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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
이후 라그나르의 과거회상이 끝나고, 그는 카디아의 전장에서 그의 대중대를 이끌고 전략적 요충지인 케이저 벨록을 탈환하고 있었다.
산성을 비롯한 일부분은 탈환했지만 아직도 도시의 많은 부분이 빼앗긴 상황.
라그나르는 전투 중 뿔뿔이 흩어진 중대원들을 찾기 위해 도시에서 전투를 이어가던 도중 적군의 습격을 받게 된다. 위기의 순간 다크 엔젤의 썬더호크가 나타나 그를 도와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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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다크엔젤 4중대의 썬더호크 오파닉 비질이다. 반복한다. 신원을 밝혀라.’
‘라그나르’ 안도하는 부하들을 뒤로하고 그가 말했다. ‘블랙메인 대중대의 야를이다.’
건쉽이 점차 하강했다. 착륙 장치가 착륙 위치로 미끄러지듯 들어갔고, 느리고 큰 유압 장치 위로 탑승로가 열렸다. 조종사의 회신이 복스로 들려왔다.
‘지원 요청이 승인되었습니다.’ 썬더호크가 내려앉으며 그 육중한 무게로 반역자들의 시신을 짓뭉갰다. ‘캡틴 소라엘께서 대화하고 싶어 하십니다, 야를 블랙메인.’
51명의 스페이스 울프들이 케이저 벨록 산성에 도착했다.
라그나르는 아직 도시의 폐허 속에 더 많은 이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국이 케이저의 잔해를 되찾기 위해 뒤로 밀렸을 때, 그는 돌아와서 그들을 찾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명이나 찾아 데리고 올 수 있었다는 건 만물의 아버지께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좀 더 마지못해, 다크엔젤에게도 감사해야 했다.
수천 명의 제국 전사들이 그 산의 견고함을 임시 기지로 삼아 사용하고 있었다. 임페리얼 가드 장병들의 대규모 연대들부터 시작해서 서른 명의 블랙 템블러, 전멸했다고 추정됐던 섀도우 울프 챕터의 타격팀과 서브쥬케이터 챕터의 장갑 대대, 그리고 플래시 테어러의 스카웃 분대까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앞으로 며칠간 이곳에서 야를의 전사들은 재무장하고, 재보급받을 것이며 궤도의 아인헤야르로 함대로부터 추가 병력을 증원받게 될 터였다. 그러나, 라그나르를 맞이하는 첫 번째 영혼은 건쉽의 탑승로가 내려갔을 때 기다리고 있었다.
세월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젊은 왕이 기억하던 것보다 더 많은 흉터가 그 전사의 얼굴에 새겨져 있었고, 이곳저곳 찌그러진 세라마이트에는 몇 개의 청동 장신구와 명예로운 휘장들이 덧붙여있었다. 허나 그는 장식 따위엔 하등 신경을 쓰지 않는 챕터에서 온 이였다. 그의 외모는 전선에 선 전사의 그것에서 조금도 벗어나 있지 않았다.
플래시 테어러는 라그나르의 손을, 전사의 손에서 손목까지 맞잡고선 흔들었다.
‘살아 있었군,’ 그가 말했다.
‘살아 있었지, 보레인. 우리가 저 아래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야?’
‘네 사냥꾼, 드레카 덕분이었다. 그가 우리에게 처음 소식을 전했지. 그 후로 우린 그를 찾기 위해 도시 안으로 진입했지 만, 그땐 이미 늦었었다. 자넨 우리의 경고를 봤나?’
‘봤지. 자네가 우리에게 그 경고를 전해주기 위해 그 도시를 얼만큼이나 헤집었을지는 만물의 아버지만이 아시겠더군.’
‘나조차도 알 수 없겠는걸. 내 스카웃들이 수 주일 동안 매일같이 폐허를 돌며 정찰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감사해야겠군.’ 라그나르가 손짓으로 겸손을 표하며 말했다. ‘조금 이따가 다시 얘기하지.’
‘이따가? 왜지?’
‘내겐 다크 엔젤의 지휘관을 만나야 할 의무가 있거든. 그와 나 사이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관례가 남아있어.’
결투의 시작은 일출과 함께였다. 비록 자그마한 태양이었으나 그 따스함을 방해하는 건 없었다.
두 검사가 눈 속에서 서로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그들의 부츠는 그들이 옆으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새하얀 발자국을 내었고, 칼날은 수평을 이루며 언제든 뛰쳐나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자긍심과 위엄이라는 공통점을 지녔음에도 그 표현과 태도는 정반대인 두 명의 군주들.
캡틴 소라엘의 투구에는 천사의 날개가, 검은 아머에는 기사 숭배의 전통적인 예찬이 새겨져 그가 취한 양손 검형劍形과 썩 잘 어울렸다.
군주 라그나르의 맨머리는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는데, 그의 아머는 갈라지고 흉져있었으나 이빨로 이루어진 검만큼은 한 손에 굳게 쥐여있었다.
이는 호루스 헤러시 이후 몇 번이고 되풀이됐던 장면이었다. 지금에 와선, 이 신성한 세계를 옥죄고 있던 전쟁은 잊혔으나 – 중요한 것들, 칼날의 끝과 기다림으로 기대에 찬 시선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혈족들은 남아있었다.
모두가 지치고 피투성이 된 모습이었지만 청회색의 청명한 하늘빛 아머를 입은 이들은 환호와 함께 울부짖었고, 대조적으로 깊고 푸른 숲의 아머를 입은 이들은 엄숙하고도 고요했다.
늑대들은 그들의 머리 위로 무기를 높이 들어 올리고선 전투로 이가 나간 칼날들에 비친 햇빛이 황금 옥좌에 앉은 신-황제의 먼 시선을 사로잡을 것처럼 소리쳤는데. 검은 천사들은 그저 그들의 검을 내려 그들의 부츠와 맞닿은 바닥에 꽂아 넣을 뿐이었다.
첫 상처를 내는 영광이 소라엘의 근엄한 외모를 가로지른 라그나르에게로 가자 늑대들의 무리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뒤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 상처를 내는 영광은 다크 엔젤에게 주어졌고, 울프 로드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두 상처, 뺨과 이마를 가로지르는 것으로 그는 받은 상처를 되돌려주었다.
바람이 소라엘의 로브와 라그나르의 먼지투성이 머리카락을 펄럭였다. 여전히 그들은 서로를 향해 원을 그린 채 칼날을 맞부딪쳤고, 상대방의 유려함과 기술을 시험했으며 상호 간의 움직임을 배웠다. 아직 진정한 일격은 시도조차 않았는데 그들의 얼굴에 난 얕은 상처들조차 그저 사소한 모욕과 볼거리 정도로만 전달됐을 뿐이었다.
두 검은 파열음을 내며 서로를 확인했고, 그 어떤 검보다도 심한 손상을 입게 되었다.
찰나의 순간이 지났을 때 그들은 잠시 검투를 멈췄고, 다시금 인내와 함께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타격과 타격 사이에 호흡이 더 줄며 늑대와 천사가 서로의 검에 더 큰 충격을 가할 무겁고도 재빠른 검격이 연거푸 쏟아져나왔고, 겨울 공기 사이로 불꽃이 터져 나왔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검격들의 교환은 몇 분이나 지속되었고, 견갑과 견갑, 얼굴과 얼굴로서 두 검사들이 그 중앙에서 검날을 맞댄, 끼끽거리는 교착 상태로서 끝을 맺었다.
무게가 실리자 대치 중인 검날이 갈렸고, 서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밀려날 때마다 산꼭대기 층 아래의 너른 바위에 부츠가 긁혔다.
마침내 끝을 보기 위해 그들은 거리를 벌렸다. 본격적인 결투는 바로 지금부터였다.
영활한 궤적을 그림과 동시에 파죽지세로 뻗어나간 참격들이 공기를 찢어발겼고, 반파된 완갑에 쥐어진 검이 빛살처럼 휘둘러져 그 일격을 밀쳐냈다.
그들의 모든 검기劍技는 합을 이뤘으나 그들의 전투 방식만큼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소라엘은 완벽한 검객이었다. 공격을 받아내고, 흘리고, 되받아친다. 그의 움직임은 일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자의 모범과도 같았다.
반면 라그나르는 공격을 막아내기보단 회피하는 것을 선호했고, 결투사의 품위와는 동떨어진 완력으로 살인적인 공세를 내리치는 야만인의 방식을 선호했다.
이제 결투의 한복판은 감히 범인의 눈으로선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른, 일진광풍이 몰아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전사는 칼날의 잔영과 흐릿한 팔다리로서만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매 초마다 적어도 두 세 번의 금속 충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라그나르는 고대 테라의 신화 속에서 등장했던 사신처럼 항거할 수 없는 일격들로 상대를 정신없이 내리치며 압박해갔고, 소라엘은 그러한 라그나르의 공격을 받아내고, 흘리고, 반격하는 정석적인 대응으로 조금씩이나마 적수의 몸에 상처를 쌓고 있었다.
순식간에 그들 각자가 서 있던 위치가 바뀌었고, 다시 그들은 서로에게 타격을 입힐 기회를 훔쳐보았다.
어느덧 구름 낀 하늘에선 더 많은 눈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여전히 전쟁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산맥이 제공하는 짧은 성역 너머로 카디아를 휩쓸고 지나갔다.
지저분하고 지칠 대로 지친 카디안 쇼크트루퍼들이 어느샌가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전사들이 모인 링 근처로 배회하고 있었다. 그들의 군율은 엄격하기로서 이름 높았으나 아무리 그런 그들이라 할지라도 스페이스 마린의 두 군주가 생사를 건 명예 결투를 벌인다는 소식을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웠던 것이었다.
수많은 제국 세계에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가 황제 폐하의 신화 속 천사들이라도 알려져 있던 만큼 일반인들이 그들을 실제로 보는 일이란 밤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가장 신성한 관례 중 하나를 직접 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물론, 결투를 보려면 세라마이트 아머를 걸친 초인들로 이루어진 높은 벽을 넘어야 했기에 카디안의 조종사들은 서둘러 그들의 키메라와 타우록스 수송 차량들을 가까이 끌고 왔고, 곧 제국의 장병들은 그들의 차량 위에 옹기종기 모여 전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구경꾼의 무리에는 보레인도 껴있었다. 그는 결투사들의 움직임을 예리한 시선으로 주시했는데, 임페리얼 가드의 장병들이 과연 결투를 제대로 볼 수는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결투는 한 치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고, 그만큼 난잡했다.
굉음을 내며 달려드는 프로스트팽의 이빨이 소라엘의 긴 검날에서 펼쳐진 동력장과 맞물리면서 벌떼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껏 보레인은 그런 싸움을 본 적이 없었다. 라그나르는 힘과 속도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소라엘은 훈련과 경험에서 앞서 있었다. 승자를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실수를 하는 첫 번째 사람이 죽는 사람이 될 거라는 사실만 명백해 보였다.
청중들이 보거나 말거나 늑대와 검은 천사는 쉬지 않고 서로를 향해 칼부림을 했다.
라그나르가 거친 일격을 날리며 균형이 약간 흐트러지자 그때를 놓치지 않고 소라엘의 검이 늑대의 가슴판을 향해 찔러 들었다. 단숨에 숨통을 끊을 수 있는 한 수였으나 라그나르 또한 본능적으로 몸을 기울였고, 천사의 검 끝은 야를의 가슴에서 빗겨나가게 되었다.
공격이 빗나갔음을 깨달은 소라엘이 방어를 위해 천천히 검을 거둬들였고, 라그나르는 머리가 잘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기사의 검 끝을 회피하기 위해 미친 듯이 톱날을 휘둘렀다.
삼십 분이 한 시간이 되었다.
한 시간이 두 시간이 되었다.
라그나르의 피부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한겨울의 한파 속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초인의 근육조차도 피로에는 면역이 아니었기에 두 결투사 모두 피로하다는 첫 징후들이 드러났다.
만약 연습장이었다면, 두 전사는 하루종일 혹은 그 이상이라도 싸울 수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나, 라그나르와 소라엘 둘 다 최근 몇 달 동안의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피로를 지고 있었고, 그것들을 회복할만한 시간을 갖질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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