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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시아의 용, 냘피르의 죽음(1)
https://beerbeard.tistory.com/11 탈출하는 길, 냘피르와 라그나르 https://beerbeard.tistory.com/5?category=1170223 플래시테어러, 챕터를 위한 봉사 https://beerbeard.tistory.com/4?category=1170223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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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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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나르는 냘피르가 쿵쿵거리는 타이라돈 앞으로 절뚝거리는 것을 지켜 보았다. 그의 동료가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그 짐승에게 총을 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냘피르를 돕기 위해 비탈길을 내려가지도 않을 것이다.
손에 든 볼터가 한 번 튕기자 빗속에서 총탄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탄환은 보레인의 부츠로부터 1미터 남짓 떨어진 곳을 맞추며 터졌고, 자갈과 파편들이 튀어 올라 플래시 테어러의 아머를 부딪쳤다.
‘그가 싸우게 내버려 둬.’ 라그나르가 붉은 아머를 입은 사촌에게 말했다.
보레인은 너무 멀리 있어 늑대의 말을 들을 순 없었지만, 라그나르의 엄숙한 표정에는 그 어떤 의문의 여지도 없었다.
잠시 머뭇거린 캡틴은 곧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들의 전투 수신호인 주먹을 꽉 쥐는 듯한 몸짓으로 승낙의 뜻을 전했다.
라그나르는 볼트건을 내렸다. 한 펜리스의 부족민이 그의 죽음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동료들이 간섭하거나 개입할 일이 아니었다.
부족의 언어로서, 라그나르는 중독으로 넝마짝이 된 바드를 향해 소리쳤다.
‘만물의 아버지가 그의 곁에서 너를 환영해주길, 레이저텅!’
냘피르는 빗방울과 짐승의 천둥 같은 숨결 너머로 전통적인 단어들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야수의 그늘에 서서, 그는 히죽 웃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타이라돈이 어디를 다쳤는지 알고 있었다. 다른 모든 늑대들처럼, 냘피르 또한 천상의 전사들이 그를 별들로 데려가기 전엔 아직 사냥꾼이었다.
파열된 장기들로부터 흘러나오는 피 냄새를 그는 맡을 수 있었다.
팔다리가 다쳐 불안정한 걸음의 보폭 소리를 그는 들을 수 있었다.
언젠가, 냘피르는 전에도 이런 식으로 앞을 보이지 않는 수백 번의 전투를 치른 적이 있었다. 두터운 안개와 유독한 가스 속에서, 동력이 꺼진 우주선의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해가 뜨지 않는 행성에서의 전쟁 등.
덕분에 그는 눈을 뜨지 않고도 사냥하고, 죽이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짐승은 빨랐으나 늑대만큼이나 부상 당한 상태였다. 냘피르는 그의 마비된 다리를 진짜 무게로 인지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놈의 첫 일격을 옆으로 피했다.
두 번째 후려쳐오는 발톱을 선회하며 피한 그는 그를 찢기 위해 돌바닥을 쿵쿵거리며 내려치는 짐승의 가시 꼬리로 뛰어들었다.
그에겐 볼터가 없었고, 그것이 어디로 떨어졌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파워 엑스만이 그가 가진 전부로서 그것을 사용할 기회 또한 오직 단 한 번뿐일 터였다.
한 번 더 후려치는 발톱을 숙여서 피하고, 한 번 더 내리치는 꼬리를 옆으로 피했다.
불현 듯 그는 볼 수는 없었으나 그의 위로 그림자가 확장하며 드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한기가 뒤따랐다.
괴물의 마침내 그의 숨통을 끊기 위해 몸을 일으켰음을 알 수 있었다.
피가 흐르는 날개가 펼쳐지며 악취가 진동하는 강풍이 냘피르를 강타했고, 놈의 무엇이든 부숴버리는 턱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이야.
냘피르는 그에게 남은 미약한 힘을 다해 움직였다. 그의 도끼는 낮게 들려있었고, 그것의 칼날은 바닥의 돌더미들에 닿아 불꽃이 튀길 정도로 낮게 내려갔다가 그대로 위로 날아올랐다.
부랑자들이 할 법한 내던짐이었고, 속임수였으며, 대열을 쪼갤만한 무모한 공격이자, 정당한 전사 간의 싸움에선 보지 못할 그런 일격이었다.
일격은 정확히 먹혀들었다. 도끼는 놈의 상처를 물었고, 더 깊게 물었다.
구부러진 칼날이 짐승의 역겨운 몸뚱아리에 박힘과 동시에 냘피르가 포효했다.
차갑고 축축하게 감겨있는 파충류의 내장을 따라 악취 나는 핏덩이가 김을 내며 그의 몸에 쏟아져 내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그 즉시 도끼를 비틀어 상처를 더 크게 벌렸다.
이윽고 그의 가슴판을 산산조각내고 그의 몸에서 마지막 숨을 가져가기 충분한 힘이 냘피르를 강타했다.
그의 몸이 이리저리 튕겨 나가 구불구불한 비탈길을 굴러 내려갔고, 돌출된 바위를 들이받으며 그 짧은 여정을 끝냈다. 바위는 부딪혀온 바드의 두개골에서 뿜어진 붉은 물보라의 색깔로 물들어갔다.
타이라돈의 죽음은 그보단 훨씬 덜 위엄 있었다.
짐승은 그 자신의 몸 안에서 흘러나온 내장들로 팔다리가 엉켜있었다. 쓰러져있는 바드의 몸뚱이로 녀석은 포효를 내지르며 다가갔지만 그 소리는 매 걸음마다 점차 낑낑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끔찍하게 찢긴 도끼의 상처 사이로 내장들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결국 이 카르노사우르스 또한 냘피르가 누워 있는 곳에서 고작 한 팔 정도의 길이만 남겨둔 채 쓰러져버렸다.
짐승의 마지막 숨결은 그것의 턱 너머 장검처럼 긴 이빨 사이로 흘러나온 김이었다.
놈은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했는데, 마지막까지도 자신을 죽인 살해자의 시체를 노려보고 있었고, 그 파충류의 눈동자에는 야만적이고 어리석은 증오가 들끓고 있었다.
그제서야 라그나르는 숨을 내쉬며, 그때까지 자신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보레인이 미끄러지듯 멈춰서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는 쉬어있었다.
‘그가 타이라돈을 죽였어... 그저 한 자루의 도끼만으로. 단 한방에 내장을 가른거야.’
라그나르는 냘피르의 마지막 일격에 대한 벅찬 자부심과 보레인의 목소리에 담긴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두 발로 몸을 일으켰다.
‘영웅적인 죽음이었다.’ 플래시 테어러가 존경을 담아 말했다.
‘꽉 막힌 고집쟁이의 죽음이었지.’ 라그나르가 답했다. ‘그리고 내 경험상 그것들은 같은 말인 경우가 많더군.’
그들은 함께 스톰레이븐의 잔해에 접근하여 추락한 비행선의 조종사를 찾았다. 라그나르는 플래시 테어러를 돕기보단 죽은 짐승이 다시 한 번 대담하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면서 그를 기다렸다.
‘또 다른 스톰레이븐을 호출하지.’ 보레인이 말했다.
‘하나? 이런 놈들이 또 오면 어쩌려고?’
‘타이라돈은 고독한 사냥꾼이다.’
라그나르는 납득하진 못했지만 그에 대해 논쟁을 할 의사는 없었다. 그들은 움직임을 잃은 타이라돈의 시체로 걸어갔다.
‘도끼를 챙겨.’ 그가 플래시 테어러에게 말했다.
짐승의 옆구리를 밀쳐내어 녀석의 뱃속 깊숙이 박힌 도끼를 꺼내기엔 라그나르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가 옆구리를 들어 올리자 그의 근육은 금세 피로와 독기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파충류의 비늘을 두 손으로 잡아 벌린 틈을 타 보레인이 그 안에 박힌 도끼를 욕설과 함께 꺼냈다.
크레타시아의 야만적인 짐승들과 곤충, 해충들이 벌써부터 죽은 용의 가장 부드럽고 젖은 부분인 검은 눈동자로 몰려들며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들이 산비탈을 다시 올라섰을 때, 보레인은 아직도 내장의 점액이 뚝뚝 떨어지는, 비활성화된 도끼를 들고 있었다.
라그나르는 형제의 시신을 그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었다.
다행히도 워프의 변덕스러움은 온화했는데 플래시 테어러의 프리깃함인 스티지몰록의 도움 덕에 무사히 펜리스로 직행할 수 있었다. 순풍을 타고 거진 반년 만에 도달할 수 있던 것은 축복이나 다름없었는데 스티지몰록은 크레타시아 함대의 몇 안 남은 가장 빠른 배들 중 하나였다.
만 명도 안 되는 영혼들이 승선하고 있던 그 작은 군함은 에인헤랴르 령 깊숙이까지 항해하기는 거부했다.
펜리시안 시스템의 원격 측정기에 짧은 파장이 감지되었지만 팽에서 온 초계함 한 척이 시스템의 가장자리에 도착했을 땐 이미 플래시 테어러의 군함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 대신 제국 영토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경무장 수송기, 표식 없는 아퀼라를 단 궤도함이 한 척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은 분명 시동이 켜져 있었으나 자체적인 힘으로 펜리스까지 도달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오직 일주일 치의 산소 비축분을 가지고 있었다.
선체를 스캔하니 두 가지 정보가 드러났다. 하나는 위치 탐사 비컨으로 마치 시계 바늘처럼 정확하게 신호를 내보내고 있었고, 또 하나는 생명체의 신호로 단 두 명만이 감지되고 있었다.
작은 궤도함이 늑대들의 경비 구축함 아티지에 도킹했을 때, 격납고로 내려온 그레이헌터 일행이 볼터를 수평으로 유지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던 첫 번째 생명체는 다름 아닌 관 모양의 정지장을 끌고 온 썬더피스트의 블랙메인이었다.
그는 지치고 피로해보였다. 그의 아머엔 심한 흉터가 있었고, 오랫동안 관리를 못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는 그의 것이 아닌 도끼를 들고 있었다.
‘블랙메인?’ 그레이헌터의 팩 리더가 물었다. 지난날 팽에서의 연회 때 만난 블러드클로를 용케 알아본 것이었다.
라그나르는 완전히 지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가워, 스톰테이머. 크레타시아에서의 명예로운 전투에서 전사한 냘피르 레이저텅의 유해를 고향으로 데려오는 길이야.’ 그는 심호흡을 하고, 아티지 격납고의 재처리된 공기를 음미했다. ‘그리고 나는 위대한 늑대의 귀에 들려줄 이야기도 들고 왔지.’
‘운이 좋군, 형제여. 위대한 늑대께선 지금 팽을 지키고 계시거든. 별들을 항해할 늑대들을 새로 뽑으시겠다더군. 그나저나 크레타시아라고? 농담이지?’
라그나르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가 길어.’
안다르는 그의 궁금증을 잠시 뒤로 미뤘다. ‘우리가 감지했을 땐 궤도함에 두 개의 생명 신호가 포착됐는데,’ 그레이헌터가 말했다. ‘같이 온 사람이 누구야?’
‘사절이야’ 라그나르가 말했다. ‘총은 내려두도록 해.’
두 번째 인물은 붉은 색과 검은 색 전투 아머를 착용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두 손을 벌리고 천천히 경사로를 내려왔다. 그의 흉터투성이 이목구비에 씌워진 헬멧은 그의 일족 중 손에 볼터와 칼날 없이 늑대들의 함선 속 공기를 들이마시는 첫 번째가 되었다.
안다르 스톰테이머는 그의 어두운 눈을 믿지 못하며 라그나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자가 살아서 끌려나게 냅뒀다고?’
‘그는 포로가 아니야’ 라그나르가 정정했다. ‘내가 말했듯이, 그는 사절이야.’
안다르는 비무장한 전사에게 시선을 돌려 고딕어로 말했다. ‘위대한 늑대가 네 존재를 알게 될 거다, 플래시 테어러.’
‘기대하던 바지.’ 멈춰선 펜리스인들에게 캡틴 보레인이 말했다. ‘이젠 전쟁을 끝낼 시간이다.’
‘오늘은 미친 소리를 하는 날인가 보군.’ 안다르가 스테이시스 포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제의 죽음을 알게 된 그는 슬픔을 뜻하는 전통적인 표시로서 손끝을 가슴에 끌어당겼다.
‘넌 냘피르가 쓰러지는 걸 봤다고 했는데, 그는 어떻게 죽었지?’
라그나르는 바드의 말이 흘러나올 때의, 냘피르 특유의 미소를 따라지었다. 그는 바드가 했던 거짓말을 그대로 말했다. 이제는 진실이 되어버린 바로 그 말을.
‘그는 네 다리만한 길이의 이빨을 가진 거대한 놈과 싸우다가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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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되는 장면.
냘피르는 과연 스페이스 울프였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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