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안 통로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차가웠다.
내부도 피라미드의 바깥쪽과 똑같이 검은 돌로 만들어져있었고,
낯익은 푸른 빛만이 가득 차 있었다.
‘아렉스’는 여전히 등뒤로 수갑을 차고 있었고 어깨는 너무도 아팠다.
그녀는 비틀거리다가 차가운 돌에 부딪혀 바닥에 미끄러졌다.
“더 이상 못가겠어요.”
그녀가 훌쩍거렸다.
“더 이상 희망이 없어요.. 이젠 끝났다구요..”
“저도 알아요.”
‘테일러’가 말했다.
“몸은 지치지만 그래도 우린..”
“우린.. 저 문을 통과하고 나선 길도 모르고 있잖아요.”
“거의 다와가요. 확실해요, 아렉스. 우린 철의 신을 본적 없어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들은 자고 있을거에요. 그게 아니라면 진작에 들켰을거고요.”
“난 그냥 여기 있고 싶어요, 테일러. 그냥 웅크리고 싶어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테일러’가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이미 숨기에는 시간이 없어요. 황제께서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으니 그걸 받아들여야해요.”
그는 ‘아렉스’가 정신을 차리기를 기다렸고, 그녀는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을 했다.
그녀가 심호흡을 하고 일어서나, 그는 뒤의 벽을 지렛대로 삼아 미소를 지었고,
그 남자의 미소는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다.
“도와주고 싶지만.”
그가 말했다.
“할 수가 없군요.”
그도 그녀처럼 수갑을 등뒤로 차고 있었다.
그들은 앞에서 흘러나오는 깊고 웅웅거리는 소리를 따라 한번 단념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전진했다.
그들은 표면에서 녹색 빛이 흘러나오는 불길하고 어두운 기계로 가득찬 동굴의 문턱에 서있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아렉스’는 소스라치게 불길한 그곳에서 도망치고픈 충등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는 동시에 애원하듯 ‘테일러’를 바라보았고 그의 굳은 표정에서 최악의 상황이란 걸 읽을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가요.”
그가 속삭였다.
“이 방만 통과하면..”
그들은 기계사이를 누볐고, ‘아렉스’는 몸을 지탱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녀는 또 다시 균형을 잃고 쓰러지다가 외계인의 기계를 작동시킬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뭐죠?”
그녀가 속삭였다.
“모르겠어요.”
‘테일러’가 말했다.
“저게 뭔지 생각조차 할 수 없군요.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지도 몰라요.
이 기술을 이해하기 시작한다면 그 지식은 우릴 미치게 만들겁니다.”
적어도, ‘아렉스’는 이 안에는 몸을 숨길만한 장소가 많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확실히 일자 통로에 있던 것보다 감시자의 눈을 피하기는 수월한 곳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위쪽에서 뭔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그녀가 볼 수 있는 지붕이 없었고 그 검은 벽은 무한한 어둠 속으로 뻗어 있을 뿐이었다.
저 위로 도데체 무엇이 있는지 알 순 없었지만 뭔가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뭔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고.
그때, 철의 신이 두 사람이 있는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얼어붙는 것 이상의 것을 할 수 없었다.
‘아렉스’와 ‘테일러’는 강철의 신과 한 장소에 있게 되었고 곧 두 사람을 보지 못한 채 강철의 신은 갈길을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침침한 어둠 속에서 몇 분간 기다리며 퍼지는 기계적인 웅성거림과
자신들의 숨소리 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기를 기다렸다.
‘테일러’는 ‘아렉스’에게 물러서지 말라고 속삭였다.
‘테일러’는 길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앞서 갔고,
그녀는 두 개의 네크론 제어판 사이에 몸을 움츠린 채 아무것도 만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테일러’가 살금살금 앞으로 나갈 때 그녀는 그의 뒤를 유심하게 살폈다.
두 번째 강철의 신은 첫 번째와 똑같이 조용히 그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테일러’는 아직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것은 ‘테일러’를 보았다.
그것이 총을 꺼내자 ‘아렉스’는 경고하며 그의 이름을 외쳤고,
그녀의 경고 덕에 ‘테일러’는 에메랄드 폭발 아래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즉각 강철의 신은 ‘아렉스’를 향해 몸을 휘둘렀고, 그녀는 볼록한 구멍으로 몸을 집어넣고 비좁은 통로로 도망쳤다.
그녀는 이제 외계인의 계기판에 몸이 닿아도 상관하지 않고 오직 뒤에 쫓아오는 공포만 생각하고 달렸다.
그것이 자신을 붙잡을까봐 겁이났고 더 이상 어느길로 가는지 알 수 없을 때까지 뛰어가서,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게 되자 멈춰 서서 숨을 곳을 찾아헤맸다.
뭔가가 모습을 드러낼 때 그녀는 버섯 모양의 계기판 아래의 빈공간을 발견했고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아까전부터 그녀를 신경쓰이게 한 소리였다. 지저분하게 긁어대는 소리,
그리고 벽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머리 위 콘솔에 있었고 거대한 거미의 형체였다.
여러개의 팔을 삐그덕거리는 거미의 아래에서 ‘아렉스’는 숨을 죽였다.
잠시 동안 거미는 그녀의 위치를 찾는 듯 침묵했다.
그때 그것이 홱 움직였고, 그녀는 레버의 쿵하는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곧 거미는 불길한 기계판에서 몸을 떼 허둥지둥 도망치듯 사라졌고
‘아렉스’는 눈물겨운 전율과 함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몸을 비틀어 일어섰고, 묶인 손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만약 지금 철의 신이 나타난다면 그녀는 무력하게 살해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테일러’를 찾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 그를 찾을 방법도, 총소리도, 없었기에 그가 살이 있는지 알수조차 없었다.
짤막하게 수직으로 흐르는 녹색의 에너지가 기계와 기계사이를 통과하고 있었다.
‘아렉스’는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수갑을 벗을 기회를 잡았다.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그녀의 수갑을 녹색 에너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불과 가까이 있는 것 만으로도 그녀의 손이 얼얼해지는 걸 느끼면서 화들짝 놀라 다시 생각했다.
1밀리미터만 어긋나도 그녀의 손목은 뼈째로 날라갈 수 있었다.
그녀는 ‘테일러’를 생각했고 위험을 무릅썼다.
‘아렉스’의 수갑이 갈라졌고 그녀는 혈액순환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팔을 들어 기지개를 폈다.
그녀는 뒤에서 뭔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고 뒤돌았지만 그 과정에서 균형을 잃었고
팔굽이 치명적인 녹색 에너지에 닿을려는 찰나 ‘테일러’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몸으로 그녀를 부축했다.
그가 그녀를 찾은 것이다.
‘아렉스’는 그녀가 했던 것처럼 수갑을 풀 것을 제안했지만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언제든지 놈들이 여기에 다시 나타날 수 있어요.”
그가 속삭였다.
그는 수척해보였고 병들어 보였다.
‘아렉스’는 그런 모습이 난지 녹색 불빛에 얼굴이 비치는 것 때문일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이젠 몸을 숨기는 걸 포기하고 종종 걸음으로 복도를 뛰어갔다.
그들의 발소리가 주위에 메아리치고 ‘아렉스’는 계속 위로 떠있는 많은 네크론 거미들을 보았다.
그녀는 거미들이 자신들을 발견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마치 작동하지 않는 듯 거미들의 눈은 어둡게 꺼져있었다.
그들은 또 다른 검은 돌 통로로 향했고 마침내 찾아헤맸던 출입구를 볼 수 있었다.
회색빛 햇살이 그 통로를 통해 슬러들어왔다.
‘아렉스’는 밖은 밤일거라 예상했었지만
이제 그녀는 예상했던 것보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피라미드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둠 속의 녹색 빛은 그녀의 시간 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든게 분명했다.
그녀는 밖에서 총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테일러’를 제지했다.
“제국군인가?”
그가 희망적으로 물었지만 ‘아렉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단 한 정의 총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에,
그들은 지금 밖으로 나가는 건 위험하다고 그녀가 말했다.
“지금이 기회에요!”
‘테일러’가 다급하게 말했다.
“이 저주받은 지하실에서 나갈 기회라구요!”
두 사람은 기다리기로 했다. 멀리서 들리는 소음이 어느정도 줄어들 때까지 기다렸다.
곧 ‘테일러’는 혼자 입구로 먼저 가보겠다고 고집하면서, 그녀가 함께해도 될 때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겠다 했다.
그녀는 그와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아 허락했다.
그가 피라미드를 빠져나와 ‘아렉스’에게 안전하다 신호했고
넓게 펼쳐진 공간을 가로질러 돌무더기가 보이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여기 왔을 때, ‘아마레스’가 두 사람을 강제로 끌고왔을 때는 많은 것들이 움직이고 있었었다.
하지만 지금 철의 신들과 노예들은 사라져 있었고 삽과 곡갱이를 버려지고
반쯤 채워진 수례들도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있었다.
두 사람은 한 잔해더미에서 다음 잔해더미로 살금살금 이동했고,
그렇게 함으로서 돌연변이일지 모르는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철의 신이 나타났다.
그 무기는 초록빛으로 빛났고, ‘아마레스’의 사제들처럼 눈 깜빡할 사이에 두 형체는 파괴되었다.
‘아렉스’는 두 형체가 돌연변이길 기도했다.
왜냐면 그 끔찍한 고통의 희생자가 인간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테일러’는 얼어붙은 공포 속에서 철의 신이 갈 길을 가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방금 저지른 살인에 대한 아무런 감정 없이 철의 신은 제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은 다시 찢어지는 듯한 총성을 들었고, 반대 방향에서도 비슷한 총성을 들었다.
“포위된 것 같네요.”
‘아렉스’가 속삭였지만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피라미드에서 나오는 소리에요. 우리가 계속 여기 남아 있게되면...”
그는 말을 끝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작은 형체가 뒤에서 ‘테일러’를 향해 돌진한 것이다. 녹색의 망토를 입은 사제였다.
‘아렉스’는 툭 튀어나온 이마와 못생긴 코를 알아봤다. 그는 분명 자신들을 끌고갔던
‘아마레스’의 추종자들 중 한명이었고 분명히 그때의 소란에서 살아남은 사람중 한명이었다.
수갑을 찬 손목 때문에 ‘테일러’는 저항조차 못하고 쓰러졌고, 사제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너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어!”
그가 다짜고짜 화를 냈다.
“철의 신들이 우리에게 벌을 내렸어! 내가 잡았다! 신이시여 절 보소서!
당신의 적을 제가 잡았습니다. 나는 이제 살 수 있어!”
‘아렉스’는 당황해하며 그를 침묵시킬 가장 빠른 방법을 찾기 위해 허둥댔다.
그녀는 부서진 돌덩어리를 보았고 그녀의 어깨까지 두 손으로 들어 미치광이 사제의 머리 위에 내던졌다.
그는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 않았고, 고통에 내지르는 비명소리는 반갑지 않은 손님의 관심을 끌었다.
두 개의 잔해 사이에서 철의 신이 나타나서 ‘아렉스’를 향해 총을 겨눴다.
그때 사이비 사제는 총구를 향해 비틀거리며 한 손은 깨진 머리를 잡고 다른 한 손은 애원하듯 뻗었다.
“주인님...”
그가 신음하듯 말했다.
철의 신이 방아쇠를 당겼다.
동시에 ‘테일러’는 튀어올라 사제의 무릎 뒤를 발로차고, 몸을 날려 에메랄드 빛 광선을 ‘아렉스’ 대신 맞게 만들었다.
그의 몸이 깎여나가고 고통의 비명소리가 짧게 이어졌다.
‘아렉스’는 ‘테일러’를 일으켜 세워, 등 뒤로 두 번째 총성이 울리는대도 불구하고 목숨 걸고 달렸다.
두 사람은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첨탑이 보일 때까지 계속 달렸다.
그리고는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주춤거리다 멈췄다.
하늘에는 철의 신들처럼 금속의 골격을 가진 생명체들이 있었지만 모양과 크기가 훨씬 커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것들은 고가도로와 창문을 통해 휙휙 날아다니며 무기의 초록색 광선으로 하늘을 밝히고 있었고,
비록 ‘아렉스’와 ‘테일러’는 희생자들을 볼 수 없었지만 곳곳에서 확실히 사람들의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을.. 사냥하고 있어.”
‘아렉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대사제의 말이 맞았어요.. 만약.. 그러니까 제 말은.. 우리가 도망쳐서 저들이 화난 거라면..
만약에 ‘테일러’.. 진짜 우리가 이런 일을 만든걸지도 몰라요.”
‘테일러’는 단호하게 고개저었다.
“예상된 결말이에요.”
그가 말했다.
“아마레스와 추종자들은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화를 냈을 뿐이에요.
철의 신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고, 우리가 뭘 하든 상관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이 행성을 인간과 공유하진 않을테고요.”
“그런데 왜 지금이죠? 왜 이제 와서.. 추종자들을 학살하는 걸 택한 거죠?”
“그건.. 모르겠네요.”
“이단들과 돌연변이에 관한 한,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군요. 일단은 도망쳐야해요.”
“이제 어떡하지?”
‘아렉스’가 좌절했다.
“앞으로 갈 수 없어요...”
“돌아갈 수도 없죠.”
‘테일러’가 말했다.
그는 ‘아렉스’와 시선을 맞췄고, 그녀는 그의 눈에서 전에 보지 못한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에게 계속 희망을 얻기 위해 그에게 의지해 왔지만 이제 처음으로 그의 용기가 사라진 것을 보았다.
‘테일러’는 말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만큼이나 겁에 질려 있었다.
머리 위에는 괴물들이 빙빙 돌고 있었다. ‘아렉스’와 ‘테일러’는 문간으로 몸을 숨긴 채 일단 수갑을 깨기 위해 행동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아렉스’가 날카로운 바위로 ‘테일러’의 수갑을 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도중에도
창백한 그림자가 땅바닥을 스쳐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피라미드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기로 동의했다.
지금은 그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지금까지, 탑을 오르는 것보다 지상에 남아 있는 걸 우선으로 하는 뜻이었지만 솔직히 ‘아렉스’에게
한층 위로가나 여기에 있나 위험한 건 똑같이 느껴졌기에 별 상관은 없었다.
그들은 어쨌든 더 이상 돌연변이들과 마주치지 않았고,
사냥되어 죽임을 당하는 돌연변이의 울부짖는 소리만 이따금 들릴 뿐이었다.
‘테일러’의 계획대로 이 도시를 가로질러 가되 철의 신들의 학살 라인 뒤에 바짝붙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나아갔다.
‘아렉스’는 일단 학살을 끝내고 괴물들이 다시 뒤돌아가기로 마음먹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분명 우리 삼촌 때문일거에요.”
‘아렉스’가 말했다.
“우리 삼촌이 이 학살을 일으킨거에요.”
‘테일러’는 의아한 듯이 그녀를 쳐다봤다.
“그 밖에 뭐가 있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틀림없이.. 철의 신들이 삼촌한테 최후통첩을 했을 때, 도시를 위해서 우리 목숨을 버렸겠죠.”
“저들은 최후통첩 따윈 하지 않았어요.”
‘테일러’가 말했다.
“아마레스는 자기멋대로 판단해서 우릴 인질로 잡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저 괴물들은..”
“그게 그거죠.”
‘아렉스’가 말했다.
“헨릭 삼촌은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있었고, 여기에 갇혀 있지만, 그래도..
삼촌은 해야할 일을 한거에요. 그래도.. 만약에 우리가 이기고 있다면요?
저들이 지고 있는게 이 학살의 이유라면요? 철의 신들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물어봤죠?
전에는 우리를 무시하다가 이젠 죽이고 있고.. 어쩌면 저들이 전쟁에서 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아마도 저들은..”
“반대일 수도 있어요.”
‘테일러’가 말했다.
“제군군을 물리치고 이제 ‘히에로니무스 세타’를 샅샅히 뒤지면서 인간들을 정리하는 걸지도..
계속 가야해요, ‘아렉스’. 우린 몇 주 동안 계속 도망치고 있지만 이제 도망칠 곳이 없을지도 모르죠.
만약 그렇다면 우린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뭘 본거죠?”
‘아렉스’가 조용히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테일러’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거기서 뭔가를 봤군요?”
‘아렉스’가 말했다.
“항상 그랬지만.. 철의 신전에서 헤어진 이후로.. 태도가 달라졌어요.
그곳에서 혼자 있을 때 뭔가를 봤죠?”
“하늘에 괴물이 사라진 것 같군요.”
‘테일러’는 무겁게 말했다.
“이제 움직여야해요. 이젠 위로 올라가죠. 이제 충분히 피라미드에서 떨어졌으니 건물 안에서 숨는게 안전할거에요.
황제폐하께서 여길 구원할 때까지 숨어서 버티면 희망은 있어요.”
‘아렉스’는 동의했고 두 사람은 길을 떠났지만,
‘테일러’의 낙관적인 말은 거짓말이었고 두 사람 모두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 후 몇 시간을 걸었지만 숨을 만한 곳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하늘 위의 그림자를 피해 숨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고,
겨우 30~ 40층 구역까지만 올라갈 뿐이었다.
‘아렉스’는 육체적인 피로보다는 정신적 긴장감에 지쳐있었다.
위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리면 몸을 움츠리고,
‘테일러’가 용기 내어 다음 층으로 올라가 확인하고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아렉스’는 거주지의 복도로 나올 때까지 이어지는 무서운 침묵 속에서 몸을 움츠렸다.
벽은 피칠갑되어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붉은 고깃덩이가 복도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곧 이것이 인간의 시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아렉스’는 손으로 입을 닫았다.
그들의 앞에는 두 여자와 세 아이의 유해가 놓여 있었다.
그들의 피부 가죽은 벗겨지고 몸은 잘려진 채, 그 중 하나는 목이 완전히 절단된 상태였다.
그녀는 시체에서 몸을 돌렸고 시야 가장자리에서 깜빡거리는 빛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비명을 질렀다.
“저 구석에 뭔가가 있었어요!”
그녀는 고집스럽게 ‘테일러’에게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령처럼.. 저 벽을 통과했다구요.”
그는 정말로 뭔가가 있었다면 그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라 안심시켰고,
그녀가 피곤함과 배고픔 때문에 헛것을 본게 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 갈 길을 재촉했다.
그들은 어쨌든 철의 신들이 다시 이곳을 뒤지기 위해 돌아오지는 않을거라 논리적으로는 납득했지만
그녀의 공허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머무는 곳은 위험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들은 다시 거주구역을 오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더 천천히 걸어가면서 근처 방을 뒤지며 음식과 마실 것을 찾았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거주지는 깨끗하게 털려있었다.
대부분은 뒤집혔고 일부는 폭격과 화재에 소실되어있었다.
'아렉스’는 먼지와 재, 그을음을 헤치는 데 싫증이 났고,
결국 그것에 대한 유일한 보상은 맛없는.. 그마저도 거의 빈 음식 튜브나 통조림 뿐이었다.
‘아렉스’는 속이 좋지 않아 거의 입을 대지 못했다.
거기서 그들은 몇 개의 빈 방을 찾았다.
쓸 수 있는 침대도 찾았는데그 침대의 전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그 옆에 목을 매달고 있었다.
몇 층 아래에 잔인하게 훼손된 시체들과는 대조적으로, 그들은 평화롭고 온전한 몸으로 죽어있었다.
죽은 지 얼마 안된 것처럼 보였는데, 왜냐하면 시신이 썩어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테일러’는 부부가 목을 감은 밧줄을 베어서 복도로 굴렸고,
‘아렉스’는 신발을 벗고 더러운 담요 위로 쭈그리고 앉았다.
‘테일러’도 그녀 옆에 있는 침대에 앉았지만 그도 떨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 역시 그의 어깨 위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이곳은 조용했고
둘 다 더 걸어야된다고 생각했지만 골치 아픈 여행을 재개하고 싶지 않았다.
‘아렉스’는 잠자길 간절히 원했지만 머릿속이 꽉찬 듯 혼란스러워서 그저 누워 말없이 천장만 응시했다.
그러자 ‘테일러’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마침내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내 목숨을 구해줬잖아요.”
그가 말했다.
“그 기계실에서 당신이 경고를 외칠 때. 그 괴물이 당신을 쫓는 걸 보고 따라가려고 했어요.
나는 또 다른 발소리를 들었고 그 괴물들과는 다른 소리를 냈죠. 철의 신은 절대 도망가지 않아요.
그럴 필요가 없죠. 그러던 중 당신을 잃어버렸어요.
찾기 위해 헤매고 기도하고 숨었지만 차마 소리 질러 당신을 부를 수가 없었죠.
저는 당신이 나를 볼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벽을 짚으면서 걸었어요. 그리고 그 문간으로 왔어요.”
그는 그때 주춤거리면서 침을 삼키고는 다소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곳은 그 기계실보다 더 큰 방이었어요, 아렉스. 수많은 생명체가..
철의 신들이. 그들이 나에게 등을 보이고 서있었죠. 그 엄청난 숫자를 보면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군요.
굽은 탑 같은, 마치 발톱같은 모양의 물체가 녹색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어요. 공처럼 둥근 아니.. 디스크처럼 생긴게..
그리고 그 불 속에서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네명 씩 네 명씩 행진하며 그 거대한 방을 채우고 있었어요.”
“더 많은 적들이?”
‘아렉스’는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어디서 그렇게 많은 숫자가 온거죠?”
“모르겠군요.”
‘테일러’가 말했다.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요. 단지.. 당신은 이제 알겠나요?
내가 왜 그 이후로 주늑 들어있었는지요.”
“여기서 싸우는 제국군은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걸 알지 못해요.
철의 신들이 이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게 손쉽게 증원군을 불러올 수 있다면 -”
“무한한 숫자의 증원군을요.”
‘테일러’가 말했다.
“그렇다면 삼촌에게 경고를 보내야해요.”
“하지만 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어요. 매일 매일 더 많은 포탄이 떨어지고 괴물들은 사람들을 사냥하죠.
도시는 곧 폐허가 될거고 결국 모든게 끝날거에요. 우리가 했던 모든 노력이, 우리가 겪은 위험은..
피라미드 안보다 여기가 더 위험한 꼴이죠. 당신 말이 맞았어요, ‘아렉스’. 우린 그냥 가만히 있었어야했을지 몰라요.”
그녀는 더 이상 남자의 나약해진 말을 들을 수 없어서 그를 껴안았다.
그는 그녀의 팔에 안겼고,
‘아렉스’는 처음으로 그녀가 그에게 힘을 받는 대신에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면서 희망을 공유한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지친 남자의 머리가 베개 위에 놓여질 때까지 그를 부드럽게 끌어내려고,
잠시 동안 모든 것이 안정될 때까지 그녀는 따뜻하고 보호적으로 그를 돌봤다.
그때 숨기지 않은 채 그녀의 마음 속에 ‘소르손’의 모습이 떠올랐고 죄책감을 느끼며 ‘테일러’에게서 손을 떼었다.
“괜찮아요.”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정말이에요. 이젠 괜찮아요.”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오랫동안 남자친구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감히 그럴 수 없었어요. 왜냐면 난..
나는 소르손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오빠가 도시를 탈출했는지,
아니면.. 그 외의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모른채 했을 뿐이죠.”
“참 운좋은 남자군요.”
‘테일러’가 말했고 긴장이 풀린 ‘아렉스’는 다시 그가 자신을 감싸도록 허락했다.
그녀는 그를 사랑한 건 아니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그녀는 누군가가 필요했고, ‘테일러’가 필요했고 그도 그녀를 필요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틀린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끔찍한 광기 속에서, 서로가 위로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를 받아들이는 걸 부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고민은 그녀가 그를 안고 그가 그녀를 안고
이 외로운 밤 서로의 몸을 녹이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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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 요약
슬슬 네크론도 민간인 청소를 개시.
주인공은 여친이 살아있을거라 생각하고 자원입대에서 뺑이치는데
여친은 남주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바람이나 피고 NTR각 보임.
그리고 크리그 지휘부의 예상과 다르게 네크론은 피라미드 안
이터널 게이트를 통해 증원군을 무한대로 불러내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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