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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
라그나르와 냘피르는 플래시테어러의 함선 '바리오닉스'와 그 안의 시신들을 돌려주기 위해 플래시 테어러의 모성 '크레타시아'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플래시테어러의 챕터마스터 세스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신 그의 대리로 있는 서전트 보레인의 안내를 받게 된다.
하지만 보레인이 요새를 지휘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며 그들의 처우를 채플린 스카라스에게 맡겼고, 곧 그의 심문을 받게 된다.
라그나르는 과거 스울과 플테 간의 마찰이 있었던 '명예의 종말'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왔다고 전하지만, 스카라스는 이내 그에게 놀라운 말을 전해주는데,
지금껏 플래시테어러는 팽으로 몇 번이고 관계 개선을 위해 사람들을 보냈으나 전부 모가지만 돌아왔다고 말해준다.
이에 라그나르는 자신은 그런 일이 있었던 줄 몰랐다며, 자신이 이 일을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하지만 스카라스의 원한은 쉬이 씻기지 않았고, 그는 라그나르 일행에게 석양의 길(the Path of the Setting Sun) 형을 내리게 된다.
석양의 길이란, 데스월드나 다름없는 크레타시아의 정글로 내쫓는 형벌을 뜻했고, 그렇게 라그나르 일행이 추방된 지 어연 3주가 지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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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레인의 지난 몇 주는, 그들이 항상 그래왔듯, 의무와 휴식의 물결처럼 지나갔다.
서전트의 책무는 다양했고, 요새 수도원 안에서 그는 그에게 맡겨진 귀중한 역할인 관리인의 마음가짐으로 그 모든 일들을 해냈다.
허나 그는 그 역할을 경멸했다. 그는 요새를 지키기보단 챕터의 성전을 함께하고 싶었지만, 관리에 탁월한 재능이 있던 탓에 그 불만족스러운 자리를 맡게 되었다. 크레타시아에 남은 것은 그가 명예를 몰랐기 때문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유배였다.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의 칼날은 먼 곳의 형제들의 손에 들린 칼과 도끼에 못지않게 으르렁거렸으나, 그들은 싸우도록 허락받았고, 그는 받지 못했다.
보레인의 운명은 난공불략의 성을 지키는 것에 있었다.
그러던 때에 늑대들이 왔다.
스카라스는 서전트에게 말 한마디 상의 없이 그들을 심문하고, 형을 선고했다. 그러한 채플린의 월권행위에 보레인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그조차 여전히 확신하지 못했다.
분명 스카라스는 의심의 여지 없이 도를 넘었으나, 보레인은 챕터의 혼과 관련된 문제에선 나이 든 전사의 조언과 지도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펜리스와의 평화라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는 일개 서전트였다. 플래시 테어러라는 챕터 전체를 관통하는 그런 결정을 그로서는 함부로 내릴 수가 없었다.
무기를 제련하는 것부터 스페이스 마린들의 구호와 훈련까지,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요새 수도원 안에 위치한 전당에선 항상 군수산업의 소리들로 울려 퍼지는데, 크레타시아의 가장 큰 협곡의 살아있는 바위에서 파낸 회색 성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에서 보레인은 챕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지도했고, 그동안 4개의 전투 중대들은 황제의 이름으로 별들을 항해했다.
그의 세계는 웅장한 아치와 곡선의 석벽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두 귓가엔 언제나 볼트 탄환들을 마구 뿜어내는 굉음과 그 탄환들이 목표물로 발사되는 폭음들이 매시간 쉴 새 없이 들리고 있었다.
딱 하나, 보레인이 지휘하는 요새과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요새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동료들의 존재였다.
백 명, 혹은 그 이상의 갓 스페이스 마린이 된 신병들이 다른 챕터들의 성소 안에서 수도修道와 수호를 수행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면, 플래시 테어러의 요새는 이러한 교제가 전무했다.
툭하면 화내는, 냉랭한 성격을 지닌 스카라스와 함께, 보레인은 그가 맡은 서른 명도 채 안되는 전투 형제들을 이끌고 수 백명의 후보생들을 훈련 시켰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자신의 대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형편없어지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채플린과의 훈련만큼은 적어도 언어적 교류의 원천이라 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의 대부분은 크레타시아인 중 잠재력이 보이는 이들을 뽑아다가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이들은 짐승에 가까울 정도로 원시적이었기에 그들과의 대화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
심지어 그의 형제들조차도 곧 그가 다른 계급으로 차출될 것임을 인지하면서 점차 그와 말을 섞는 횟수가 줄어들었는데, 부분적으로는 이 명예로운 유배에 대한 그의 씁쓸함 때문이었고, 부분적으로는 머지않아 서전트가 분명 챕터의 지휘관급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카웃 중대는 벌써 몇 년째 지휘관 자리가 공석이었다.
보레인은 종종 플래시 테어러 성전군의 자랑스러운 깃발 아래에서 원시인들이 레슬링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들은 후보생으로서 이제 첫발을 내딛은 가장 어린 입문자들이었으나 일반적인 제국민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근육과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불과 1세기 전만 해도 그 또한 그런 원시 부족민들 중 한 사람이었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얼마나 작은 세계였던가.
깨어나고, 먹고, 사냥하고, 자고.
살아남고.
또 뭐가 있었지?
그때의 그는 광대하고 드넓은 은하와 그 은하계가 인류에게 미치는 수백만 개의 위협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 단순한 야만에는 천진난만한 구석이 있었다. 야만성의 순수성.
‘우리가 반드시 의논해야 할 것이 있네.’ 두 부족민이 힘 겨루는 것을 지켜보면서 스카라스가 말했다.
아치형의 방에는 싸움꾼들의 투덜거림과 욕설, 충돌하는 청동기의 파열음, 그리고 그들의 부족을 상징하는 북소리가 높은 성벽을 타고 울리고 있었다.
피와 땀, 절망이 담긴 고약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이번 후보생들은 형편없군요.’ 서전트의 대답이었다.
‘보레인, 자네의 정신은 지금 다른 곳에 가 있는 거 같군.’
서전트는 답하지 않았다. 보레인은 새로운 후보생들 사이에서 거의 장래성을 보지 못했다. 이 어중이떠중이들 사이에는 미래의 플래시 테어러가 없었다. 그들의 피는 해가 지기도 전에 바닥 격자로 흘러내리리라.
‘나는, 우리가 반드시 의논해야 할-’
‘들었습니다.’ 보레인은 서로 치고받는 부족민들의 무리 사이로 이미 걸어가고 있었다. 아머를 입지 않은 채, 챕터의 수도용 예복 하나만을 걸치고 있는 보레인의 얼굴과 팔뚝은 그들의 시선으로 보기엔 알몸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가죽 부츠 가장자리로 머리 잃은 몸뚱아리를 굴려 시체의 떨어진 도끼를 집으려고 잠시 멈칫했다.
훌륭한 무기로군. 피로 얼룩진 칼날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흐릿한 빛 속에서 자태를 뽐냈다.
한때 그들이 보았던 건 영원의 문 앞에서 영광 속에 서 있는 프라이마크 생귀니우스의 모습이었으나, 이제 그 찬란함은 사라진 채 반쯤 어둠으로 잠식되고, 요새의 벽을 뒤덮은 정글의 덩굴들이 프라이마크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플래시테어러의 손에 쥐어진 도끼는 한없이 가벼운 무게였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한결같았다. 생존이 유일한 문제였고, 승리가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시대의 메아리여.
그의 주위에서, 부족민들은 우뚝 선 전사로부터 물러서며 그들의 움직임을 늦추고 있었다. 그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를 악물었으며, 무기는 꽉 움켜쥔 채 가운데에 서 있는 반신半神을 마주 보았다.
플래시 테어러는 떡 벌어진 어깨를 으쓱하며 예복을 벗어 던졌다. 그 모습에 부족민들은 몸을 움츠렸고, 자신의 원시적인 칼날을 치켜들었다.
총 31명이었다. 보레인이 그들 모두를 죽이는 데는 50초가 걸렸다.
한바탕 피바람이 불고, 그는 방 한가운데 서서 바닥의 격자 사이로 비천한 후보생들의 생명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흐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그를 짜증나게 만드는 두통을 다소 진정시켰다. 후보생들은 그 누구도 그의 일격을 막지 못했다.
아무리 거친 크레타시아가 길러낸 사냥꾼들이라 하더라도 천 명 중 한 명 정도만이 챕터의 검붉은색을 입을만한 자격을 갖추곤 했다.
혐오감에 사로잡힌 보레인은 훔친 도끼를 피에 젖은 돌바닥에 집어던졌다.
‘정말 또 다른 형편없는 후보생들이었군, 그래.’ 채플린이 공감을 표했다.
보레인은 그에게로 천천히 돌아갔다.
‘우리가 의논해야 할 게 있다고 하셨는데, 늑대에 관한 거겠죠?’
스카라스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목구비가 우스갯소리로 일그러졌다.
‘벽 밖에서 3주나 지났는데? 진작에 그들의 뼈는 짐승들에게 깨끗하게 발라지고 햇볕에 색이 바랬을 걸세. 크레타시아의 야생에서가 아니라, 보레인, 별들로부터 소식이 도착했네.’
찬물을 뒤집어쓴 듯, 보레인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목소리에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세스 군주님의 소식 말입니까?’
‘그렇다네.’
서전트는 두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공동의 높은 천장까지 닿도록 기쁨을 토해냈다. 스카라스는 그의 포효소리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끝났답니까?’ 마침내 보레인이 물었다. ‘이제 우리도 다시 전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겁니까?’ 이곳에서의 포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는지, 그는 당장이라도 전장으로 뛰어가 밤하늘에 대고 기쁨을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스카라스의 고요한 눈에 잠시 주저하는 기색이 서린 걸 본 순간, 그 격동은 가라앉았다.
스카라스는 보레인이 이따금 채플린의 얼굴에 새기고 싶어했던 위로의 미소를 지으며 그의 징 박힌 금속 이빨을 드러냈다.
‘우리의 군주께서 내게 말하길, 저번의 지원군이 지금껏 지원군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하시더군. 그 공로를 인정해 자네를 제10중대 캡틴으로 임명한다 하셨네. 효력이 발하는 시간은 동이 트고 나서부터이니, 여명이 오면 자네는 이제 캡틴일세.’
보레인은 실망이란 이름의 칼에 찔린 것처럼 그 직위를 받아들였다.
‘10중대 캡틴? 우리의 전력은 고작해야 4중대를 채울 정도인데 앞의 다섯 중대는 어디로 가고 10중대를 맡으란 말입니까?’
‘그게 관례일세.’ 채플린이 말했다.
‘그렇다면 손실률은 어쩔 겁니까? 우리는 충원되는 수보다 더 빠르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챕터는 나약해지고, 프라이마크의 저주가 우리를 산 채로 잡아먹으며, 곧 모두가 그걸 볼 수 있을 겁니다.’
‘관례는 관례일세. 예외는 없어.’ 라고 스카라스는 말했다. ‘코덱스 아스타르테스의 가르침은 천 세대에 걸쳐 지켜져 왔네.’
부드럽고 천천히, 보레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냥꾼의 습관으로, 그리해야지 근처의 먹잇감에게 들키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채플린에게 닿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싫습니다.’
‘난 자네가 자랑스러워할 줄 알았네만.’ 스카라스가 말했다. ‘“캡틴” 보레인 형제여.’
‘아직 제겐 과분한 자립니다. 세스 군주님께선 늑대들에 대해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채플린이 답했다.
그의 형제에 대해 성찰하면서, 보레인이 몸을 돌렸다. 챕터의 먼 병력과의 통신은 어려운 일이었다. 신뢰성이 낮은 심우주 탐침과 불안정한 아스트로패시에 의해 전달되어 기껏해야 크레타시아의 일 년 중 몇 번 정도만 가능할 정도로.
늑대들은 한 달 전에 바리오닉스와 함께 도착했고, 보레인은 그 이후로 줄곧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죠? 채플린, 정녕 주군께서 이 중대한 일에 대해 아무 언질조차 하지 않으셨단 말입니까?’
‘내가 그에게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내가 말할 틈도 없이 통신이 두절됐어.’
보레인의 시선이 섬광이 되었다. 스카라스는 바보가 아니었고, 거짓말쟁이도 아니었으며, 챕터의 주인에게 그런 중대한 정보를 말하지 않을 정도로 옹졸하지도 않았다.
그가 통신이 실패했다고 말했다면, 정말로 실패한 것이었다. 좀처럼 드문 일도 아니었고.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채플린은 이를 먼저 전했어야 했다. 승진이라는 헛소리가 아니라.
보레인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순식간에 분노에 휩싸였고, 그의 목소리가 떨리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조차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아스트로패스 성가대를 통해 다시 한번 말을 전했네.’ 스카라스가 그에게 확신했다. ‘자네에게 상기시켜주자면, 세 번째엔. 황제 폐하의 뜻대로, 분명 말이 전달될 걸세.’
보레인은 으르렁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다음번엔 제가 직접 주군과 통신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성전군으로의 합류를 요청할 것이고, 그때 이 유배를 끝내겠습니다.’
깍지를 낀 채, 스카라스는 보레인이 진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렸다.
‘거절당할 걸세, 캡틴 형제여. 자넨 이곳에서 너무도 귀중한 인재일세, 챕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너무 귀중하단 말이지. 나, 그리고 후보생들 모두 자네의 지식이 필요하네.’
‘물론 당신은 제가 필요할 겁니다.’ 보레인은 긍정했다. ‘그저 당신이 다른 책임자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침묵 속에 앉아 이곳을 지휘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날 가슴 아프게 하는군, 캡틴.’
‘악의는 없었습니다.’ 보레인은 매끄러운 바닥에서 이젠 피투성이가 된 겉옷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진심으로, 방금의 실언은 당신 탓이 아닌, 제 탓입니다. 전 아직 관례에 따라 의무를 다하고 마음을 다스리는데 미흡한 거 같군요.’
‘관례야말로 전부일세.’ 채플린이 지적했다. 보레인은 다시금, 톱날을 들어 스카라스의 얼굴에 있는 평온을 잘라내고 싶었다.
‘관례는 과거의 지혜에 불과합니다.’ 보레인이 말했다. ‘귀중한 안내서는 맞지만, 법은 아닙니다. 스카라스, 우리는 그 배배 꼬인 것들 사이에서 살아갈 순 없습니다. 과거는 잘못과 치욕으로 가득 차 있는데. 우리의 챕터 또한 그 예외가 될 순 없을 겁니다.’
그는 돌아서서 거대한 이중문을 향해 나아갔다.
‘의무가 부르는가, 캡틴 형제여?’
‘여명까지는, 아직 “서전트”입니다.’ 보레인이 답했다. ‘허나 이걸 명심하십시오, 형제여. 몇 시간만 지난다면 제 직위가 당신을 넘어설 겁니다. 직급뿐만 아니라 지휘관으로서의 계급으로도, 그때는 그것이 제가 내려야 할 결정들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해줄 겁니다.’
‘그 말인즉슨 오만함의 탄생인 건가, 보레인?’
‘그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럼 이만, 스카라스. 우리가 더는 만날 일이 없을 겁니다.’
채플린은 보레인을 따라 중무장된 발걸음으로 돌계단을 올라갔다. 그의 육중한 부츠가 수 세기 동안 세라마이트에 밟혀 움푹 꺼진 곳에 닿을 때마다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이 무슨 정신 나간 짓인가?’ 스카라스는 혼란에 찬 목소리로 되물었다.
‘제 행동은 정신 나가지 않았습니다.’ 보레인이 말했다. ‘오로지 긍지뿐, 전 제 결정을 주군께 전달할 겁니다. 그리고 나면 마지막으로 제 무기를 성결케 한 뒤, 정글 속으로 들어가 펜리스인들을 찾을 겁니다.’
‘석양의 길을 따른 지 벌써 3주가 지났네, 죽었다고.’
‘저 또한 석양의 길을 따라 그들을 따라갈 겁니다. 펜리스와 크레타시아는 둘 다 치명적인 환경이죠, 늑대들은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 채플린의 손이 보레인의 어깨를 무겁게 내리쳤고, 서전트를 제자리에 붙들어 매어 그의 반항적인 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들은 죽었네, 보레인. 자네는 이 한심하고 완고한 자기희생 말고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을 거라고.’
‘아니라면?’ 보레인은 막무가내인 아이의 손길을 떼어내듯 형제의 제지하는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만일 살아있다면, 저는 그들의 말을 끝까지 듣겠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바리오닉스의 형제들을 되돌려주었을 때 마땅히 그래야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들이 쓰러졌다면, 저는 그들의 뼈를 찾아서 펜리스로 돌려주겠습니다.’
‘어리석은!’ 스카라스가 진심으로 내뱉었다. ‘자넨 명예의 종말 때 있지 않았겠지만, 나는 그 자리에 있었네. 그러니 내 자네에게 말하지,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보다 자네가 그들에게 더 많은 명예와 존경을 베풀었다고!’
‘늑대들은 이미 우리의 형제들을 돌려주었습니다. 바리오닉스에 타고 있던 형제들의 시신을 그들이 훼손하지 않았다고 당신 스스로가 직접 말하지 않았습니까! 늑대들의 과거 우리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간에! 적어도 그들이 플래시 테어러를 되돌려준 일만큼은 고결한 행동이었습니다.’
‘자넨 이 요새를 책임지기로 선서한 지휘관이야! 챕터의 미래를 감독할 것을 맹세했고, 그 책무를 다해야 해. 이 자살이나 다름없는 행동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자네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보레인.’
잠시나마, 앞에 선 서전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어색하게 늘어지고, 그는 지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시드 이식 후에 얼마나 많은 후보생들이 죽었습니까? 얼마나 많은 형제들이 주군의 무모한 성전에서 쓰러져 갔습니까? 또 얼마나 많은 우리 형제들이 화강암 벽에 묶인 채 그들의 절규를 내뱉고 있냔 말입니까!’
‘부질없는 짓일세.’ 채플린의 말이었다. ‘부적절하기도 하고.’
‘그것과는 거리가 멀겠지요. 이 어두운 천년기의 끝에서, 늑대들은 그들 자신의 원한에 대한 걱정을 품은 채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저는 그 공포를 제 혈족처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카라스, 당신과 당신네 채플린들은 분명 그 누구보다 진실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의 챕터, 플래시 테어러는 백 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한 줌의 먼지가 될 거라는 진실을요.
우리가 결코 보지 못할 미래를 위해서 저는, 더는 우리의 현재를 망치지 않겠습니다.
이 원한을 끝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가 챕터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봉사일 겁니다.’
돌아서서, 그는 스카라스를 돌계단에 남겨둔 채 걸어갔다.
'워해머 소설 번역 > 라그나르 블랙메인 Ragnar Blackma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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