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브리핑은 매우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최소한 커미사르 ‘코스텔린’에게는 그랬다.
그들은 서부 발전소 침투작전의 적절한 시기에 대해 논의했고,
아니 186번 대령이 이틀 후에 임무를 시작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만약 네크론이 방어선을 형성하고 있다면 크리그 103 연대의 포병들이 남쪽 발전소 부지를 포격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많은 수의 네크론들은 남쪽 발전소를 지키기 위해 다수의 병력을 이동시킬 것이다.
그리고 ‘코스텔린’의 특수부대는 갱도 터널까지 가서 대령의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들의 공격은 서쪽 발전소를 향한 포격과 동시에 시작하기로 되어있었다.
‘코스텔린’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령은 그가 작전을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황제의 가호가 있다면 그는 단 한 마리의 네크론도 마주치지 않고 도시를 드나들 가능성도 있었다.
‘코스텔린’은 물론 가능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다시 생각했다.
결국 그들은 이제 터마이트 전차에 모든 걸 의지해야했다.
‘헨릭’은 아직 병사 ‘소르손’의 업데이트 된 갱도 지도를 제출하지 않고 있었고
‘코스텔린’은 어제부터 이 점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는 전 광산 감독관의 기억이 총독이 자랑했던 것만큼 정확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터마이트 굴착전차는 10명 이상의 병사들이 탈 수 없었고
대부분 병사들이 도보로 이동하면서 뒤따라 가야할 판이었다.
최종적으로 그레네디어 2개 소대가 이번 작전에 배정되었고 대령은 그날 저녁 예비 브리핑을 위한 시간을 정했다.
‘코스텔린’은 오후 동안 자신의 체인소드와 플라즈마 권총을 분해하고 그것을 닦고 기름을 바르고, 그 안에 있는
기계령을 달래는 기도를 읊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병사들을 고무시킬 연설에 대한 준비를 해야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커미사르 ‘만하임’이 ‘코스텔린’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이렇게 될줄 예상은 하고 있었네.”
‘코스텔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들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 겪은 일을 모른다면 이해하기 힘들거야.”
“그건 무슨 말입니까?”
‘만하임’이 말했지만 ‘코스텔린’은 그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19년 전 크리그 행성의 방문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 당시 크리그 행성을 방문하는 것이 그의 연대를 잘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었다.
방독면 마스크와 공기여과기를 입고 그 척박한 크리그 행성의 풍경 속에 발을 내디뎠을 때
그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코스텔린’은 이미 오래 전에 크리그 내전이 끝났다는 걸 알고있었고,
1천년이 지난 지금쯤이면 파괴된 생태계가 회복되었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가 중립 구역을 여행할 때는 각지에 만들어진 참호에서 방독면을 쓴 얼굴들이 나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참혹하게 유린되고 상처입은 말라붙은 대지는 박격포가 방금 전까지 떨어진 듯 재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커미사르는 깨달았다.
크리그 행성의 사람들은 더 이상 그들의 이념적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각자가 자신이 황제를 위해 죽을 만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당신도 어젯밤에 그들을 봤어야했습니다.”
‘만하임’이 열광하며 말했다.
“42연대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 연대요. 네크론이 어떤 무기를 쏘든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전진했죠. 고집불통이었습니다. 심지어 커미사르인 저조차도 네크론들을 보자 등골이 오싹해졌는데,
제 곁에 있던 데스 코어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1800명 병사들이 학살당했지.”
‘코스텔린’이 지적했다.
“예, 예. 그렇지요. 하지만 그건 계산 내였습니다.”
“사상자가 더 많을 줄 알았군요. 얼마정도라고 생각했습니까? 3천? 4천?
하지만 전투에서 승리한 이상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죽었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규모의 피해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저도 요즘은 그렇게 하고 있지요.”
“뭘 한다고?”
“저들을 숫자로 보기 시작하는 것 말입니다. 크리그인들이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에 얼마나
무감각한지 이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편이 쉬운 길이란걸 황제께서도 잘 아실테지요.”
“물론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만하임’이 덧붙였다.
“그러나 네크론은 이 행성뿐만이 아니라 제국전체를 위협하는 적이죠. 그러니까 저들은 싸워야합니다.”
“저들을 봐, 만하임. 저 병사들을 보게, 방독면 속에 있는 얼굴을 보려고 노력하란 말이야.
저 병사들은 크리그 행성에서 갓 도착했어. 무슨 뜻인지 아나? 고작 14살이나 15살이야.
그리고 평생을 혹독한 환경에서 자라왔어.”
“다른 행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하임’이 주장했다.
“물론 크리그 쪽이 훨씬 심각한 수준이지만 그덕에 특수한 개성이 만들어지는 법이지요.”
“아닐세.”
‘코스텔린’은 조용히 반박했다.
“개성을 만드는 건 우리의 몫이야.”
크리그 행성에서 새로 증원된 보충병들이 그들 앞에 있었다.
밝은 회색 외투를 입은 어린 병사들은 103연대로 배치되었고 새로운 장교들에 의해 행군되고 있었다.
“자네도 나처럼 그들의 행성에 가봐야해.”
‘코스텔린’이 말했다.
“그 행성을 직업 방문하면 알게 될거야.
크리그인들은 비인간적인게 아니라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을걸세.”
“글쎄요, 제가 그걸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만하임’이 대답했지만 ‘코스텔린’의 마음은 다시 크리그를 회상하고 있었다.
벽돌로 지어진 터널과 정화된 공기의 퀴퀴한 냄새가 있던 터널을 걷던 시절로 돌아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꽉 차있는 장면은 그의 평생에 그 이후에도 본 적이 없었다.
지하 시설의 대부분 주민들은 여자들이었고 대부분은 임신을 한 상태였고 모두들 독성 화학물질이
가득한 공간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지하미로에서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었지만
크리그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는걸 고집하고 있었다.
“그렇수도 있겠지.”
‘코스텔린’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더 설명해도.. 아니, 자네처럼 젊던 시절 나였어도 나같은 늙은이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을 거란걸 잘 알아.
하지만 내가 말했잖나, 만하임. 군함에서 말했었지.
데스 코어 오브 크리그는 제국에 있어서 귀중한 자원이라고, 완벽한 군인이니까.
내가 말하고자하는 문제는 그 이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가에 대한 거네.
눈앞의 두려움 때문에 지금 우리가 얼마나 맹목적으로 변하고 있는지 생각해봐.”
“적어도 여기서 해야할 이야기가 아닌 것 쯤은 알고 있습니다.”
커미사르 ‘만하임’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이야기를 못한다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누가 저들을 막아야하겠나?”
“당신과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코스텔린. 당신이 이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대안이 뭐가 있습니까? 만약 우리가 당신 뜻대로 했다고 칩시다.
이 행성을 파괴한다고해도 수 많은 인명이 죽었을 겁니다. 90억 인구를 대피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요.”
“나도 알고 있네, 만하임.”
‘코스텔린’이 조용히 말했다.
“난 그저, 우리에 대해 걱정하는 거야. 우리도 저 크리그인들처럼 비인간화 되어 가고 있다는 말일세.
‘허용 가능한 사상자’를 숫자로 다루는 데 너무 익숙해지면 위험해.
우리는 병사의 숫자로 된 이름 뒤에 그들이 학대받고,
고통 받고, 우리와 같은 인간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잊고 있어.
그들의 삶이 자네 말대로 그저 숫자뿐이라면,
우리마저 그런 시선을 갖게 된다면.. 누가 저 병사들을 돌보겠나?”
얼마나 지났을까?
철의 신들이 내려온 지 수 개월이 지난 느낌이었다.
영원할 것 같았다.
그 전의 평범했던 시간은 희미하게 느껴졌고 이미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기억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도...
미래는 이와 같이 끝없는 날이 반복될 것이다.
도시의 폐허를 속에서 등지고 14시간 교대, 목고 자고, 다시 일하기 위해 일어섰다.
고된 노동이 반복이 어떻게 일상화되는지, 인간의 몸이 얼마나 고통에 적응하는지, 그리고 마음은,
이대로면 미쳐버릴 것을 막기 위해 현재에 적응하려는 작용을 몸소 느끼니 놀라울 일이었다.
‘아렉스’에게 큰 곡괭이는 그녀의 팔 그 자체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녀의 한때 고왔던 손은 나무 손잡이 아래에 있는 굳은살로 변하고 있었다.
때때로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자신을 묶고 있는 족쇄를 풀고
최상층의 하얀 카펫이 깔린 침실과 식당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거라 설득하고 있었다.
그렇게 상상하며 그녀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입맞춤을 떠올렸다.
그렇게라도 상상하지 않으면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아렉스’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고 작업을 재개하라고 소리를 지르던 감독관의 시선을 끌고 말았다.
감독관은 ‘꾸물대지마라!’며 경고했고 그녀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거운 플라스크리트 덩어리를 들어올릴 수 없었다.
지친 체력의 가녀린 그녀에게 그것을 드는 건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잔인한 감독관은 손에 들고 있는 전기 몽둥이를 작동시켰으며,
‘아렉스’는 저에도 여러번 폭행당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 끔찍한 고통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그녀는 몽둥이질의 아픔 대신 성난 목소리,
난투극 소리를 들었고, 동료 노예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독관에게 달려드는 걸 보고 눈물을 훔쳤다.
그는 우락부락하고 잘생긴 얼굴의 남자였다.
그도 그녀처럼 아침의 중노동으로 인해 몸 곳곳이 흙과 분진으로 더러워진 모습이었다.
그 노예남은 겁먹은 감독관으로부터 지휘봉을 빼앗았고, 그것을 감독관에서 휘두를 만큼 단단히 화가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성을 되찾고 경멸하듯 무기를 땅에 내던졌다.
“저 여자는 지쳤어.”
그가 으르렁거렸다.
“우리 모두 지치고 배고파. 저 소녀를 잔인하게 학대한다고해도 달라질게 없어.”
그는 ‘아렉스’를 일으켜서 그녀의 입술에 물병을 갖다 대었다.
감독관은 정신을 차리고 지휘봉을 주섬주섬 챙긴 후 발끈하며 화를 냈다.
“테일러! 넌 3일 동안 식량배급 절반이야!
그리고 오늘 일은 ‘아마레스’한테 보고하겠어! 내 말 듣고 있나?”
“왜 그랬어요?”
단단히 화난 감독관을 보곤 ‘아렉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나 때문에 고생하게 됐잖아요.”
그녀의 구세주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 온 이후로 항상 고생이었죠.
적어도 모두를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했을 일이에요.”
“내 배급을 나눠줄게요.”
그녀가 약속했다.
“나 때문에 배고파하는 건 참을 수 없으니까.”
“그럴 필요 없어요.”
‘테일러’가 말했다.
“그저 체력을 보존해요. 노동을 못하게 된 사람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잖아요.
‘아렉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은 때론 이기적으로 행동할 줄도 알아야해요.
그리고 제 걱정은 하지마세요. 저 멍청이 감독관한테 지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요.”
“잠깐, 내 이름을 어떻게 할죠? 나는 당신 이름을 -”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군요, 그렇죠?”
아렉스는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고 시선은 흙먼지로 얼룩진 남자의
얼굴을 너머 금발을 지나 세월을 되짚어보려고 했다.
“아, 누군지 알겠어요.”
그녀는 드디어 남자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테일러잖아요. 당신 아버님은 해군 제독이고.”
“대제독이시죠.”
‘테일러’가 말했다.
“어쨌든 아버지께서는 절 군인이 아닌 정치인으로 키우고 싶으셨죠.
우리가 첫 데이트를 했던 날 기억나나요?
제가 당신에게 관심을 끌려고 별에 별 말을 다 했었지요.
물론 제가 천마디를 하면 ‘아렉스’ 당신은 한마디만 대답했었고.”
“그때의 일은 정말 미안해요.”
‘아렉스’가 말했다.
“그건 삼촌이 억지로 그..”
“압니다.”
‘테일러’는 그녀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도 당신은 총독 이야기를 많이 했었죠. 역시 억지로 선자리에 끌려나온게 맞았었네요.”
“우리 둘다 어렸던 거에요.”
‘아렉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철없던 시절이었네요.”
그녀가 덧붙였다.
“이젠 별 의미없는 과거죠. 그렇죠?”
‘테일러’는 그녀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짧은 대화였지만 ‘아렉스’는 긴장이 풀리고 힘이 솟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갔었고,
그녀의 마음 속 아주 작은 부분에 자신은 아직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해요.”
‘테일러’가 말했다.
“감독관이 친구들을 데려오긴 전에. 자, 제가 이 더미를 치우는걸 도와줄게요.
다음에도 지치면 내게 말해요.”
“그럴게요.”
‘아렉스’는 고맙다는 듯이 말했다.
노예들이 이렇게 잔해를 부수고 나르는 일은 철의 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금속을 함유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한쪽에 옮겨 놓아야했다. 건축자재든 보석이든 뭐든지 넣어야했다.
30분마다 ‘아렉스’와 ‘테일러’는 교대로 쓸모없는 석조 덩어리로 가득찬 손수레를 몰고 조용한 용광로에 부어야했다.
‘테일러’는 그녀보다 무거운 자재를 가득 담고 반대로 그녀에게는 부피는 크지만 무게는 가벼운 자재들을 담아주었다.
반면에 족쇄를 차고 일하는 그들 옆에서는 감독관들이 카드게임을 하며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렉스’는 감독관들(대부분 아마레스의 친구들)이 그녀보다 일을 덜하면서
더 많은 식량을 배급받는 다는 사실에 분개하기도 했다.
그녀는 다른 시민들이 고달픈 삶을 사는 동안, 최고층에서 호의호식하던 자신 또한 시민들의 분개를 받았을까 생각했다.
철의 신들은 히에로니무스 시티의 공고한 계급제를 뒤바꿨고,
아마도 그녀는 이런 고통이 자신의 업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 ‘아렉스’는 그녀가 살던 저택 욕실의 절반 크기의 더러운 방안에서
4명의 노예들과 함께 춥고 좁고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은 닫혔지만 피라미드에서 나온 녹색 빛이 여전히 창문 틈으로 반짝였다.
“이상하지 않나요?”
어느날 ‘테일러’가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가 철의 신들을 볼수 없다고 해도, 우리가 모은 저 잔해들을 가져가는 것 같지도 않아요.”
‘아렉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만약 금속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말했다.
“왜 금속을 모아라고 하는 거죠?”
“그저 우린 ‘아마레스’가 하는 말만 믿고 있잖아요.”
그녀는 감독관의 분노를 살지도 몰랐지만 멈칫하며 곡괭이질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테일러’를 응시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만약 그렇다면 우린 왜 이런 일을 하는거죠?”
“당신은 어떻게 여기 오게됐죠?”
그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관문에서 되돌아오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문이 닫혔다고 했었서요.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이 폐허에서 일하는 걸 봤고, 그 이유를 물었고, 그 사람들이 말했어요.”
“저는 놈들에게 발견됐었죠.”
‘테일러’가 말했다.
“그들이 말하길, 내가 함께 하지 않는다면 철의 신이 벌을 내릴 거라고 했어요.”
“그래도.”
‘아렉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저 끔찍한 힘 앞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안심은 되잖아요.”
“하지만 방법이 없다면요?”
‘테일러’가 속삭였다.
“철의 신들이 우리가 자신을 섬기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아마레스’의 말이 거짓이라면요?”
두 사람은 할 수 있는 작은 승리를 위해 행동을 시작했다.
그들은 쇠로 된 찌꺼기를 손수레 에 숨겨서 감독관들이 그들의 계획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했다.
날카로운 날붙이들을 몰래 싣고 ‘아렉스’의 네 번째 손수레가 감독관들이 모여있는 화로를 지나갔다. 그녀는
이렇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곧 심심한 감독관들이 그녀를 에워싸 심문하기 시작했다.
감독관 대부분은 40대의 중년남자들이었다. 그들은 면도도 하지 않은 채 더러운 얼굴을 한 전직 광부들이었다.
그들 중 한명이 ‘아렉스’에게 이름을 물었고 그녀는 거짓말이 들킬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을 견딜 수 없었기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감독관 하나가 그녀를 자세히 보고 뉴스에서 본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그게 다였고, 그녀의 정체가 들통나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그제서야 그녀에게 훨씬 더 관심을 표했다. 그들은 소녀가 총독의 스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화를 내며 부인하자 의심을 풀었다. 그들은 왜 그녀에게 도시 밖으로 도망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아렉스’는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고백할 때까지 얄팍한 변명을 둘러댔다.
하지만 결국 진실을 말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가장 깊은 비밀이 들통난 것에 서러워 눈물을 터뜨렸다.
파괴된 건물의 잔해 속을 헤치고 비틀거리던 기억에서 ‘소르손’의 거주구역이
벌레 떼에 파괴되던 걸 떠올렸고 그녀는 홀로 남았다는 외로움에 고통스러웠다.
감독관들은 ‘아렉스’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다. 그들은 이 귀족 아가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하층민에 대해 더 알고 싶어했다.
그들은 그녀의 연인에 대해 까내렸고 그녀가 ‘소르손’이 세상에서 가장 상냥한 남자라며 반박하자 박장대소로 화답했다.
“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딨지?”
그들이 그녀를 비웃었다.
“아가씨의 멋진 왕자님 말이야.”
“날 찾고 있어.”
그녀가 완강하게 말했다.
“소르손은 날 찾을 거고 날 구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거야.”
긴장한 그녀는 습관적으로 목걸이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역시 벌레의 습격에서 잃어버렸다는 걸 잊고 있었다.
벌레들이 습격하던 그날 밤 그녀는 코트 주머니에서 어머니의 유품이 사라졌다는 걸 깨닫고 다시 찾으러 돌아갔었지만
그 목걸이는 결코 찾을 수 없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감독관 중 한명이 동료들에게 물었다.
“아마레스한테 데려갈까? 총독의 조카님이 여기있다는 걸 알면 좋아할걸?”
감독관들은 그녀를 조롱하듯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동료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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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가 된 여주인공과
금발 양아치..가 아닌 금발 귀족남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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