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을 마치고 돌아오는 호송차 옆으로 반궤도 차량이 마중을 나왔다.
얼굴이 여윈 젊은 소령이 하사에게 말을 걸었고 이후 또 다른 하사에게로 향했다.
하사는 소령의 말을 듣고 ‘소르손’ 쪽으로 그를 향하게 했다.
“네가 소르손 병사인가?”
소령이 물었고, ‘소르손’은 눈을 깜빡거리며 잠시 주저했다.
그는 ‘소르손’이 자신의 이름임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버린 후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소르손'은 자기 이름에 대해 거의 잊고 있었다.
또 왜 소령이 자신을 뽑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병사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홀로 우주 공항으로 돌아와 위층에 있는 ‘헨릭’ 총독의 사무실.
지금은 ‘브라운’ 대령의 사무실이 되버린 공간으로 안내되었다.
책상 뒤에서 일어선 대령은 마치 옛 친구를 기쁘게 맞이하듯
악수와 함께 밖이 춥지 않느냐는 친절한 말로 ‘소르손’을 환영했다.
그는 군기가 바짝든 병사에게 편히 자리에 앉기를 권했고, 그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츤되었지만
확실히 긴장된 미소를 지으면서 ‘소르손’을 길게 쳐다봤다.
“자네가 테로니우스 시티에서 막 돌아왔다고 들었네.”
‘브라운’이 말했다.
“예, 대령님.”
‘소르손’이 대답했다.
“반란을 진압했습니다.”
“좋군.”
대령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말했다.
“좋은 소식이야. 테로니우스 시티 징집거부 사태가 골치 아프던 참이었어.
하지만 반란을 진압했으니 이젠 달라지겠군...”
대령은 두 명의 행성방위군 부사관에게 눈치를 줬고, ‘소르손’을 데려온 소령은 문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지금 상황은 ‘소르손’이 마지막으로 이 사무실에 불려왔던 과거보다는 훨씬 소규모의 회의였다.
크리그 186번 대령과 그의 부사관들은 물론, ‘헨릭’ 총독과 다른 보좌관들도 없었다.
그래도 ‘브라운’ 대령의 태도를 보건데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커미사르‘ 코스텔린’이 창 앞에 있었다.
그는 지친 듯 몸을 기대고 있었고 왼팔에는 부상을 당해 붕대로 단단히 고정된 채였다.
‘소르손’이 마지막으로 이 커미사르를 봤던 때와 비교해서 불과 3주 만에 다시만난
백발의 커미사르는 10살을 더 먹은 것처럼 사람이 푹 늙어있었다.
‘브라운’ 대령은 목을 가다듬고 긴 콧수염 끝을 만지작거렸다.
“자네도 대략 알겠지만 이 전쟁은 결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우리는 네크론을 완전히 몰아낼 계획이야.
감사하게도, 그러니 다시 말해서 크리그 장교들과 함께 나는 적들을 격퇴할 최후 작전을 세우고 있네.”
“너도 알고 있을거다.”
한 중위가 말했다.
“몇 주 전의 불행한 사건 이후로 적은 목격되지 않고 있다.”
“그건.”
커미사르 ‘코스텔린’이 조용히 말했다.
“네크론들이 도시에 갇힌 수천 명 민간인들을 학살했기 때문이지.”
“그래, 맞는 말이야.”
“암, 맞는 말이지.”
‘브라운’ 대령이 말했다.
“적들은 상처를 핥으며 무덤 속에 숨어있어. 우리의 이번 작전은 그 무덤을 파괴하는 것이고
그 무덤과 함께 네크론들도 모조리 파괴하는 거다.
운 나쁘게도, 정찰부대의 피라미드 정보수집 활동은 실패했다.
피라미드의 구성과 내부 구조는 우리에게 수수께끼로 남아있다는 뜻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즉 우리 행성의 광산기술자들과 기업체들을 동원해 피라미드 파괴작전을 개시할 작정이다.
이미 충분한 인적, 물적 자원은 확보했어.”
‘소르손’은 이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커미사르 ‘코스텔린’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린 이 폭발물을 설치할 사람이 필요해.”
“네가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거다.”
중위가 말했다.
“넌 무덤 입구에서 대기하다가 적이 방심한 틈을 타 폭발물을 안에 설치하면 된다.
이를 위해 정예부대가 널 안전하게 보호할 거고.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중위의 말에 ‘브라운’ 대령이 덧붙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즉, 186번 대령은 자네의 광산 근무경력과 병사로서 용감한 싸움을 기억했네.
그래서 자네가 이 작전에 차출된거야.”
‘소르손’은 이미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광산 근무경력은 단지 서류상의 수식 번호일 뿐,
실제로는 현장경험이 전무한 사무직이라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르손'은 지금 이 자리의 장교들은 진실을 듣고 싶어서 부른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기꺼이 자원하겠습니다, 대령님.”
그가 말했고
그의 지휘관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확실히 대령의 태도를 보아하건데 그는 한 번도 자신의 부하들을 자살에 가까운 작전에 보낸 적이 없어 보였다.
“여기서 확실히 하는게 낫겠군.”
‘코스텔린’이 말했다.
“그 광산용 폭탄들은 원격으로 폭발하거나 시한폭발 기능이 전혀 없어.
사령부측이 네크론이 폭탄을 멈추게 할 1퍼센트의 기회도 주지 않기로 했기에 결정된 거다.
이 작전에서 너는 반드시 죽게된다, ‘소르손’. 너와 함께 갈 9명의 전우들과 함께 말이다.”
“언제 출발하면 됩니까, 커미사르님?”
‘소르손’이 대답했다.
‘브라운’ 대령은 책상 서랍에 손을 넣었다.
“자네에게 줄게 있어, 소르손 병사.”
그는 병사의 희생을 존중하며 말했다.
“귀관의 헌신을 인정하면서, 그.. 귀관이 짧은 시간동안 행성방위군에서 복무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기간동안 묵묵히 의무를 다 해왔다. 우린 많은 전사자가 있었네..
그러니까, 지금 자네와 함께할 부대가 현재 하사관 자리가 비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네.”
대령은 빛나는 하사 계급장을 내밀었다. ‘소르손’은 계급장을 받아들고 감사하다는 뜻으로 경례를 했다.
그는 자신이 이것을 달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것은 황제의 뜻이다.
“나도 이게 충분한 보상이 아니라는 걸 잘 아네.”
‘브라운’ 대령이 말했다.
“이게 현재 내 직권으로 올려줄 수 있는 최대한의 승진이네. 아까 전까지 제국 전쟁보급부와 의논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나는.. 우리는 제국방위군이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몇 달 동안 함께 전쟁을 수행하고 가진 것을 나누면서 그렇게 싸워왔다고 호소했네.
하지만 제국방위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네의 ‘철 아퀼라’ 훈장 수여가 불발됐고,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네.”
확실히 대령은 ‘소르손’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히에로니무스 시티를 전진하며 잔해더미를 치우고 있었다.
4 대의 센타우르스 지원차량은 불도저 블레이드를 장착했고 피라미드 파괴작전의 가장 큰 부분을 맡고 있었다.
준비된 장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많은 잔해가 주변으로 미끄러져 통행을 방해했고
야전삽과 곡괭이를 지참한 병사와 작업자들이 해야할일은 여전히 많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밤새 내린 눈이 얼기까지 해서 작업은 훨씬 위태롭게 진행됐다.
‘소르손’은 매일 6시간만 수면을 취했다.
시끄러운 작업 소리 속에서도 귀를 막고 감각을 단절시켜 휴식을 취하는데 익숙해졌고 지금은 다시 작업 중이었다.
그의 하사 계급장은 그의 동료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주었다.
정작 ‘소르손’은 계급 특진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휘관이 되면서 병사들을 돌봐야하는 일이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는 일개 병사로서의 익명성이 보장되던 과거가 더 나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변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장교들은 여전히 단독으로 결정으로 내리고 그에게 명령했으며 ‘소르손’이 하는 일은 병사들의 작업을
감독하고 모든 작업반과 병사들에게 할당된 작업을 이해시키고 수행하도록 하는 것 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오후, 제국방위군과 그의 부대원 모두 186번 대령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기 위해 자리를 잡았는데,
그는 다수의 크리그 장교 수행원들과 ‘브라운’ 대령의 행성방위군 보좌관 한명을 데리고 도착했다.
대령이 현장을 둘러 보곤 작전이 곧 시작될거라는 선언을 했을 때는
이미 성공한 것과 다른바 없는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그는
“새벽에 도시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 연대의 모든 전우들도 이 전쟁의
마지막 전투를 위해 네크론 피라미드 주위에 집결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186번 대령은 네크론 무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의 개요를 밝혔고,
작전의 핵심을 담당할 명예는 행성방위군 분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어느 분대가 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령은 끝으로 ‘소르손’도 언급했다.
하지만 진짜 이름이 아닌 ‘세르망 1419번’이라고 불렀는데, 도저히 적응되지 않을 법한 호칭이었다.
많은 군인들은 자신들이 선택된 순교자가 아니란 것을 확인하기 위해
초조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거나 서로를 쳐다보거나, 군인들의 군번줄에 찍힌 숫자를 알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1419번’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왜 우리들이 작전에 동원되는거야?”
크리그 장교들이 자리를 떠난 후, 업무에 복귀하던 중 한 행성방위군 병사가 불평하는 걸 들었다.
“얼굴 없는 자식이 지 부하들이나 사지로 보낼 것이지.”
곧바로 ‘소르손’은 그 병사를 향해 상급장교를 모욕하는 행위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서 황제폐하를 위한 의무에 헌신할 것을 상기시켰고, 병사는 그를 비웃었지만 곧 침묵했다.
그러나 그 병사 하나만이 유일한 불만자가 아니었다.
‘소르손’은 발길이 닿는 곳 마다 불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보다 지들 목숨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는거지. 게다가 그 새끼들 -”
“브라운 그 병.신은 크리그가 명령하면 따르기 급급해. 헨릭이 살아 있었다면 달랐을건데.”
“우리가 차출된다고 치자고 근데 폭발이 일어나면 어떻게 되겠어?”
“크리그 새끼들 지들만 살겠다고 여과기를 쓰는 것 보라고, 방사능 보호용이라더라.”
‘소르손’은 불평하는 병사들이 최근에 들어온 신병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현재 보충병들의 훈련기간은 ‘소르손’이 겪었던 것보다 훨씬 축소된 상태며
현재 어느 누구도 실전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였다.
즉 그들은 네크론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병사들 중 한 명이 ‘소르손’에게 다가오는 데는 40분이 지난 뒤였다.
16살정도 되어보이는 짧게 깎은 머리의 주근깨 많은 청소년이었다.
“저.. 궁금한게 있습니다, 하사님.”
그가 말했다.
“혹시.. 무덤으로 가는 부대가 말입니다, 하사님. 우리 분대입니까?”
“그래, 우리가 간다.”
‘소르손’이 말하자 소년은 새파랗게 질린 채 급히 자리를 떠났다.
1시간 후 크리그 워치마스터는 ‘소르손’에게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탈영하려다 붙잡혀 총살형을 당했다고 보고했다.
‘소르손’은 부하들의 탈영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미리 이 일을 예측하고 막기 위해 행동했어야했다고 생각했다.
소대장 ‘하커’ 중위가 ‘소르손’의 분대를 모아 한쪽으로 집합시켰을 때쯤에는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중위는 10명의 병사들에게 그들에게 맡겨진 영광스러운 명예에 대해 말했다. 아니, 이제 9명이 되었다고 정정했다.
중위는 그들에게 내일 그들의 행동이 제국의 영웅을 만들어 줄 것이라 연설했다.
중위는 마지막으로 ‘소르손’조차 놀랄 제안을 했다.
만약 작전에서 빠지기를 원한다면 다른 분대로 보내주겠다는 제안말이다.
분대원 중 세 사람은 처음에는 망설였다. 어쩌면 속임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
결국 겁에 질린 세 명의 분대원이 이탈했다. ‘소르손’은 실망했지만 남은 다섯 명의 분대원들이 자랑스러웠다.
일단 연설이 끝나고 빈자리를 대신할 자원자가 나섰고 ‘소르손’은 이 광경을 보며 용기가 넘쳐나는 걸 느꼈다.
확실히 이탈자를 묵인하는 건 그의 방식이 아니었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걸 인정했다.
그는 다시 9명의 부하들을 두고 있었다.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전우들이다.
그들은 스스로 해야할 일을 하고, 중요한 일을 위해 죽고자 결심한 자들이었다.
‘소르손’과 함께할 분대원들 모두 그와 똑같은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대의를 믿었고 그것을 위해 싸우기 위해서는 동기부여나, 승진이나, 훈장 따윈 필요치 않았다.
그들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 그것만 있으면 충분했고,
이런 의미에서 도망친 겁쟁이들과 비교해 행운을 가진 남자들이었다.
오늘 도망친 3명의 병사들은 내일 더 끔찍한 공포와 두려움에 떨면서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와 9명의 병사들은 이미 ‘데드맨 워커(걸어다니는 시체)’였지만
자신들이 언제 어떻게 죽게 될 것인지 안다는 편안함을 갖고 있었다.
- - - -
이번화 요약
기어코 살아돌아온 우리의 커미사르.
그는 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전근신청을 할수 있을 것인가?
한편 유능하다는 이유로 자폭병이 되버린 주인공과
9명 데드맨 워커들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드디어 총 26챕터중 22챕터가 끝남.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소설 데드맨 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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