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걸리나요...?”
“이 일은 꽤 시간이 걸리는 것이오. 때가 되면 알게 될거요, 아가씨.
우리 커미사르들이 추가 구조선을 더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그 중 몇 척이 -”
“한 달 전에 마지막 배가 떠났다고 들었습니다만.”
‘아렉스’가 말했다.
“그 이후에 해군사령부는 뭘하고 있었죠? 아니, 내가 맞춰볼까요? 당신들이 네크론을
지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해서 피난민 구출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거죠.
지금은..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고.”
“그렇소.”
186번 대령이 반복해서 말했다.
“당신네 도시 시장들 중 몇몇이 강력하게 주장을 했소. 6척의 배가 급파되었고 더 많은 -”
“고작 6척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아렉스’가 항의했다.
“6척은 충분하지 않아요!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대령.
지금 더 많은 구조선을 보낸다고 해도 제때 도착할 리가 없어요.”
“그건 내 관심사가 아니오.”
대령이 말했다.
“우선 해군사령부와 연락하는 걸 추천하겠소.”
무책임한 대령의 태도에 ‘아렉스’는 펄쩍 뛰며 반응했다.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당신은 이 상황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거야?
헨릭 삼촌 말이 맞았어. 여기 내 시민들, 난민, 몇 안 되는 행성방위병과 얘기를 나눴어요.
사람들이 삼촌에 대해 어떤 얘기를 했는지, 당신들이 삼촌에게 뭔 짓을 했는지 들어는 봤어?”
“헨릭 총독 장군은.”
대령이 말했다.
“네크론 교단과 접촉했소. 그 자는 이단자들과 협상을 꾀하고 있었지.”
“나 때문에!”
‘아렉스’가 소리쳤다.
“날 도우려고 그런거라고! 삼촌은 진짜 거래를 할 생각이 없었어.
삼촌은 삼촌 방식대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당신들이 그걸 막았어. 뭐 때문에? 왜?
그런데 지금 당신들 마음대로 했던게 이거야. 실패했잖아. 네크론이 우리 행성을 빼앗긴걸 봐라고!”
그녀는 이미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대령을 외면하고 눈물을 숨기려했다.
그녀는 186번 대령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 마음을 진정시켰다.
“우리 군함 ‘메멘토 모리’호가 있소.”
대령이 조용히 말했다.
“대략 3만 명 병사들을 수송할 수 있는 공간과 식량을 갖고 있소.
지금 남은 병력은 4개 연대를 합쳐봤자 5천 명 이하, 아니 더 줄고 있소.”
“그게 뭐 어쨌단 말이죠?”
‘아렉스’가 훌쩍 거렸다.
“질문에 답을 하고 싶었을 뿐이오.”
대령이 말했다.
“난민들을 수송하도록 하겠소. 당신도 함께, 우리와 장갈라 행성으로 떠나게 될거요.
일단 그곳에 가면 가장 가깝고 안전한 제국령 행성으로 여러분들을 보내주겠소.”
“그.. 너그러운 결정이.. 기쁘군요, 대령..”
“만일 나였다면 우린 이곳의 모든 차량과 이 행성에서만 쓸 수 있는 유용한 기계로 함선을 채웠을 것이오.
그러나 내가 방금 전에 말했듯이 당신의 시장들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었기에 내린 결론이오.”
대령이 말했다.
“쿼터마스터들이 행성 행정과와 연락해서 피난 우선순위 명단을 작성할 거요.”
“그럴순 없어요!”
그녀가 성급하게 말했다.
“그건.. 사람의 목숨을.. 그럴 순 없어요.”
“목록을 만드시오.”
대령이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구할 사람들은 적어도 제국에 있어 가장 큰 가치를 지녀야 하니까.”
“그러면 그 자격은 누가 판단한다는거죠? 나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
“물론, 당신은 특별히 원한다면 목록에 넣어지도록 허락할 수 있소.”
그녀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잘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참을 수 없을 만큼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90억 인구 중에 2만 5천명만이 살 수 있는 기회.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제국에 있어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저 그녀가 특권층이라는 이유만이 피난선에 탈 자격을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헨릭’ 삼촌은 행성을 버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첫 배가 떠났을 때 삼촌은 시민들을 돕기 위해, 그녀를 찾기 위해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죽었다.
“두 자리야.”
그녀가 대령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난 두 자리가 필요해, 하나는 나를 위한 거고 다른 하나는..”
그녀는 잠시 뜸을 들였다.
“..내 약혼자의 자리야.”
그녀가 말했다.
“테일러는 내 약혼자니까 당신도 알다시피 총독 가문의 일원이고.. 대령, 난 그 이가 필요해.”
“맘대로 하시오.”
대령이 말했다.
“그리고 남은 목록은.”
‘아렉스’가 말했다.
“대령의 부하가 작성하도록 하세요.
그러면 당신 이름도 적어주겠지. 그쪽도 기쁠거고.”
행성 전체를 위해 3대의 구조선이 3곳의 우주공항으로 각각 보내졌다.
멀리 떨어져있어 제때 도착할 수 없는 이들은 구조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아렉스’는 42연대 소속 커미사르 ‘만하임’이 왜 자신과 가족들은 구조명단에서
제외되었냐는 귀족의 항의전화를 상대하는 걸 보고 있었다.
긴 시간동안 커미사르는 귀족들과 구조목록의 작성은 공정하게 진행되었음을 말하며 언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렇게 목록의 작성과 통보는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크리그 연대의 장군들은 1시간이라도 군함의 출발을 지연시킬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하임’은 애초에 난민들을 승선시키기로 결정한 크리그 장군들의 관대함에 대해 감탄하고 있었지만,
‘아렉스’만이 크리그 장군들이 절대 인간적 연민과 같은 감정으로 난민수용을 결정한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아렉스’와 ‘테일러’는 탑승을 기다리며 빈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때가 되자 커미사르 ‘만하임’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창문에는 착륙한 수송선의 램프가 내려오고 있었고 차량과 장비가 싣기고 있었다.
‘만하임’의 설명에 따르면 죽은 삼촌의 재산들을 실은 차량이라고 했다.
그리고 손목시계를 힐끗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4시가 되면 출발할 겁니다.”
얼마안가 첫 번째 치안유지대의 대열과 행성방위군 차량이 큰 문제 빠진 걸 볼 수 있었다.
‘아렉스’는 밖에서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들었고 수송선에 도달하기 전이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들리시는 대로.”
그가 보고하기를, “성난 시민들입니다. 우린 접근금지 경고를 내리고 거주지 안에 있으라고 방송했지만
여전히 숫자가 늘어나고 있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지만, 점점 수가 늘고 있습니다.”
“누가 저 사람들을 탓할 수 있을까요?”
‘아렉스’가 말했다.
“그렇지요.”
‘만하임’이 수긍했다.
“통신을 들어보니.. 치안대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가 귀에 장착한 통신기에 집중하기 위매 머리를 조아렸다.
“그렇다면 집을 잃은 사람들은요?”
“난민들 중 일부는 폭도들과 합류하고 있습니다. 걱정마십쇼. 우리가..”
“저 난민들은 도움을 받기 위해 몇 달동안 기다리고 있었어요.”
“103연대가 두,세개 소대를 보냈습니다. 상황은 곧 나아질겁니다.”
이윽고 공항을 울리는 라스건의 총성에 ‘아렉스’는 움찔했다.
그러나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행성방위군의 군용차량과 함께
방독면 마스크를 쓴 제국방위병들이 채 식지 않은 라스건을 들고 공항으로 밀려들어왔다.
크리그 소대들은 차단선을 형성하고 필요한 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지나가도록 한 다음, 구조선에 타기 위해 뛰어든 시민을 끌어내리고 첫 번째 수송선 램프을 닫았다.
“우리도 저렇게 되겠죠.”
‘아렉스’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곧 도착할 행성에서는 다른 총독이 있겠죠. 우리 아빠의 이름, 총독 조카란 계급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거에요.
단지 두 명의 피난민이 되겠죠. 운 좋게 집을 찾을 수 있다면 틀림없이 하이브 도시의 가장 최하층 중 한 층일거에요.”
‘테일러’는 근심에 빠진 그녀를 팔로 감싸고 가까이 끌어당겼다.
“함께 사는거죠.”
그가 말했다.
더 많은 차량이 도착하고 있었고, 이제 ‘만하임’은 정중하게 목을 가다듬고 ‘아렉스’와 ‘테일러’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문 앞에는 두 사람을 기다리는 4명의 크리그 병사가 보였다. 이제 그들도 떠날 시간이었다.
아렉스’는 머뭇거리며 ‘창가를 돌아보았고, 만하임은 서둘러 폭도는 걱정말고 잠깐 걸어가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구조선은 분명 더 올거에요.”
‘테일러’가 그녀에게 말했고 ‘아렉스’는 그의 따뜻한 미소를 보았고 그 말을 믿기로 했다.
방을 나서자 그녀는 열린 지퍼케이스와 가득 든 옷가지를 볼 수 있었다.
우주공항에서 수송선까지 걸어가는 길은 난리통이었다.
그녀는 밀어닥치는 성난 군중의 충격을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고, 그녀에게 고함치는 난민들과 병사들의 지시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테일러’와 최대한 가까이 함께 걸을 뿐이었고,
크리그 병사들을 신뢰하며 그들 사이에서 비틀거리며 방패막이로 삼았다.
그녀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담요로 몸을 가리자는 ‘만하임’의 제안에 동의해야했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그녀는 영웅으로, 희망의 상징으로 환영받았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도망자였고 배신자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스스로를 감추고 도망치는 건 정직하지 못하고 느꼈기에,
최소한 더 비겁해지지 않기를 원해 이 사태를 자초했다.
그들은 마침내 적대적인 군중을 뚫고 있었고, 데스 코어 오브 크리그의 저지선을 지날 수 있었다.
그들이 수송선에 오를 때 뭔가가 그녀의 뒤통수에 날아와 부딪혔고,
‘테일러’는 머리카락에 묻은 음식물을 털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송선의 문턱에서 ‘아렉스’는 주춤했다.
이대로 앞으로 걸어가 떠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뭔가 말하고 싶었고 이 상황을 설명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천여 명의 분노한 얼굴들을 보았고,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을 거란걸 깨달았다.
‘테일러’는 다시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늘 하던대로 그녀에게 힘을 주며 그 무서운 순간에서 그녀를 설득했다.
‘아렉스’는 끝내 눈물겨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제 안락했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불확실한 새 삶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
곧 최종화가 다가오는 데드맨 워킹
쒸이불 -
남주인공은 여주 구하겠다고.. 최전선에서 네크론이랑.. 싸우는데
여친이라는 년은 다른 남자랑 바람나서 행성을 탈출..
그리고 90억 인구의 행성은 궤도폭격으로 소멸할 예정.
이것이 바로 워해머식 로맨스 전개다. 솔로천국 커플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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