둥. 결국 라그나르는 그런 냘피르와 옆에 있던 울릭의 조언에 따라 다크엔젤의 결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합니다.
그런 라그나르의 결정이 다크엔젤에게도 전달되었고, 당사자인 서전트 소라엘은 샤크리스탄에서 결투를 하자고 말합니다.
소라엘은 분명 자신이 라그나르에게 질 거라는 것을, 그날 죽음을 맞이한다는 걸 알았지만, 다크엔젤의 명예과 두 챕터 간의 갈등을 마무리짓기 위해서 덤덤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투 당일, 라그나르의 함선이 샤크리스탄에 먼저 도착하지만 결투는 성사되지 못하게 됩니다.
어느 한쪽이 피해서가 아니라 그곳에는 이미 나이트로드가 기습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뒤늦게나마 다크엔젤의 함선이 오고있긴 했지만 둘 사이의 거리가 멀었던 데다 습격자들의 수가 더 많았기에 부득이하게 결투는 훗날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이후 무사히 피했던 라그나르는 베렉 썬더피스트에게 한소리 듣게 되는데 그곳에는 몇달 전에 실종됐던 플래시 테어러의 함선이 놓여있었습니다.
팽에서 울릭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건들지 말라는 지령이 온 상태였기에 함선은 처음 발견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지만, 라그나르는 이 함선을 한 번 살펴보고 싶다고 베렉에게 부탁을 합니다.
베렉은 두 가지 조건을 달며 허락해주는데, 하나는 '아무것도 건들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냘피르 레이저텅과 함께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라그나르는 질색하는데 그가 처음 울프가드로 진급했을 때부터 냘피르가 곁에서 계속 싸가지없게 그의 성질을 긁었기 때문입니다. 라그나르는 노골적으로 베렉을 꼬라보지만 베렉은 씩 웃으면서 '내가 널 이뻐하는 걸 고맙게 여겨라, 그럼 이만 꺼져' 로 응수해주고, 별 수 없이 그는 냘피르와 함께 플래시테어러의 함선으로 들어가지요.
함선에서, 라그나르는 처음으로 블랙레이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광전사가 된 플래시 테어러와 혈투를 벌이게 되고, 라그나르가 이를 냘피르의 짓이라고 의심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지요.
이후 이 함선의 처우를 두고 늑대들 사이에서 투표가 벌어지는 데 베테랑 울프가드는 재수 없으니 함선째로 태우는 걸, 냘피르는 팽으로 가져가서 정화시키고 자기들이 쓰자고, 마지막으로 라그나르는 이걸 플래시 테어러의 모성 크레타시아로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울릭이 라그나르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또 한번 냘피르와 함께 플래시 테어러의 모성으로 떠나게 됩니다.
플래시 테어러의 모성, 크레타시아.
그곳에서 라그나르와 냘피르를 기다렸던 건 감옥이었습니다. 스울과 플테는 과거 명예의 종말(honour's end)이라는 사건으로 사이가 틀어질대로 틀어진 상태였는데, 라그나르는 이 기회에 함선을 돌려주며 그 갈등을 해결해보려 했지만 그들 사이는 그 정도로는 풀리지 않을 깊이였던 거였지요.
라그나르는 몰랐지만, 사실 그전부터 플래시테어러에서 먼저 화해를 요청했었는데 스울측에서 전부 거절했었습니다. 그로인해 갈등은 더더욱 깊어졌었고, 그 사실을 안 라그나르는 자신이 직접 팽으로 돌아가 화해를 이끌어보겠다고 했지만 그를 심문하던 채플린은 더는 그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런 일을 결정하는 건 챕터마스터 세스의 몫이었지만 현재 세스는 성전을 떠난 상태였고, 임시로 다른 인물이 캡틴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채플린은 세스에게 연락을 해보겠다고 말은 해주지만, 결국 그는 라그나르와 냘피르를 데스월드나 다름없는 크레타시아의 정글로 내쫓아버립니다.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말이죠.
그렇게 3주의 시간이 흐르고, 채플린에게 임시로 캡틴을 맡고 있던 서전트 보레인이 찾아와서 세스의 연락에 대해 물어봅니다.
보레인은 과연 그들이 스울을 그렇게 내보냈어야하는지, 라그나르는 명예로서 형제들의 유해와 함선을 수습해서 찾아왔는데 자신이 캡틴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고, 결국 채플린을 찾아와서 세스의 연락을 물어봤던 것이었던 거지요.
채플린은 허무하게도 연락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세스와의 연락이 아예 안된다고.
그 순간, 보레인은 캡틴으로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홀로 라그나르 일행을 구출하러 가겠다고 말하고, 그 말을 들은 채플린은 어이없어하며 미친 짓이라고, 진작에 그들은 괴물밥이 됐거나 쓰러져 죽었을 거라고 소리치죠.
이에 보레인은, '그렇다면 나 또한, 그들의 유해를 수습해 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직접 펜리스로 가져가겠다'라고 응수하며 이 어두운 천년기에 우리 챕터가 명예로운 끝을 맞이하기 위해선 그래야만 한다고 덧붙힙니다.
이시점에서 플래시테어러는 아직 프마린 충원을 못받은 상태였고, 챕터는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세스가 저 멀리 성전을 떠난 것도 역사에 플래시테어러라는 족적을 남기기 위해서였지요.
보레인 또한 플래시테어러의 명예를 위해 그의 할 일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홀로 정글 속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놀랍게도 라그나르와 냘피르는 살아있었습니다.
살아있다못해 추적해오는 보레인을 역으로 추적해 찾아낼 정도였지요. 다만 냘피르가 독사에게 물린 상태였고, 점차 죽음에 다다르는 중이었기에 그들은 서둘러 탈출하기로 합니다. 보레인이 수송기를 호출했지만 크레타시아의 정글에서 착륙하기 위해선 나무가 우거지지 않은 고지대로 향해야했습니다.
냘피르를 부축하여 올라가는 길, 라그나르는 냘피르와 투닥투닥 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거기서 놀라운 진실이 드러납니다. 바로 지금껏 냘피르가 싸가지 없게 말했던 것, 라그나르의 심기를 팍팍 긁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울프로드 베렉의 명령 때문이었던 거였지요.
어안이 벙벙해진 라그나르에게 냘피르가 말하길, 베렉은 라그나르는 울프가드로 발탁하긴 했지만 너무 파격적인 인사였기에 라그나르가 진정으로 그에 걸맞는 전사가 되기를, 그리고 라그나르가 베렉의 뒤를 이를 야를의 자질이 있는 지를 시험하기 위해 냘피르를 그의 곁에 계속 붙였던 거였습니다.
울프가드의 덕목은 쉽사리 흥분하지 말아야할 것을 요구했거든요.
하지만 라그나르가 결투에서 닼엔의 목을 날렸을 때 베렉은 엄청나게 분노했었고, 냘피르에게 강도를 두 배 높여서 라그나르를 시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 일환 중 하나로 플래시 테어러의 함선에서 블랙레이지를 일부로 하나 깨웠던 것이었지요.
'나는..나는..네가...'
'밥맛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고? 그것도 맞는 말이긴하지. 자, 그럼 이제 내 도끼를 돌려줘, 그 도끼는 내가 처음 울프가드가 됐을 때 받았던 거고, 무엇보다 난 아직 안죽었거든.'
다시 투닥거리면서 그들은 올라갔고, 냘피르는 스울 특유의 의지로 독을 잘 이겨내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 크레타시아의 용이 찾아오지요.
탈출하기 직전 찾아온 용으로 인해 보레인과 라그나르 등은 맞서 싸우지만 녀석은 크레타시아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였고, 볼터마저 놈의 비늘을 뚫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몸이 불편한 냘피르가 놈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냘피르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다만 그 방식은 그가 정하기로 했지요.
맹독이 담긴 용의 숨결로 냘피르의 온몸은 중독되어버리고, 설상가상 그의 두 눈마저 멀게 됩니다. 라그나르와 보레인은 그런 그를 구하려했지만 문득 라그나르는 냘피르의 도끼를 쥔 모습을 보고 그의 의지를 깨닫습니다. 그래서 대신 냘피르가 놈과 일대일로 싸울 수 있도록 지켜보는 걸 택하지요.
펜리스의 거친 전사는 쉽사리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듯, 냘피르는 한 자루 도끼만으로 용의 숨통을 끊어버리며 그 자신도 최후를 맞이하고, 이 모습에 보레인은 한 자루 도끼만으로 크레타시아의 용을 사냥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며 극찬을 합니다. 라그나르는 독설을 내뱉던 형제의 시신을 어깨에 짊어졌지요.
팽으로 돌아가는 길, 그 길은 멀었지만 라그나르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서전트 보레인이 그의 옆에 있었고, 그들은 오랜 세월 그들 챕터의 사이를 갈라놨던 해묵은 원한을 풀기 위해 늑대들의 모성으로 향하며 라그나르의 과거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됩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야를 라그나르는 카디아의 주요 거점인 케이저 벨록(Kasr Belloc)을 탈환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있었고, 작전 중에 그는 오래된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보레인이었지요.
그와 동시에 적들의 습격을 받지만 다행히도 다크엔젤의 썬더호크의 도움을 받아 무사할 수 있었는데, 라그나르의 이름을 들은 다크엔젤 측은 그들의 '캡틴'소라엘이 그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합니다.
이에 라그나르는 드디어 묵혀뒀던 명예를 해결할 시간이라고 말하며 기꺼이 소라엘의 요청을 받아들이지요.
룰은 마찬가지로 듈럼 돌로르, 결투자 또한 마찬가지로 라그나르와 소라엘.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더 이상 라그나르의 중대원들은 야유와 모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그곳에는 스울과 닼엔 뿐만 아니라 플래시테어러와 카디안까지 결투에 참관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둘은 거의 대등하게 싸웠는데 소라엘의 검술은 무섭도록 향상되어있었고 그의 은빛 칼날은 라그나르를 매섭게 밀어붙였습니다. 힘과 속도에선 라그나르가 우세였지만 소라엘은 경험과 검술실력에서 우세를 점하는데, 어느 순간 소라엘은 직감적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것을 깨닫지요.
결정타를 위한 소라엘의 검식이 공간을 갈랐고, 그는 그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일순간 라그나르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면서 결과는 정반대를 낳게 됩니다.
오히려 라그나르의 톱날에 소라엘의 팔이 잘리게 된 거였지요. 그리고 라그나르는 소라엘에게 항복을 권유합니다. 널 죽이고 싶지 않다고.
소라엘은, '항복은 없소, 오로지 죽음뿐'이라며 그의 권유를 거절하지만.
지난 40여년 간 그때의 불명예로 인해 나는 늘 가슴 한켠에 무게추를 지녀왔다고, 내가 케이저 벨록을 탈환하기 위해선 네가 필요하다, 라는 라그나르의 진심어린 요청에 결국 소라엘은 항복을 외치게 됩니다.
이리하여 라그나르는 다크엔젤과 플래시테어러 두 챕터 간의 해묵은 원한을 해결하게 되고, 그의 두 친구들과 함께 카디아의 전장으로 나서며 소설은 마무리가 됩니다.
정말 가슴 뛰는 소설이었고, 아직까지도 저를 흥분시키는 소설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진정한 남자들을 보고 싶다면, 스페이스 마린들의 명예뽕을 맞고 싶다면 이 소설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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