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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소설 번역/데드맨 워킹 Dead Men Walking

42. 최종화 + 에필로그

by 맥주수염 2022. 2. 9.

원 번역본은 이쪽으로

 

 

네크론이 다시 진군을 시작했다.


‘소르손’은 우주공항에서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겁에 질린 비명소리에서부터 울먹이는 울음소리, 무언의 중얼거림에 이르기까지 보통 난리도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난민들 모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던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얼마나 기다렸냐의 차이일 뿐이다.

 

‘소르손’은 추위를 느끼고, 낡은 담요를 더 단단히 감쌌다.

 그는 격납고 벽에 꼿꼿이 기대어 앉은 채 비좁은 공간에서 그저 쉬고 있었다.

 

계속 몰려드는 피난민들 때문에 비좁은 공간에서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 잠을 잤는지 몰랐다.

‘소르손’의 목 근육을 이 비좁은 공간에 익숙해져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병사들이 떠난지 얼마나 되었을까? 몇 주? 몇 달? 그는 날짜를 세는 것을 중단했었다.

 

시간의 흐름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그것은 더 이상 쓸모없는 그의 삶에 있어 가치 없는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소르손’은 이제야 잠에 들수 있었는데 그의 지친 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일단 일어나서 음식을 찾아 먹었다.

이건 자주 있는 행운이 아니었다.

 

그는 ‘아렉스’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소르손’은 크리그 연대가 행성을 버리고 떠나던 그 날 난민 통제를 돕고,

최소한 난민들을 어르고 달래면서 여전히 의무를 수행하던 자신을 기억했다.

 

 그의 군복, 계급은 그 난리통에서는 어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는 총조차 없었고 그 때문에 그저 권위 없는 경고만 외쳐댔었다.

 

그 때 그녀의 이름을 들었고 그 소리는 그의 가슴 속에 울렁거렸었다.

 

그는 처음에 자신이 잘못들었다 생각했고

다시 ‘아렉스’의 이름을 들었을 때는 헛소리하지마라고 화를 냈지만 곧 깨달았다.

그녀는 그동안 그가 보호하려고 애쓰던 바로 그 ‘탈출자’ 중 한명이었다는 사실을.

 

그는 군중들 앞으로 느릿느릿 나아갔고,

질서 통제라는 의무에 대한 생각은 잊었었다. 그는 공항의 착륙장에서 그녀를 보았었다.

 

네크론 사태 이후 처음으로 그녀를 만난 순간이었다.

 

"아렉스!"

 

‘소르손’은 그녀에게 목청껏 소리질렀다.

그녀는 크리그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구조선으로 가는 경사로를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녀는 두 발자국만 떨어져있는 ‘소르손’과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폐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어줬다고 생각했었다.

 

그녀가 가만히 멈춰 서서 자신을 향해 돌아선 것이다.

 

‘소르손’은 ‘아렉스’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그녀는 그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

동그랗고 예쁜 얼굴, 초록빛 눈, 밤갈색의 머리카락이었다.

 

‘소르손’은 여자친구를 향해 다가갔지만, 크리그 병사들의 통제선을 뚫을 수가 없었다.

 그는 통과해야할 이유를 설명하려했고, 크리그 병사들을 향해 애원했지만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8시간 전까지만 해도 크리그 병사들은 그의 전우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방인들이었다.

 

그가 본 ‘아렉스’는 혼자가 아니었다.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으나, 지금은 금발의 근육질 남자가 그녀의 머리를 빗기며 팔을 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뒤돌아봤지만 ‘소르손’을 보지 못한 듯 고개를 돌렸고 그녀의 시선은 오직 이 새로운 남자, 즉

그에게서 그녀를 빼앗은 남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르손’은 두 사람이 수송선에 타는 것을 지켜보며, 하늘로 떠오르는걸 보았고

 어쩌면 이게 최선일지 모른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소르손’은 그의 전 여자친구가 무사히 행성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혼잣말을 했다.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생의 유일한 목표를 달성했다.

‘아렉스’는 안전하다.


그녀는 이제 행복하게 살 것이다.

 

어차피 자신은 그녀와 함께 할 수 없었을거라고 합리화했다.

두 사람도 이미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알고 있었다.

 

남은 사람들은 우주공항이 네크론의 다음 표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늦추기 위해 가능한 한 ‘히에로모니 시티’에서 멀리 도망치려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난 후에도 여전히 더 많은 난민들이 공항으로 몰려들었고 여전히 구조선이 돌아오기를 기도했지만,

매일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절망으로 인해 자포자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소르손’은 진실을 알았다.

그들이 무엇을 하든, 어떤 길을 택하는 상관없다고.

 

그는 다시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살육이 시작되면 눈을 계속 감고 있을 의지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뒤를 닫을 수 없었고, 운명은 속삭임으로

시작되다가 외침으로 커져가는 뜬소문의 형태로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난민들의 웅성거림에서 들은 소식이었다.

그건 네크론의 군대가 공항을 피해갔다는 것이었다.

 

네크론들은 다른 도시를 향해 언덕을 미끄러지듯 행군하고 있었다. 수천, 아니 수만 마리의 네크론들이 가득했다.

 ‘소르손’은 네크론이 생각을 바꾼다면 순식간에 모든게 끝날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사람들은 살아남게 되었다.

 

그때는 밤이었다. 전깃불이 켜진 공항 안에서 그는 몰랐지만, 네크론의 군대는 무시무시한 녹색 빛에 휩싸여 있었다.

네크론의 총열, 전차의 틈새, 주포 모두 녹색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몰려든 금속 벌레들의 눈에서도 녹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산비탈에서 적들의 행군을 쫓았다. 그는 무엇이 자신을 여기로 데려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이 비극을 이미 한 번,

가까이에서 본적이 있었지만 다시 보는 것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 광경을 보면 자신이 뭔가를 깨닿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네크론의 군대는 ‘테로니우스 시티’를 공격하고 파괴하기 시작했다.

숨죽인 구경꾼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보고 들을게 별로 없었다.

 

다만 밤하늘에 녹색 섬광과 이따금씩 산들바람을 타고 비명이 울리거나 파괴를 암시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 속 눈은 모든 걸 보고 있었다.

 

그들은 ‘테로니우스 시티’의 첫 번째 첨탑이 무너지면서 흙먼지를 일으키는 걸 보고 경악했다.

 

‘테로니우스 시티’는 수백만 사람들의 고향이었다.

 ‘소르손’은 이 도시 안의 사람들이 어떤일을 겪에 될지 알고 있었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는 두 번째 첨탑이 무너지고 나서 도망치는 탈출자들을 보았는데, 일부는 차량을 타고

많은 사람들은 걸어다녔고 외부 리프트 장치는 불안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부디 안전한 곳으로 가길.

 

그로부터 20분이 지난 뒤, 도시의 조명이 꺼졌다.
‘소르손’의 눈은 무거웠고 그는 쉬기 위해 풀밭에 앉았다.

 

데스코어 오브 크리그 연대의 철수 여파로 행성방위군은 완전히 와해되어 있었다.

상급 장교들 대부분은 함께 구조선과 떠났고, 그 중에는 행성방위군의 총사령관인 ‘브라운’ 대령도 있었다.

 

하급 장교들은 대부분이 행성에 버려진 상태였다. ‘소르손’도 하급장교라는 이유로 이곳에 버려졌다.

그는 여전히 군인신분이었지만 이제는 명령을 받을 수 없는 군인이었다.

 

3 척의 구조선이 더 왔으며, 이곳이 아닌 다른 공항으로 보내졌다는 소문도 있었다.

 

 

착륙할 때마다 트럭들은 그 배들을 채우기 위해 특권을 부여받은 인원들을 데리러가기 위해 떠났다.

그래서 난민들을 지켜줄 군인들은 그나마 구조적합자를 구하기 위해 떠난 상태라

난민들이 자체적으로 무장을 해야만 했다.

 

공항의 난민들은 또다시 버려지는 것에 대한 분노는 임계치를 넘은 상태였고 마지막 배가 ‘소르손’의 공항에 왔을 때는

경비대의 총기따윈 더 이상 그들을 겁줄 순 없었다.

 

화가난 난민들이 몰아닥쳤고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경험없는 병사들로부터 총을 빼앗을 수 있었다.

 

 다급히 구조선은 이륙했지만 구조선은 난민들 모두를 수용할 수 있을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에 난민들 사이에서 구조선에 누가 탑승해야하는지를 놓고 더 많은 싸움이 벌어졌었다.

 

결국 구조선은 승객 수용량의 극히 일부만 채운 채 출발했고 그 뒤에 울부짖는 수많은 사람들을 남겼다.

 

‘소르손’은 이 싸움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지만 가담하지 않았다.

 구조선 납치범들은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제국 해군의 전함을 만나게 된다면 곧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게 될 것이었다.

구조선 납치범들은 우주에서 격침될 운명이었다.

 

지난 3일 내내 시민들을 위해 노력했던 젊은 소령이 있었다.

그는 총사령관 ‘브라운’ 대령의 자리를 대신한 젊은 이상주의자였다.

 

‘소르손’은 한 동안 그를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난민들의 소문에서 그 착한 소령의 죽음을 들을 수 있었다.

 

소문에서 소령은 언덕 기슭에서 총으로 자기 머리를 쏴 자살했다고 했다.

 

‘소르손’은 아침 햇빛과 함께 눈을 떴다. 그는 이제 잠에서 깨어나 왼쪽 뺨이 땅에 닿아 있는채 깨어난 자신을 발견했다.

얼마나 피곤했으며 추운 언덕에서 쓰러져 자버린 것인가.

 

아침 이슬은 그의 군복에 스며들고 있었고 무언가 작고 단단한 것이 그의 다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언덕에는 더 이상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공항과 주변은 난민들로 북적였다.

 

‘소르손’은 바지 주머니에 있는 조그만 물건을 발견했다.

그는 그걸 조심스럽게 꺼냈는데 처음에는 거의 알아보지 못했었다.

 

마지막으로 이걸 본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금으로 된 반지였다.

 

6개의 아메시트 보석으로 장식된.. 그가 이 반지가 뭔지 다시 알 수 있었던 건 붉은 보석 때문이었다.

붉은색은 ‘아렉스’가 가장 좋아하던 색이었다.

 

그는 반지를 버리려했다.

 

 이젠 쓸모없었다.

 

하지만 그는 버리는 대신 호주머니에 다시 넣는 걸 택했다.

 

한때 그의 행복했던 인생, 잃어버린 인생의 마지막 기억이었기 때문에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옛 인생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걱정이 얼마나 사소한 것이었는지, 얼마나 한심하게 살아왔는지 기억했다.

 

그는 자신을 훈련시키던 데스코어 오브 크리그 교관을 생각했다. 그는 과연 자신을 보고 뭐라고 할 것인지 알고 있었다.

 교관은 분명 그가 너무 오래 살았다고 화를 냈을 것이다.

 

‘소르손’의 크리그 전우들은 그를 버려두고 새로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떠났다.

 

가능했다면 ‘소르손’도 그랬을 것이다.

 

 

‘소르손’에게 이곳이 고향이었다.


‘히에로니무스 시티’.

 

이미 모든게 파괴된 잔해의 들판이었다.

 

‘소르손’은 최후 전투에서 이 길을 당당하게 행진했고, 패배한 후에는 그 잔해들판을 터벅터벅 걸어왔지만,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았고, 이 파괴의 흔적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그는 또 다시 도시를 걸어가며 사람들로 북적이던 시장과 식당들을 기억했다.

 

그는 사람들을 기억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출근하는 자동차의 행렬, 관리자들과 광부들의 행렬,

때때로 그는 고가도로가 너무 많은 사람들 때문에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도시 안을 걷다가 파편더미를 보았을 때, 그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찢겨진 삶의 잔재, 흩어진 옷들, 한때는 소중히 여겨졌던 장식물들, 금이 간 액자에 있는 가족사진들.

 

무엇보다도 최악인 것은 죽은 이들의 회색 손들이 잔해틈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그렇다. 그가 있는 이곳은 묘지였다.

 

‘소르손’은 주홍빛과 자주색의 조각들을 보았다. 그건 행성방위군 병사의 시체였다.

 

그것은 소년병처럼 보였다. ‘소르손’은 시체의 부패상태를 보았고,

아마 네크론의 첫 번째 공격 때 죽은 자였다고 생각했다.

 

피부와 살점이 잘려나간 상태를 보아하건데 구울에게 살해당한게 틀림없어보였다.

 

시체의 참혹한 모습과 반대로 그건 그에게 큰 기회를 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즉슨 죽은 크리그 병사의 장비가 이 무덤에서 몇 주 동안 발견되지 않은채 버려져 있을지도 몰랐다.

 

‘소르손’은 죽은 병사의 라스건과 정비기구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라스건은 쓸모가 없었다.

내부는 불에 타버려 발사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래도 ‘소르손’은 고장난 라스건을 챙겼다.

 

만약 실제로 생존자가 있다면,

돌연변이나 컬티스트가 있다면 이 고장난 총으로 최소한 공격을 단념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는 죽은 소년병의 배낭에서 수류탄이나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유용한 장비를 챙기기 위해 뒤져봤는데,

별것 없이 다만 여기저기 파손되었지만 멀쩡히 작동하는 손전등만 있을 뿐이었다.

 

‘소르손’은 한 때 제국군이 집결했던 온전한 구역에 도착했고 해는 이미 지고 있었다.

 그는 잠깐 멈춰서서 옛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이 구역이 파괴되기 이전에 어떤 곳이었나 떠올리려 노력했다.

 

남아 있는 몇 개의 첨탑을 보곤 이곳이 어딘지 상상하려했지만 도저히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가 없었다.

‘소르손’은 지금 자신의 옛집을 찾아 걷고 있었다.

 

그는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소르손’은 크리그가 만들어낸 길을 따라 도시의 중심부로 들어갔고 곧 고층빌딩들이 그의 머리 위로 솟아 오르고

고가도로가 머리 위로 뻗어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물론 옛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지만

여전히 친숙감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는 계단을 찾아 올라갔고 조심스럽게 층수를 세웠다.

 

204층 구역의 표시가 나타났다.


그는 조심스럽게 나락으로 발을 들여놓고, 문을 붙잡고 문턱을 다시넘어 몸을 힘겹게 들어올려 잔해더미를 올라갔다.

 

204층 구역의 고가도로는 이미 파괴된 상태였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네크론과 크리그가 이미 파괴한 뒤였다. 깨진 유리창, 자갈이 깔린 벽, 화재로 소실된 거주지 뿐이었다.

 

그는 관공서처럼 보이는 제국의 아퀼라 상징이 그려진 건물을 보았다.

 

내가 매일 출근길에 이 건물을 지나쳤던가?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탑을 우회해서 잠을 잘 방을 찾았다.

그것은 그의 옛 집의 낡은 방과 똑같은 곳이었다. 배치도 똑같았다.

 

‘소르손’은 빈 컵에 찬물을 채우려 수돗물을 틀었지만 깨끗한 물대신

나온건 끈적끈적한 갈색 오물이었다.

 

어쨌든 목이 말라 그는 그거라도 마셨다.

 

‘소르손’은 자신이 무엇을 찾기 위해 도시를 헤매는지 몰랐지만

아직 그가 찾고자 하는걸 발견 못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식당 가까이 있었다. 그녀에게 반지를 주기 위해 식사를 했던 그 식당이었다.

식당은 인접한 고가도로에 있었지만 ‘소르손’은 길을 건너갈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밤은 깊어갔다.
시무룩한 반달이 떠다니는 구름을 뚫고 간헐적으로 보일 뿐이었기에 ‘소르손’은 손전등에 의지해 길을 찾았다.

 

불빛을 음식 진열대로 비추고 그 뒤로 파편들만 쌓인 걸 보았다.

내벽이 무너져있었기에 문까지 갈 수 있더래도 내부로 들어갈 방도는 없어보였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이제와서 그곳에 들어가본 들 옛 기억의 회상에 빠져들 일은 없을텐데.

 

그러나 그는 방향을 잡기 위해 식당의 위치를 이용할 생각을 했다.

 

얼마나 많은 층을 내려갔는지 몇 블록을 더 걸어갔는지 알 수 없는 그때, ‘소르손’은 동상을 발견했다.

 물론 다른 건물과 같이 파손되어 무릎이 잘려나간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한쪽 발은 굳건히 땅 위에 세워져 있었다.

 

‘소르손’은 그 동상 곁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고 동상이 온전하게 서있음을 상상했다.

 이 공공 광장 주위의 사무실은 이미 회사원들이 퇴근해 불이 다 꺼진거라고 상상하려 애썼다.

 

그는 ‘아렉스’가 옆에 있다고 상상하려했고 그녀의 꽃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그녀가 그 동상을 올려다볼 때마다 지은 그녀의 슬픈 눈빛을 기억했다.

 

그 동상은 이 행성을 떠나 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역대 총독들이 의뢰한 작품들이었다.

 이 행성을 떠나 제국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기 위한 동상 중에 하나였다.

 

 '소르손' 앞에 부서진 동상은 ‘아렉스’의 죽은 아버지의 동상이었다.

 

여기서 데이트를 했을 때 뭘했던가? ‘소르손’은 기억했다. 광장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그는 ‘아렉스’를 데리고 뉴스를 보러갔었다. 당시 뉴스는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었다.

 

전쟁과 관련된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였지만, ‘소르손’은 언제나 제국이 이기기 때문에 괜찮다며 그녀에게 말했었다.

 

그러자 ‘아렉스’는 심술궂은 표정으로 그의 단백질 버거를 낚아챘고

이 비싼 음식을 먹기 위해 큰 돈을 쓴 ‘소르손’은 깜짝 놀랐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태도마저 사랑스러웠었다. 그 어떤 잘난 채도, 품위 없는 그녀의 태도를 사랑했었다.

 

두 사람은 광장이 문을 닫고 나서도 동상 옆에 앉아있었다. 완벽한 여름밤이었다.

 ‘소르손’은 언제나 그렇듯 불안감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었다.

 

“우리 미래 이야기는 하지 말자.”

 

‘아렉스’는 아버지의 동상에서 시선을 피하며 대신 ‘소르손’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때처럼 눈을 감은 그에게 또렷히 들려왔다.

 

“난 당장 미래는 신경안쓸거야. 지금 순간을 즐기고 싶어.

우리 삼촌이나 오빠 직업이나 그런건 잊자고.

 

오빠가 하는 걱정은 결국 언젠가는 일어날 일 일지도 몰라.

어차피 고민해봤자 맘대로 되지 않을텐데 뭘 그렇게 걱정해?”

 

그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기 위해 입을 열었고, ‘아렉스’는 몸을 기울여 그의 입술에 그녀의 입술을 대었었다.

 두 사람의 첫키스. 그는 처음에 그녀가 자신을 침묵시키기 위해 그렇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키스를 하고 나서는 그녀가 뭔 생각을 하든 간에 신경쓰지 않았고, 그저 행복감에 생각하는 걸 잊었었다.

 

‘소르손’은 한 가지 더 상상을 했다. 그녀에게 하지 못했던 후회.

‘아렉스’가 그의 품을 빠져나가 우울한 안개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충동적으로 ‘소르손’은 그의 주머니에서 반지를

낚아채서 그녀에게 내밀고는 너무 늦기 전에 가져가 달라고 애원했다.

 

물론 ‘아렉스’는 그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상상 속에서 그저 유령에 불과했고 ‘소르손’이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없었다.

 

 

과거는 사라졌다.

 

‘소르손’은 눈물이 나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봇물 터지듯 눈물이 흘러나왔고 행복했던 과거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그는 흐느낌에 쥐어짜지며 몸은 경련을 일으키듯 움직이고 죽은 ‘아렉스’의 영웅이 된

아버지의 동상 앞에서 그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의 울부짖음을 누가 듣던 상관하지 않았다.

 

이른 아침 속에서 그는 자신이 찾던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네크론의 무덤에 가까이 가기로 결심했다. 지상까지 내려왔고 그의 전우들 대부분이 죽은 그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주변에 네크론들은 거의 없었고, 의심의 여지없이 네크론의 대부분 병력은 ‘테로니우스 시티’에 있었다.

 

 ‘소르손’은 네크론 순찰대를 두 번정도 피했다. 가우스 건에 손상되지 않고 살아남은 병사의 시체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그는 열심히 온전한 장비를 가진 크리그 병사 시체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네크론들이 간과한 시체 하나를 발견하는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그건 크리그 그레네디어의 시체였다.
일반 병사보다 훨씬 좋은 장비를 가진 시체였다.

 

그레네디어 시체는 공터에 누워있었다.

비록 대낮이긴 했지만 네크론의 피라미드에서 뿜어나오는 초록빛은 ‘소르손’을 무섭게 만들었다.

 

 ‘소르손’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재빨리 시체를 빈 건물 안으로 끌고갔다.

 

그는 시체의 군복을 벗기기 위해 씨름했고 먼저 얼굴에 쓴 방독면 마스크를 풀어냈다.

일단 대기여과기를 따로 분리해야했지만 여유가 없어서 아예 한번에 뜯어냈다.

 

그는 존중의 표시로 죽은 병사의 눈을 감겼지만, 애도를 위해서 뜸을 들이진 않았다.

그는 죽은 크리그 병사의 시체없에서 자신의 인간적 감정을 마지막으로 잘라냈다.

 

몇 불록 떨어진 곳에 이곳보다 안전한 거주구역이 있었다.

 

그는 몇 층 위쪽에 있는 거주구역으로 잠시 후퇴했다.

그것에서 죽은 그레네디어에게서 채긴 장비들을 풀어냈다.

 

예비 배터리탄창을 가진 헬건 한자루, 수류탄 밸트와 6발의 수류탄이 있었다.

 

군용 레이션과 응급처치함도 있었지만 그건 그에게 필요 없었다.

마찬가지로 크리그 방독면과 대기여과기도 버리려 ‘소르손’은 잠시 망설였다.

 

 

그는 방독면 마스크의 멍한 렌즈를 응시했다.

그리고 것을 잡고 얼굴을 향해 들어올렸다.

 

마스크를 쓰자 모든게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이 들었고 뿌연 렌즈는 그의 시력을 제한했다.

크리그 병사들은 이렇게 세상을 바라본다는 걸 느끼면서 ‘소르손’은 안도감이 들었다.

 

방독면을 통해보는 세상은 그가 이 세상의 일부가 아닌 벗어난 존재라는 걸 느끼게 했다.

그가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소리는 호스를 통해 나오는 거친 자신의 숨소리뿐.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그리고 그게 정답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유리창에 비친 마스크를 쓴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대기 여과기는 등 뒤로 짊어졌다.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그는 기꺼이 그 무게를 견뎌냈다.

 

그 다음 그레네디어의 카라페이스 아머를 어깨와 가슴, 무릎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군모는 생각보다 사이즈가 컸지만 그것도 입었고 크리그의 회색 군용 코트를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소르손'은 모든 준비를 끝냈다.

 

거리로 나온 ‘소르손’은 헬건을 들고 있었다.

 

 그는 떠나기 전 철처히 총을 분해해 청소했다.

 그는 이미 무기를 다뤄본적이 있어 친숙했고, 헬건이 좋은 무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소르손’은 자기 혼자서 뭘 어떻게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었다.

‘소르손’은 황제께서 이 행성을 적들이 차지하는 것을 불허하고 아예 파괴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는 만약 어떤 사람이라도, 어떤 존재라도 이 행성파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네크론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적들은 여기서부터 다른 행성으로 몰려들어 똑같은 파괴를 일삼을 것이란 것도.

 

그는 등을 곧게 펴고 머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이번에는 은엄폐 시도도 하지 않을 채 네크론의 피라미드를 향해 행진했다.

 

‘권터 소르손’은 무의미한 인생에서 소중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과 함께 이미 죽어 있었다.

그의 육체의 공허한 껍데기 안에는 군인의 자아만이 있었다. 명령은 없지만 이제는 새로운 목적의식을 지닌 군인이,

 실제로 그 동안 병사로써 그가 가졌던 유일한 목적.

 

그는 첫 전투에서 교관들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만약 네가 한 명의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다.” 라고.


 이미 ‘소르손’은 그 이상의 일을 해낸 상태였다.

 

그는 지금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있었고  자기만큼 운이 좋지 않았던 죽은 전우들을 위해,

그리고 아무것도 이루지못하고 죽은 이들을 대표해서 싸우고 있었다.

‘소르손’에게는 더 이상 이름도, 얼굴도 없었다.


그는 죽은 모두를 대표하고 있었고, 모두의 영혼을 짊어지고 있었다.

 

이제 곧 그는 영웅이 될 것이다.

 

 

- - - - -

 

데드맨 워킹 번역이 42화만에 끝났습니다.

 

여자친구는 NTR 당하고

 

곧 행성은 파괴되고

 

주인공은 멘탈이 붕괴된 채 여자친구의 아버지 동상에서 눈물을 흘리다가

각성 후, 죽은 크리그 병사의 장비를 입고 홀로 네크론과 싸우기 위해 떠나는 엔딩입니다.

 

근데 여기서 제국이 행성파괴로 승리를 거머쥐느냐?

 

ㄴㄴ 행성파괴를 했으나 네크론은 살아남았고

역으로 빡친 네크론 메이나크 왕조가 근방 행성을 침공하면서

아마라 구역에서 네크론 vs 인류제국의 대접전이 벌어지게됨.

 

메이나크 왕조와 인류제국 간의 전쟁을 담은 캠페인북, 오르페우스의 몰락

 

오르페우스 전쟁

 

991.M41

 

네크론 메이나크 왕조에 대항해 제국은  아마라 구역에서 격전을 벌였다.

 

제국방위군 1500만 이상이 동원되고 여기에 크리그 연대도 포함. 

특히 크리그 연대는 이 전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됨.

 

 지상 병력은 행성방위군까지 포함하면 1500만 + 몇 억이 될거임.

추가로 인류제국에서는 예비군 1억 9천만명을 동원.

 

 +

 

스페이스마린 미노타우르스 챕터, 머라우더 챕터 그외 3개 스페이스마린 챕터.

대 네크론 전접에 특화된 스페이스마린 데스워치 킬팀이 파견.

 

+

 

  기계교측 타이탄 군단 레기오 빅토럼의 병력 절반과

이단심문청 측 오르노 제노스 요원들

 

 +

 

제국해군측 전력 

 

전함 7척

순양함 60척

호위함 700여척을 동원해 네크론 함대와 맞붙음.

 

 민간인 피해만 60억이 넘어가는 개막장 전쟁이 됩니다.

 어쨌건 제국은 네크론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하나 피로스의 승리로 끝남.

 

 

 으아앙 가드맨 살려

 

'오르페우스의 몰락' 캠페인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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