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사르와 크리그 병사는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
곧 교대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나머지 노예와 감독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코스텔린’은 부상당한 옆구리가 다시 아파와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병사는 반대로 기뻐했다.
젊은 크리그 병사는 ‘코스텔린’에게 그들이 ‘아마레스’와
이단사교의 모든 구성원을 모조리 제거해야할 의무가 있음을 지적했다.
“나중에 기회가 있을거야.”
커미사르가 대답했다.
“나도 네 말에 동의하지만 지금은 우리에겐 더 큰 임무가 있다. 옆으로 샐 여유가 없어.”
창고 입구는 ‘코스텔린’ 일행을 조롱하는 듯 멈춘 리프트 장치가 제련소 뒤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비록 그가 리프트를 작동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들, 그 갱도 밑에 네크론이 숨어있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결국 그 갱도마저 차단된 것처럼 보였다.
창고의 문에는 그것을 열기위한 수많은 시도의 흔적들이 있었다.
‘코스텔린’은 플라즈마 권총으로 자물쇠를 단숨에 녹였고,
그레네디어의 손전등 불빛 속에서 상자더미를 뒤지기를 반복했다.
얼마 안가 곧 그들이 찾고자 했던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작은 원통형 폭발물 상자였다.
최대한 많이 가져가려고 배낭에 우겨넣기 시작했지만 너무 많아 모두 챙기기는 불가능했다.
이에 그레네디어는 남은 폭발물을 네크론 숭배자들이 발견해 사용할 것을 걱정했다.
“저것들을 폭발시킬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커미사르님.”
그가 말했다.
“이 건물 통째로 날려버릴수 있습니다.”
“너무 위험해.”
‘코스텔린’이 대답했다.
“고작 60초짜리 지연퓨즈 뿐이야. 네크론이 우릴 뒤쫓기 전까지 멀리 달아날 수 없어.”
“제가 부비트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커미사르님.
격발장치를 여기 전선과 연결해서 문이 열리면 폭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감독관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40분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황제폐하의 은총으로 빌어먹을 이단자들을 최대한 많이 죽일 수 있습니다.”
"쉿."
커미사르 ‘코스텔린’은 손을 치켜들고 그를 침묵시켰다.
“소리가 들리나?”
그레네디어는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소 엔진이군요.”
“차 한 대가 우리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아. 소리가 크군. 트럭이다.
우리가 잡았던 노예가 했던 말 기억나나? 트럭을 몰며 전도하는 사제들 말이야.
부비트랩 함정에 대한 네 생각은 좋은 아이디어였어.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병사.
남은 폭발물을 전부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있어.”
트럭은 광산의 입구에서 멈췄다.
한쌍의 활활 타오르는 헤드라이트가 ‘코스텔린’의 시야를 가리게했다.
그는 그 불빛들이 두꺼운 파이프 뒤에 숨어있는 자신을 발각하게 만들거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헤드라이트는 꺼지고 어둠 속에 잠겼다.
잠시 후, 엔진은 유해한 연기를 뿜여내기 시작했고 코스텔린’의 목을 간지럽히고,
‘기침을 나게 만들었다. 커미사르의 인내심이 바닥나려는 찰나 엔진도 툴툴거림을 멈췄다.
주변이 어두워 그는 트럭 안에 쌓인 시체들을 헤아릴 수 없었고 무장한 적들이 몇 명이 있는지조차 알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문이 쾅 닫히고 장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는 이제 계획대로 행동할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때 리프트 뒤에 몸을 엄폐하고 있던 그레네디어의 헬건 총성이 여러발 들렸고
동시에 ‘코스텔린’도 자신의 플라즈마 권총을 겨눠 그들의 목표물을 쓰러뜨렸다.
두 사람 모두 트럭에 상처가 나는 걸 피하기 위해 침착하게 조준해 적을 쓰러뜨렸고
곧 녹색망토를 걸친 그림자는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그때 갑자기, 헤드라이트가 다시 번쩍하고 엔진이 켜졌고 ‘코스텔린’은 트럭이
그의 앞으로 달려왔을 때 여전히 플라즈마 권총을 발사하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트럭을 피하지 않고 조준을 흩트리지 않고, 운전석 앞유리를 향해
한발의 플라즈마 탄을 날려버린 다음, 옆으로 재빨리 굴러 트럭을 피했다.
그레네디어는 제련 탱크와 부딪혀 멈춘 트럭에 뛰어들어 누더기가 된
운전자의 시체를 거칠게 잡아 당겨 쓰레기 버리듯 끄집어 던졌다.
트럭의 보닛은 골골거리며 증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엔진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었다.
“이 기계를 어떻게 작동시키는 지 아십니까?”
그레네디어가 물었다.
“남이 운전하는 모습을 몇번 본적이 있네.”
‘코스텔린’이 말했다.
“운전법에 익숙해지려면 몇 분 정도 걸릴거야.”
“그럼 폭탄들을 싣겠습니다.”
코스텔린이 이 이단자들의 트럭을 뒤엉킨 산업용 탱크잔해에서 빼내는 데는 거의 15분이 걸렸다.
여전히 그는 출구쪽을 향해 방향을 잡으려 노력했고 운전대 밑의 페달들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레네디어는 그의 왼쪽 조수석에 탑승해 있었다.
그때 그가 커미사르에게 적이 전방에 나타났음을 경고했다.
‘코스텔린’은 몸을 피했고 라스빔이 트럭 뒤 칸막이를 관통해 적재한 폭탄을 폭발시키려는 듯 맹렬하게 지글거렸다.
작은 사제 무리가 두 사람이 탄 트럭을 향해 라스건을 사격하고 있었다.
분명 예배가 끝 난 후 두 사람의 총성과 불빛을 본게 분명했다.
녹은 앞유리를 통해 라스빔 두 개가 트럭 내부로 들어왔고,
그 중 한발이 ‘코스텔린’의 어깨를 관통해 고통스러운 화상을 입혔다.
부상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커미사르는 자신을 빗맞춘 두 번째 라스빔을 걱정했다.
만약 적재한 폭탄더미를 맞춘다면 단 한번의 라스빔에 두 사람 모두 산산조각날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레네디어로 하여금 응사할 것을 지시했고 동시에 그는 트럭을 몰아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집중했다.
다행히 단 두 명의 사제만이 라스건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한 명은 재빨리 헬건에 쓰러졌고 다른 한 명은
‘코스텔린’의 트럭 박치기로 세 번째 사제의 시신과 함께 부서져 날아갔다.
그 때 그들은 바깥에 나올 수 있었고 고가도로를 따라 출발을 시작했다.
‘코스텔린’은 혹시 모를 뒤쪽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조종간을 지그재그로 비틀었다.
그는 백미러에서 한 사제가 트럭의 뒷 차축 위로 몸을 날리며 뛰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커미사르의 불안정한 운전 실력 덕에 이단자는 바닥에 떨어지고 곧 그레네디어는
헬건으로 적이 다시 설수 없도록 마무리지었다.
두 사람은 지도를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더 이상 실패하지 않기 위해 확신할때까지 그것을 반복되었다.
14블록, 이 고가도로를 따라 직진.
“제가 하겠습니다.”
그레네디어가 말했다.
“우리 둘 다 죽는 것은 낭비일 뿐입니다. 당신의 목숨이 저보다 더 가치있습니다.”
“넌 이 트럭을 어떻게 운전하는지도 모르잖나?”
‘코스텔린’이 말했다.
“가르쳐주십시오, 커미사르님. 일단 엔진의 영혼을 다시 불러들여주시면,
어느 페달을 밟아야 하는지 알려주기만하면 됩니다.”
“분명 네크론들이 있을거다. 우리 목표는 우리보다 6층 위에 있어. 적들은 어리석지 않아.
우리가 이곳을 밑을 공격할 걸 예상하고 있을거야.“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커미사르님. 우리 둘만으론 적의 방어선을 뚫고 나갈 순 없지만, 어쩌면..”
“..네크론은 서쪽 전투로 대다수 병력이 소모되었을 겁니다.
놈들이 방심하고 있다면 트럭 한 대가 빠르게 돌진하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트럭의 충격이면 채굴용 폭탄을 분명 터질 겁니다.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커미사르님에게 폭발물을 남기고 가겠습니다.
만약 제가 성공해 첩탑 전체가 무너지면 발전소도 함께 무너질 겁니다.”
“황제께서 함께 하기를, 병사.”
‘코스텔린’이 말했다.
그는 돌아서서 거의 30년간 하지 못했던 일을 했다. 그의 휘하의 군인, 곧 죽을 병사와 눈을 마주쳤다.
젊은 크리그 그레네디어는 커미사르의 슬픈 표정을 보았고
놀랍게도 그의 감정을 이해한 듯 자신의 작은 나무상자를 보여주었다.
“저는 제 전우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불쌍한 영혼들도 저와 함께 고귀한 안식을 받을 겁니다.”
“네 희생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거다..”
‘코스텔린’이 조용히 말했고 병사는 상관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레네디어의 입가가 잠시 팽팽하게 올라갔고,
‘커미사르’는 그 크리그 병사가 분명 미소를 지으려했다고 생각했다.
‘코스텔린’은 트럭이 그에게서 멀어질 때 뒤 돌아보지 않았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그는 두 손을 외투 주머니에 찔러넣고 맞은 편으로 쩔뚝거리며 걸어갔다.
그의 뒤로 찢어지는 듯한 가우스 건의 총성이 들려왔다.
그는 처음에 병사가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곧 걱정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적재한 광산용 폭발물의 폭음과 폭진이 고가도로를 흔들었고,
먼 거리에서도 파편이 튀어날아왔지만 ‘코스텔린’은 그저 계속 길을 걸었다.
그는 크리그 병사의 눈을 떠올렸고 그 젊은 소년이 마지막 순간에 만족감을 느끼고 눈을 감았기를 기도했다.
그는 구름 낀 달을 보고 방향을 잡아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는 연대의 복스통신 범위 내로 들어와도 행성방위군의 수송기를 요청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단 이 빌어먹을 도시를 벗어나면,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면
그의 앞으로 몇 가지 삶의 변화를 가질 작정이었다.
30년간의 커미사르로의 삶보다 오늘 밤의 경험이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느꼈다.
그는 커미사르로 근무하며 겪은 성취감과 행복감을 떠올리곤 했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만족스러움을 느끼던건 너무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
이제 ‘코스텔린’의 몸은 늙었고 마음은 지쳐있었다.
그가 타협해왔던 삶,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의 눈빛도 실증이났다.
그는 186번 대령이 자신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걸 확신했다. 그 자 외의 다른 크리그 장교들도 마찬가지다.
‘코스텔린’이 그들을 이해 못하는 것처럼 그들도 ‘코스텔린’의 존재와 행동을 이해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커미사르는 결심했다.
우주공항으로 돌아오게 되면 제국 전쟁보급부에 연락을 취할 거라고.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전근신청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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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그 연대의 비인간적인 모습 뒤에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흥미로운 화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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