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텔린’은 짐을 꾸리는 중이었다.
보좌관들에게 이 일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소중한 물건이 혹시나 상할라 직접하는게 편했기 때문이다. 그는 4명의 손자들의 사진을 먼저 챙겼다.
그의 첫 커미사르 군번줄, 그의 인생에서 기억하고자 남긴
4년치 파일이 담긴 데이터 슬레이트, 그리고 여벌 제복을 조심스럽게 싸서 지퍼 케이스에 내려놓았다.
그의 사무실은 두 달 전에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텅 비어있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이 작은 방이 그의 집이 되었는지 참 우스웠다.
그가 이 행성을 떠난다고 해도 절대 오늘의 기억은 잊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특히 이 방은 특히나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았다.
책상 아래 서랍을 열자, 자신을 올려다보는 크리그의 장비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서랍안에 크리그 방독면과 대기여과기를 넣었던 걸 잊고 있었다.
그가 홀로 도시를 빠져나올 때 가져온 것들이었다. 그가 체인소드와 군모를 숨긴 그 곳에서 챙긴,
죽은 크리그 그레네디어의 유품같은 것이었다.
그는 죽은 사내와의 약속을 기억했다.
부상당하고 지친 몸이었기에 ‘코스텔린’은 크리그의 장비를 버리고 왔어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리하면서 자기 것이 아닌 물건을 바리바리 챙겨서 걸어왔다.
그건 그에게 일종의 한 죽음의 기억과 같은 것이었다.
“연대를 떠난다고 들었네.”
186번 대령이 문간에 서 있었다. ‘코스텔린’은 그를 보고 놀랐고 동시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대령에게 직접 전출 소식을 전했어야 했다.
어쨌든 ‘코스텔린’은 대령이 직접 이야기를 듣던 말던 상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 대화는 미루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대령이 직접 그의 사무실까지 오고 말았다.
“이 전쟁이 끝나면 갈겁니다.”
그가 덧붙였다.
“로열 발리디언 연대로 정해졌습니다.”
“자네가 떠난다니 유감이군.”
대령이 말했다.
‘그러셔?’
‘코스텔린’은 비꼬며 생각했다.
“그 작전의 성공은 제 공로가 아닙니다.”
‘코스텔린’이 말했다.
“발전소 파괴공격을 계획하고 실행한 건 당신의 부하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곤 그저 살아남은 것뿐이죠.”
“그렇군.”
대령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난 처음에는 자네 의견을 신뢰하지 않았지. 하지만..”
‘코스텔린’은 고개 저었다.
“당신이 임관한 이후로 우린 항상 의견이 맞지 않았지요, 대령님. 하지만 제가 떠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은 언제나 효율적이고 논리적으로 임무를 수행했고, 전임 대령들보다 훨씬 더 저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하지만 자네는 내가 네크론 전쟁에 개입하는 걸 반대했었잖나?”
“네, 그랬습니다... 지금은 모르겠군요, 대령님. 당신이 여기서 쟁취한 걸 보면..
저는 불과 두 달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네크론이 후퇴하게 될줄이야.
우리는 전투에서 승리했고 실제로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니!”
“그렇다면 생각이 바뀌었나?”
“저는 내일 모든 일이 잘풀려서 저 무덤이 파괴되고 이 행성이 구원된다면,
제국에 얼마나 가치가 있게 될건지.. 우리의 손실을 생각할 뿐입니다. 근데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군요.
그게 여길 떠나는 이유입니다. 이곳에서 정말 일들을 겪었고 제 몸도 옛날 같지 않습니다. 아마도 늙어서 그렇겠지요.”
“그럴지도 모르겠군.”
대령이 말했다.
“내일 이후 크리그 제186 보병연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걸세.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거야.
생존자들은 다른 연대에 흡수되겠지. 그러나 우리의 희생이 가치 있고, 역사에 기억될 것이기에 나는 자랑스럽네.”
“그럼 크리그인들의 원죄는? 황제께 진 빚은 갚아지는 겁니까?”
‘코스텔린’의 질문에 186번 대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붕대는 이제 벗었군.”이라고 말했다.
“의무관말로는 경미한 신경손상은 돌이킬수 없다더군요.”
‘코스텔린’이 대답했다.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럼 내일 함께 싸울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할 수 있는 한 싸울 겁니다.
새로운 연대로 가기 전에, 이 전쟁의 결말은 끝까지 보고 갈겁니다.”
대령은 고개를 끄덕이곤 ‘코스텔린’에게, 그렇다면 새벽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볍게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고, 커미사르는 잠시 생각에 잠겨 홀로 서 있다가 다시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는 186번 대령이 나타났을 때, 당황하며 서랍을 다리로 밀어버렸었다.
그러나 문밖을 나서며 늙은 커미사르는 3주 전에 했어야 할 일을 했다.
그는 우주공항의 광장으로 그것들을 들고 나가 그가 처음 본 크리그 쿼터마스크에게 건네주었다.
“필요한 병사에게 이걸 주게.”
그가 말했다.
“이 방독면은 영웅이 되어 죽은 남자의 것이네.”
186번 대령은 마지막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연설을 준비했다.
동트기 전 연대의 모든 병력을 집합시켜놓고 그는 외투에 손을 넣어 노란 작고 투명한 정육면체를 꺼내 보였다.
그 정육면체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불규칙한 형상으로 길고 작은..
마치 원시적으로 만들어진 칼날처럼 가늘고 긴 물건이었다.
“오늘 이 자리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이 될 것이다.
우리 장군들이 이 가치 없는 연대에 세워놓을 믿음, 이것이 상부에서 우리에게 건네준 신념이다.”
그리고 대령의 목소리는 조용해졌고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이건 유튼 대령의 뼛조각이다.”
순간 놀란 크리그 병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는데,
그건 ‘코스텔린’이 그들로부터 본 가장 인간적인 반응이었다.
“여기 그 누구도 감히 이 신성한 뼛조각을 가질 각오는 없을 것이다.”
대령이 말했다.
“그렇기에 우리의 이 거룩한 빛을 커미사르에게 인도하겠다.”
깜짝 놀란 ‘코스텔린’이 뼛조각이 든 큐브를 받아들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감싼 채, 모든 각도로 돌려보며 감탄했고, 동시에 의문감도 들었다.
만약 ‘헤이로니무스 세타’에 상륙한 나머지 세 연대들도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많은 ‘유튼’ 대령의 유물들이 존재할까라는 의문점이었다.
그는 그 유물이 그의 앞에 대열을 갖춘 차가운 영혼의 크리그인들조차 감동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커미사르는 이것이 얼마나 희귀한 것이고 귀중한 물건인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코스텔린’은 말이 없었지만 모두가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커미사르는 목청을 가다듬고, 그의 군복무 일생 동안의 훈련을 회상한 후 연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시 더듬거렸지만, 곧 목소리는 자신감을 되찾고 열정적으로, 궁극적으로 커미사르 자신의
수십 년 동안의 생애동안 그가 한 가장 훌륭한 가장 고무적인 연설을 끝마쳤다.
그러자 도시의 파괴된 폐허 뒤로 붉은 태양이 떠올랐다.
이제 시간이 된 것이다.
186번 대령이 출동 명령을 내렸다.
공기는 곧 전차의 배기 가스로 짙어졌고 대지는 엔진의 소음으로 가득찼다.
3대의 거대한 고르곤 보병수송장갑차가 선두로 달렸고 보병이 꽉찬 그것의 위로 한 개 소대가 추가로 올라탔다.
200톤이 넘는 무게를 가진 이 초대형 장갑차는 거주 구역의 파괴된 잔해들을 분쇄했다.
물론 모든 병력을 태울만큼의 교통수단은 없었기에
추가 병력을 수송하는 센타우르스 지원차량과 대포를 끄는 트로잔 지원전차를
제외하곤 대략 절반의 크리그 연대 보병과 행성 방위군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대부분 보병의 장비는 지저분했고 그중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부상자의 비율은 3주 전에 비해 두 배나 많은 숫자였다.
그러나 내일은 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자랑스럽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스텔린’은 186번 대령과 지휘반과 함께 센타우르스 지원차량을 타고 있었다.
해치가 내려갔을 때는 바깥과 단절된 느낌이 들정도였다.
그는 군대의 이동경로를 복스 통신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지만,
비좁고 시끄러운 작은 차량 안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가장 최근 전술스캔에서 보인 도심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로 이동했고 한동안은 적의 급습 없이 조용했다.
커미사르는 해치를 열고 땅으로 내려왔다.
하늘에서 눈송이가 떨어지면서 그의 볼을 찔렀다.
대령도 센타우르스 차량에서 하차했고 그들은 함께 앞에 늘어서 멈춘 전차의 줄을 보았다.
“지도를 봤지만.”
‘코스텔린’이 말했다.
“남쪽과 북쪽으로 가는 길이 막혔군요. 다른 길도 있지만 전차가 함께 가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이단자들이 매복하기 딱 좋은 곳을 골랐군.”
대령이 투덜거렸다.
“만약 그렇다면, 제게 생각이 -”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편리한 방법은 첨탑을 파괴하는 거다.”
“함부로 무너뜨렸다간 그나마 있는 길마저 막혀버릴 겁니다.
만약 대령님 말이 맞다고 해도, 저들이 정말 우릴 해칠 의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포탄 몇 발로 해결될 문제같지도 않고요. 우리는 핵폭탄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대령님.
저들 중에 한 명의 생존자가 운좋게 폭탄을 작동시키면 우리 연대는 예정된 시간보다
몇 시간 앞서서 영광의 불빛에 휩싸일 겁니다.”
“그렇다면 고르곤 전차를 앞으로 보낸다.”
“말도 안됩니다. 저 잠재적 지뢰밭에 고르곤 전차를 돌격시키다니,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는 없습니다.”
“네크론들은 지금 자원을 모두 써버렸다. 내 판단으로는 적들이 가진 병력은 거의 없어.
우회로로 가자는 자네 의견은 병력을 보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작전을 성공시킬 가능성은 낮아.”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186번 대령의 말에 ‘코스텔린’이 대답했다.
“저 사람들과 대화해보겠습니다, 대령님. 제 인생을 걸고, 이것은 저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설사 저들이 네크론을 숭배한다고 해도 그저 절망에 빠져 그랬을 뿐입니다. 저들에게 희망을 준다면
적어도 봉쇄를 풀 수 있고 운이 좋다면 물자도 보충할 수 있을 겁니다.”
대령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그는 대기 중인 정찰병들에 연락해, 커미사르가 갈 것이라 말했고 거리를 두되 최대한 커미사르를 엄호하라 명령했다.
‘코스텔린’은 그를 쳐다보는 병사들을 지나 센타우르스와 고르곤 전차를 지나 적의 매복 지점으로 걸어갔다.
그는 홀로 남은 자신을 발견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지만 이따금 문간에 웅크리거나
계단 뒤에 납작하게 누워있는 제국병사의 모습을 보며 다시 용기를 얻었다.
커미사르는 두 손을 치켜들고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킨 채 1층 창문에서 적이 모습을 드러낼때까지 계속 걸었다.
그리고는 걸음을 멈추고 크고 맑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 뒤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알렸다.
말의 메아리에 대답 대신 방금 전 보았던 창문에서 배터리탄창을 장전하는 찰칵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남편이 널 조준하고 있다. 가진 무기를 모두 내려놔라!”
그는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고 목소리의 재촉에 따라 열 걸음 뒤로 물러서서 기다렸다.
문이 열리자 작고 어두운 형체가 고개를 숙인 채 허둥지둥 밖으로 나왔다.
반군은 ‘코스텔린’의 플라즈마 권총을 회수했지만 체인소드는 건들이지 않았다.
그는 권총을 까딱하며 자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고 그의 말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문간에 들어서자 젊은 여성의 시체를 볼 수 있었고 ‘코스텔린’은 잠시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기 위해 뜸을 들여 걸었다.
덜컹거리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그는 넓은 방에 들어설 수 있었다.
벼룩이 묻은 시트가 사방에 있는 것을 보아 이곳이 돌연변이의 거주지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역한 악취는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6명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중년의 부부와 마주했는데 그 남자는 턱수염을 기른 채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라스건으로 무장해 있었다.
그를 이곳에 데려온 젊은이는 여전히 ‘코스텔린’의 권총을 휘두르며 두 사람 앞으로 밀쳤다.
“넌 제국편이군.”
여자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커미사르의 군모를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가 왜 널 믿어야되지?”
“내가 당신을 도시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울 수 있으니까.”
‘코스텔린’이 말했다.
“그러면 이 행성에서는?”
“황제의 은총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침략자들과 싸우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 행성을 지킬 겁니다.”
“믿지마.”
남자가 의심하며 동료에게 경고했다.
“말만 번지르르하지. 침략자들이 왔을 때 그 황제라는 작자는 어디에 있었지?
왜 그의 군대는 우릴 구하지 못했단 말이냐?”
“이곳에서 버려진 건 잘 알지만 -”
“이 지옥에 갇혔지.”
여자가 말했다.
“살육이었어!”
여자의 눈은 눈물로 가득차 있었다.
“우린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는데..”
“네크론의 학살은 지휘부조차 놀라게 했습니다.”
‘코스텔린’이 말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적과 맞서 싸우고 있지요.
여러분들은 결코 버려진게 아닙니다.”
“오래 전에, 사제들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들이 당신에게 한 말은 알고 있지만, 지금 그들의 말이 틀렸다는 걸 알아야합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지옥에서 살아왔지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조차 힘들었겠지만, 아직 이 도시
밖에는 안전한 삶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커미사르의 설득이 끝나자마자 라스빔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그의 귓가를 스쳤다.
“위선자!”
키 작고 건장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 소리질렸다.
그는 사제의 하얀 옷을 입고 있었지만 페인트 얼룩과 화염으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모습이었다.
“마리그!”
여자가 숨을 헐떡이며, “우린 당신이.. 당신이..”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새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코스텔린’의 얼굴을 향해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며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저 놈은 거짓말을 하는거야. 우릴 돕겠다고 말하면서 뒤에서 병사들이 우릴 급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아니야.”
‘코스텔린’이 말했다.
“방금 전 우리 형제들이 총에 맞아 죽었어. 4명이 죽었어. 나도 죽이려했지만 철의 신께서 날 보호해줬지.”
‘코스텔린’은 이 말을 듣자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 총이 있었다면 저 이단자를 즉석에서 처형했을 것이다.
“병사들이 너무 많아, 마리그.”
수염을 기른 남자가 말했다.
“지금 우리가 가진 건 총 세 자루가 전부잖아. 어떡하겠어?”
그의 아내도 거들었다.
“항복하자. 우리한테 자비를 베풀어줄거야. 저 커미사르는 우리가 겪은 일을 이해하고 있어."
“저들이 믿는 황제란 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놈이야.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라고. 모르겠나?
나는 저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있다고. 우릴 이단의 죄로 죽일거야.”
“그러면 네크론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지?”
‘코스텔린’이 조용히 물었다.
그의 말은 표면적으로 사제를 향한 것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향한 말이었다.
‘마리그’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코스텔린’을 데려온 젊은이 쪽으로 손을 내밀어 플라즈마 권총을 빼앗아 그의 라스건과 바꿨다.
그는 낯선 무기를 살펴보고는 탄성의 미소를 지었고, ‘코스텔린’의 관자놀이에 겨눴다.
“우리 신께서는 명확하게 말은 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분명히 말하셨다. 저항하면 분노를 받게 될 것이라 경고했고,
그래서 학살이 일어난 거다. 하지만 그분의 적들을 찾아내 제물로 바치면 우린 용서받을 수 있다.”
순간 ‘코스텔린’은 그를 겨누는 권총을 낚아채려했다.
그의 손끝으로 총구가 스쳤지만 ‘마리그’는 재빨리 그의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났고 반사적인 플라즈마 탄이 방을 가로 질렀다.
사람들은 모두 피할 곳을 찾아 도망치거나 바닥에 누워 벌벌 떨었고
‘코스텔린’은 자신의 늙은 반사신경을 저주하며 사제를 밀치고 도망쳤다.
그는 계단 난간을 뛰어넘어 위태로운 계단에 착지했고 하마터면 머리를 박을 뻔했다.
그가 1층으로 올라서자 두 번째 플라즈마 탄이 머리 위로 윙윙 소리를 내며 터졌다.
‘코스텔린’은 미친 사제가 뒤쫓는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플라즈마 연기로 가득 찬 방을 더듬으며 문밖으로 나섰다.
그는 길에서 비틀거리며 손을 더듬어 떨어진 체인소드를 주워들었다.
그의 시력이 맑아지면서 체인소드를 작동시키기 위해 엄지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고
톱날이 회전했지만 끝까지 쥐지 못했다.
‘마리그’가 뒤에서 그를 붙잡아 목을 조르며, 체인소드를 떨어뜨릴 때까지
손목을 비틀었고 ‘코스텔린’의 머리를 향해 또다시 권총이 겨눠졌다.
“물러서!”
그가 소리질렀다.
“물러서라고!”
‘코스텔린’은 그림자를 뚫고 앞으로 다가오는 데스 코어 오브 크리그의
병사들을 보았고 그들의 번쩍이는 라스건의 섬광을 보았다.
“9명이다.”
사제에게 붙잡힌 커미사르가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건물 안에 더 있을 수 있어. 이 자가 지도자다. 이 자만 죽이면 나머지는 틀림없이 도망치거나 항복할거다.
어쨌든 저들이 가진 무기는 라스건 두 자루 뿐이다. 내가 확인한 한 폭발물은 없다.”
“난 장교를 인질로 잡고 있다!”
‘마리그’가 소리쳤다.
“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장교는 죽는다! 내가 철의 신들에게 맹세코, 뒤로 물러서!
어서! 이 자의 목숨을 소중히 여긴다면 우릴 내버려두고 떠나라!”
분명히 사제는 크리그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코스텔린’은 자신을 관통한 라스빔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어느새 쓰러져 있었고 가슴 위에 놓여 있는 보이지 않는 무게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수많은 발소리가 그의 머리, 곧 다가오는 고르곤 전차의 엔진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총성은 없었다.
그가 옳았다.
‘마리그’의 시체는 그와 함께 나란히 길에 쓰러져있었고
그의 추종자들은 싸움을 포기하는 걸 택했다.
이제 크리그 군은 자유롭게 진격할 수 있었다.
흐릿해지는 ‘코스텔린’의 시야 속에서 한 방독면 마스크가 어렴풋이 나타났다.
“대령..인가?”
그가 말했다.
그 방독면을 쓴 병사가 그의 옆에 무릎을 꿇자 그는 병사의 계급장을 볼 수 있었다.
대령이 아닌 쿼터마스터의 견장이었다.
“사실대로 이야기해주게..”
그는 자신의 운명을 이기려 애쓰며,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헉헉거렸다.
“나를 고칠 수 있겠나? 난.. 살 수 있나?”
쿼터마스터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코스텔린’의 코트를 뒤지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그가 자신의 안주머니를 뒤지는지 ‘코스텔린’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크리그 중대장이 찾고 있던 것은 그들의 성스러운 유물, 즉 큐브 속의 뼛조각이었다.
그는 적당히 예의를 갖추어 그것을 빼내고 자신의 주머니로 옮긴 다음 비로소 쓰러진 커미사르에게 관심을 돌렸다.
그의 방독면은 마치 해골처럼 보였고, 사신과 같았다. 수 많은 크리그의 병사들이 마지막으로 본 광경.
어쩐지 ‘코스텔린’이 자기에게도 같은 일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젊을적 그는 자신이 전쟁터에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침대 위에서 은퇴후 평화로운 죽음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의 부하들에게 총살당할 거라는 생각은 그의 뇌리를 전혀 스친 적이 없었다.
이 치욕적인 운명에 ‘코스텔린’은 헛웃음이 나왔다.
“그대의 영혼이 편히 안식하길.”
쿼터마스터가 말했다.
“그리고 황제께서 그대의 희생에 기뻐한다는 걸 기억하라.."
"..그대의 삶은 보람찬 삶이었다.”
그리고는 장갑 낀 손으로 커미사르의 눈꺼풀을 부드럽게 내려주었다.
‘코스텔린’이 어둠에 항복하기 전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체인소드를
꽉진 그의 손을 풀어주는 쿼터마스터의 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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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 요약
전근 실패한 커미사르에게 묵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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