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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
늑대들은 라그나르가 닼엔 챔피언의 목을 날린 데에 즐거워하지만 채플린 울릭과 바드인 냘피르는 라그나르에게 쓴소리를 한다. 그랬으면 안됐다고, 네 잘못이라고.
당연히 라그나르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알지만 쉬이 그 사실을 인정할 수도 없던게 늑대들은 사과하는 데에 있어 굉장히 민감해하는데 늑대들 사이에서 사과란 나약함의 징표로 여기기 때문.
라그나르의 현재 신분은 울프가드지만 동시에 블러드클로인 신분. 울프로드 베렉 썬더피스트에게 지휘권을 받긴 했어도 아직까진 중대원들에게 지휘관으로서 큰 믿음을 주지는 못한 상황이라 위와 같은 늑대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닼엔 서전트한테 사과했었고 이에 몇몇 늑대들은 불만을 표시를 표한다.
이미 무고한 이를 죽였었기에 그는 서전트를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울릭과 바드의 말을 받아들여 양 챕터의 명예를 위해 결투를 수락하게 된다.
아래는 그 이후의 장.
라그나르에게 목이 날아간 챔피언의 이름은 하라드, 결투를 신청한 서전트의 이름은 소라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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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엘은 라이온의 석상 아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혼자이되 혼자이지 않았다.
예복을 갖춰 입은 챕터의 시종들이 예배당의 발코니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는데 후드로 가려진 그들의 얼굴은 돔으로 된 천장을 향해 있었다. 그들의 역할은 이 신성한 공간을 거룩한 노래로 채우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 다크 엔젤들의 교감을 돕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챔피언 하라드의 영광된 삶을 노래했다. 그의 죽음이라는 치욕 대신에.
소라엘은 그의 많은 형제들보다 더 자주 이곳을 찾았다. 이 신성한 장소가 요구하는 관행에 따라 그의 검은 검신劍身을 드러내고 있었고, 호흡할 때마다 향로의 톡 쏘는 내음이 폐로 스며들었다. 친숙한 그 향 내음은, 그가 지금껏 보내왔던 고독함과 엄숙함의 무수한 나날들을 떠올리게 했다.
눈을 들어 석상을 바라보니 위엄으로 드리워진 그의 유전적 아버지는 그저 무심하게 서전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오늘 전 죽음을 맞이합니다.’
석상을 향해 그는 말을 꺼냈다. 혹여라도 라이온의 생기 없는 눈동자에 해답이 있기를 바랐지만, 역시나 그것은, 그저 석상에 불과했다. 소라엘은 돌덩이가 아닌 영감과 성찰의 상징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다가오는 부츠 소리가 그의 신경을 건드리며 집중을 방해했다. 그렇다고 일어서진 않았다. 지금 그의 기도가 방해받을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었고, 그는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전트.’
당연하게도, 모르티악이었다. 생각했던 다른 이들은 오지 않았는데, 지휘관급은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명예로운 렉시카니움*.’
*렉시카니움: 이제 갓 라이브러리안이 된 신입
라이브러리안은 소라엘의 옆에 같이 무릎 꿇고, 프라이마크에게 직접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잠시 고개를 숙였다. 서전트처럼, 그 또한 그의 검을 빼내었다. 소라엘은 젊은 전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엔, 사이커의 얼굴엔 목부터 볼을 가로지르는 끔찍한 상처가 꿰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상처가 고통스러운가?’ 라이브러리안이 눈을 떴을 때, 소라엘이 물었다.
그 젊은 렉시카니움은 찢겼을 때와 별반 차이 없는 상처를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만졌다. ‘상처를 입었을 때만 당황했을 뿐, 고통과 불편은 제게 무의미합니다.’
좋은 대답이군, 소라엘은 생각했다. 모르티악은 스카웃 중대를 떠난 지 1년밖에 안 지났었지만, 그 역시 프라이마크의 극기심을 본받은 다크 엔젤이었다. 심지어 세라마이트를 입고 서 있다는 건 그가 백 번의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뜻했었다.
‘내가 죽으면, 네가 4중대(Fourth home)를 이끌어야 한다’ 소라엘이 말했다.
모르티악은 고개를 숙여 그의 의무를 받아들였다.
‘그래도 아직 다른 방법이ㅡ’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 아닌, 일어날 일에 대해 얘기하지.’
‘서전트, 당신은 뛰어난 검술을 지녔지 않습니까.’
‘그만. 나의 죽음으로써 명예는 지켜질 것이다. 그리하면 챕터 간의 전쟁은 피할 수 있다. 더 락으로 4중대를 이끄는 것이 너의 역할일지니. 우리의 수는 줄고 캡틴마저 잃었으나, 이러한 어두운 시간들은 이제 끝을 맺을 테지.’
‘이는 4중대 모두의 수치입니다.’ 모르티악이 말했다. ‘오로지 피만이 남다니요.’
소라엘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명백히 진실이 아니다.
전쟁은 쓰라렸을지언정 우리는 적들에게 파멸을 안겨주었다. 정당한 전투에서 열여덟의 형제들을 잃은 것이지. 그들의 이름은 황제 폐하와 그분의 아들에게도 전해질 것이야. 거기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마스터 아랄레크께선 그의 채플린 형제 엑타르가 그랬던 것처럼 전선에서 명예와 함께 생을 마감하셨고.
허나 하라드, 챔피언 하라드의 죽음만이 그들의 희생에 누를 끼치려하는구나. 그의 수치스러움은 챔피언 본인이 아니라 울프로드에게 달려있다. 하라드는 의례의 법규를 지켰고, 배틀리더 블랙메인과 명예롭게 결투를 했다.’
‘예. 서전트.’
소라엘은 젊은 전사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내 말이 진실로 전달됐는가, 렉시카니움 모르티악? 반드시 그래야만 할 터, 네가 4중대를 이끌고 챕터 사령부 앞에 섰을 때 네 목소리는 한 점 거짓됨 없이 이를 전달해야 한다.’
‘당신의 말씀을 진실로 이해했습니다.’
지긋이, 소라엘의 시선이 라이브러리안을 관통했다.
‘이번 성전은 분명 승리였다. 그 점을 기억해라, 형제여. 챕터마스터 아즈라엘께선 다른 무엇보다도 그 소식을 들어야만 한다.’
‘저는 그저 이 성전의 끝에서 일어난 비극이 승리의 영광을 무색하게 할까 두렵습니다.’
‘그럴지도. 불행하게도 그럴지도 모른다. 챕터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늑대가 프라이마크 간의 협정을 더럽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한숨을 내쉬며, 소라엘은 그의 은빛 검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렇다고 우리 또한 늘 깨끗하다고는 할 순 없겠지.
’당신께선 몇몇 전투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서전트의 시선이 다시 한 번 들렸다.
’아니, 단순히 이 긴 세월의 원한을 앞뒤로 살펴봤을 뿐이다. 우리가 지닌 무자비한 비밀들은 우리를 편집적으로 만들고, 늑대들은 그들의 동맹을 분노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지. 하지만 우리가 오늘 주의한다면, 우리는 이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늑대와 천사 간 서로의 목에 겨눠진 검을 치워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희생으로.’
‘형제여, 난 이미 그 점을 받아들였다. 죽는 데엔 더 나쁜 방법들이 있으니 말이지.’
‘당신은 제가 가져온 소식을 이미 알고 계셨군요. 당신은 제가 이 소식을 가져오기 전부터 블랙메인이 결투를 수락할 것임을 알고 계셨어요.’
짐짓 유쾌했으나, 소라엘은 눈가의 주름살을 만들 정도로 미소를 짓진 않았다.
‘라그나르는 분노를 다스리는 데엔 서투른 야만인일지언정 바보는 아니다.
결투를 거절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한 일임을 그도 잘 알고 있지. 이번 성전에서 그가 마스터 아랄레크의 곁에 서서 워드베어러들과 싸우는 것을 너도 보았지 않느냐. 야만적이긴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앞서 그의 형제들과 그들의 명예를 위해 싸웠다.
그가 나와 하라드의 시신을 마주보고 서 있었을 때, 그는 내게 사과까지 했다. 늑대들에겐 보기 힘든 일이지. 늑대들은 사과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나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그나르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점을 알았고, 그랬기에 내게 사과한 것이었다.’
모르티악이 창백한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께선 챔피언 하라드를 살해한 전사를 존경한단 말입니까? 몇 시간 후면 당신을 쓰러뜨릴 작자를요?’
적절치 못하다는 듯, 소라엘의 눈썹이 치켜졌다.
‘인정을 존경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거라. 더 할 말이 있는 것이냐, 아니면 라그나르의 승낙이 유일한 얘깃거리였느냐.’
‘늑대들이 결투 장소를 물었습니다.’
‘샤크리스탄.’ 소라엘의 입에서 즉각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엔디미온 성단에 위치한 골고단 무리군의 중심부로 오라고 하라.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언젠가, 소라엘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 반역자 군단을 상대로 그곳에서 다크 엔젤은 승리한 적이 있었다. 한때 선조에 의해 정화되었던 세상의 땅으로 자신의 피가 흐를 것을 생각하니 그는 기뻤다.
‘알겠습니다, 서전트.’
‘고맙다. 그럼 이제 내게 준비할 시간을 다오.’
모르티악은 고개를 숙이고 관례에 따라 라이온의 석상을 등에 진 채 세걸음 뒤로 물러났다.
소라엘은 다시 한 번 형제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고, 다시 한 번 홀로 남겨진 예배당에서 쓰러진 챔피언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몇 시간 후면, 그는 생각했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부르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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