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들은 초록빛의 근원에 가까웠다.
하늘을 밝히는 녹색 빛이 엄습할 대마다, 병사 ‘카웬’은 속이 메스꺼워짐을 느꼈다.
남은 세 명의 분대원들의 얼굴을 봐도 그와 같은 것을 느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방독면을 쓴 크리그 그레네디어들은 언제나처럼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아침 내내 빈 주택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카웬’은 악몽을 꾸느라 제대로 잠을
못잤고 한두 시간 정도 졸았을 때, 벽을 흔드는 강력한 지진의 떨림에 얕은 잠에서 깨어났다.
지진이 일어난 직후 크리그 중위는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그의 브리핑은 짧고 요점적이었다.
소대와 그 네 명의 신입 병사들은 도시의 중심부에 등장한 새로운 네크론 건축물에 대한 조사를 해야했다.
그러나 적들은 숫적으로 우세하기에 적과의 교전은 피하며 전진해야했다.
그들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상에 있는 행성방위군에서 야전사령부로 전달한 정보들은 그 괴물들은 하층부와 중앙부 주변에 집중적으로
출몰한다는 것을 시사했기 때문에 소대는 상층부에 도착한 후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면서 행군은 더디게 되었다.
그레네디어들은 정찰병들을 먼저 보내고,
네크론 순찰병들이 눈에 보이면 그림자 속에 녹아들어 적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들은 하루 중 딱 한번, 20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만 휴식을 취했었고, 병사 ‘카웬’은 발바닥에 물집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감히 불평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귀에 연결된 휴대용 통신기가 윙윙거리며 울렸다.
현재 앞서 나간 정찰병으로부터 소대장에게 보내는 통신이었다.
“목표물이 보입니다.”
1분 후, 그들은 고가도로 끝에 다다랐고, 그곳에는 세 개의 정거장 그리고 여섯 개의 리프트 장치가 있었다.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청찰병은 일행들이 오자 헬건으로 케이지 쪽을 가리켰다.
병사들은 리프트의 철창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 정거장으로 몰려들었고,
이쯤되자 ‘카웬’은 헛구역질 나는 반사작용을 억누르면서 눈을 가늘게 감았다.
그는 진심으로 구토를 하고 싶었다.
‘카웬’은 자신이 보고 있는 그 ‘목표물’의 힘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피라미드는 그들에게서 최소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그것의 막대한 크기는 훨씬 더 가까워 보이게 착시를 일으킬 정도였다.
주변의 고층 빌딩들이 파괴되어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높이를 추정하기는 어려웠지만,
대략 도시의 짧은 탑들만큼 높았다.
그 피라미드가 뿜어내는 녹색 불빛 속에서 ‘카웬’은 밑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밑바닥에 쌓여있는 거대한 도심의 파편 더미까지 볼 수 있었다.
피라미드는 매끄럽고 검은 돌로 만들어져있었는데, 지하에서 족히 수 천년의 시간이 흘렀을 구조물은
전혀 세월의 변화를 느낄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네 게의 면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대신 네모난 구멍에
녹색 불꽃을 일으키는 물체가 있었고 간헐적으로 튀는 불꽃은 검은 밤하늘을 환하게 빛내고 있었다.
‘카웬’과 그레네디어들이 보는 방향의 면으로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상징이 그려져 있었다.
동그란 원을 따라 그려진 직선들은 마치 태양을 상징하는 그림처럼 보였고 그 아래는
수많은 검은 관문이 있었는데 그 사이로 혐오스러운 녹색 빛이 나고 있었다.
‘카웬’의 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먼 거리였지만 분명 그 관문 앞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잔해더미 위로 몰려가 그것을 치우는 것처럼 보였고, 이상하게도 그 잔해들은 피라미드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메스꺼움에 그는 녹색 빛이 주는 불쾌감에 돌아서서 심호흡을 해야했다.
곧 나머지 소대원들도 뒤로 물러서자 그는 안도했다.
“우리의 목격 결과를 사령부에 보고했다.”
‘카웬’의 휴대용 통신기를 통해 중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령부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신호장치를 파괴하길 원한다.
나는 이 임무가 우리 무기의 화력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우며
그곳까지 도달할 분명한 방법 또한 없다고 보고했다.”
‘카웬’은 크리그 중위의 말을 듣고 정말로 기뻤다.
그가 절대 듣고 싶지 않던 말은 저 괴물같은 구조물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향한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위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일단 물러난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피라미드 내부를 통해서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소대는 행성총독의 자택이 틀림없는 고급주택에 도착하기 전까지 몇 킬로미터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걸었다.
총독의 자택에 도착했을 때는 당시의 급박한 대피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당수 가구들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카웬’은 하인들의 숙소로 추정되는 침실에 들어가 침대 위로 말그대로 쓰러졌다. 살면서 이렇게 고급지고
만족스러운 곳에서 휴식을 취했던적은 없었다. 모순적이게도 이런 끔찍한 재난 덕에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그는 잠을 잘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탈진한 몸은 바로 그의 눈을 감겼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꿈속에서 마저도 이글거리는 초록빛 속에서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그는 다음날 아침 늦게 일어났다.
그 후 세 시간 동안, 고가도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식당 창문 뒤쪽에 배치되었다.
그가 받은 명령은 이 고급저택에 접근하는 네크론을 저지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수행하면 목숨을 잃을게 뻔했기 때문에
‘카웬’은 교대시간이 되자 하염없이 기뻐 춤이라도 출 지경이었다.
그들은 해질녘에 떠나기로 계획했었다.
네크론의 중심부 깊은 곳으로 내려가지만 밤이라면 어둠 속에 몸을 쉽게 숨길 수 있을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웬’과 다른 세명의 분대원 동료들은 남은 오후 시간을 카드게임을 하며 오랜만의 여유를 즐겼다.
그들은 크리그 그레네디어들을 놀이에 초대했으나 모두들 그들과 함께 노는 걸 거절했다.
‘카웬’은 지금쯤이면 크리그 병사들과 조금은 친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분위기는
여전히 철벽같았고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크리그 병사들은 사적인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고,
밥을 먹을 때도 군용 레이션을 마스크에서 입까지만 들어올린 채 먹었다. 거의 이틀동안 함께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카웬’과 동료들은 크리그 그레네디어들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더 놀라운게 뭐냐면 크리그 병사들의 이름조차 몰랐다.
떠날 시간이 되었다.
그들은 다시 도시를 내려가기 위해 이동 했다.
40층 아래에 도착하자, 그들은 청제불명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걸 발견했고
곧 두 명의 그레네디어들이 그림자를 추적해 그것이 네크론이 아님을 확인했다.
보고에 따르면 끔찍한 공포를 피하기 위해 이 탑을 오르고 있었던 겁먹은 돌연변이였다고 했다.
크리그 중위는 돌연변이는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지시했지만
반대로 ‘카웬’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본의 아니게 도망치는 돌연변이들이 일행들에게 한 가지 호의를 베푼 상황이었다.
너무 필사적으로 위로 올라가려는 마음에 자신들이 만들어둔 방벽까지 부순 것이었다.
덕분에 소대는 손쉽게 돌연변이의 장벽을 통과 할 수 있었다.
굳이 장벽이 아니더라도 ‘카웬’은 이곳이 돌연변이의 영토인 걸 알 수 있었다.
썩은 악취가 진동하고 벽에는 낙서가 무성했기 때문인데,
그 중 많은 낙서들은 피나 날카로운 칼 따위로 그려진 것들이었다.
악취는 점점 심해져 그는 한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숨을 쉬어야했다.
이쯤되자 ‘카웬’은 평소 갑갑해 보였던 크리그 병사들의 방독면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한 시간 쯤 걷자 그들은 계단을 나와 작고 초라한 거주구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창문은 판자 따위로 막혀 있었지만 그중 썩은 나무판자를 볼 수 있었고 크리그 중위는 이곳을 소대의
보초지점으로 지정했고 남은 밤과 아침동안 불침번으로 돌아가면 피라미드 입구의 활동을 관찰하도록 명령했다.
‘카웬’은 불침번에서 제외되었기에 창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침상에 누운 채 밖에서 들려오는 끊임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그 괴물들이 바로 옆에 있는듯한 두려움 속에서 밤새 뒤척였다.
밤을 새고 꼬박 하루동안 이어진 보초들의 보고는 실망스러웠다.
그들은 피라미드로 통하는 관문에서 괴물들이 움직이는 패턴을 분간할 수 없었고 지난 25시간 동안
관문의 수비대는 절대 자리를 비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괴물들은 돌연변이들을 노예로 삼아 철처하게 근방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이 더러운 돌연변이에 대한 네크론의 목적이 뭔지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크리그 소대에게 그 또한 큰 난관이라는 점이었다.
‘카웬’은 중위가 이 사실을 사령부에 보고해서 이 미친 작전이 취소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는 곧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분대를 세 개로 나눈다.”
크리그 장교가 명령했다.
그는 셋으로 나눈 소대중 하나를 그들이 몸을 숨긴 건물의 복도로 내보냈다.
“두개 팀은 반대쪽에서 네크론을 공격해라. 최대한 많은 적들을 꾀어내야한다.
동시에 나는 내 팀을 이끌고 중앙을 통과해 관문으로 진입할 것이다.“
‘카웬’은 3일 전부터 크리그 소대와 배속되어 있었지만 그들의 ‘워치마스터’,
그러니까 분대장 크리그 병사를 따로 구별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 중 한 사람이 누구와 함께 모여야 한다고 따로 언질을 주기 전까지
그들은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카웰’은 ‘파벨’과 한팀이 되었고 나머지 두 행성방위병은 함께 복도쪽 분대와 한팀이 되었다.
가운데 서 있는 채로 남겨진 지휘대는 다른 병사들보다 체격이 좋은 크리그 병사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중위와 장교들은 대다수가 멜타건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때가 되서야 ‘카웬’은 7인조의 진정한 목적을 깨달았다.
자신들은 이전에 구울과의 전투에서 총검을 든 병사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중위는 자신들이 죽기를 바랬고, 크리그 그레네디어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북쪽에서 피라미드로 접근하도록 되어 있었다.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다가 다시 고가도로, 황폐한 다리를 발견한 후
그들이 있어야할 장소로 연결된 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그 다리는 피라미드 북쪽 고도를 평향하게 뻗어있었고
그레네디어들은 다리를 건너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카웬’은 위쪽을 보고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피라미드를 올려다본 후 자신의 호기심을 질책했다.
위에서 본 것 보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피라미드는 훨씬 더 무섭게 느껴졌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흐리게 만들고 지옥 같은 녹색 번개빛을 뿜어내는 그 위압감은
그를 창백한 달빛 속으로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카웬’은 어딘가에 네크론의 눈을 피해 피라미드에 접글할 수 있는 고가도로가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런 고가도로가 있더라면 진즉 파괴되었을게 분명했다.
이 괴물의 무덤에 접근하는 유일한 방법은 땅을 따라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카웬’이 그가 결코 가지 않기를 기도했던, 처음 발을 들여 놓은 최하층 구역은 그의 어린시절 내내 들어왔던 지옥에 관한 동화 속 묘사와 동일한 세계였다.
행성방위군과 정치인들이 포기한 세상.
도로는 발목이 깊게 패인 오폐수들이 가득했고 오래된 파이프에서 가스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온전한 벽과 건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돌연변이 특유의 역한 냄새가 사방에 풍겼다.
이것이 바로 그가 복무하는 행성방위군이 통제하는 ‘지하도시’의 세상이었다.
이것이 그가 사는 세상의 본 모습이었다. ‘히에로니무스 세타’의 본 모습말이다.
‘카웬’의 분대가 처음 택한 길은 잔해들로 완전히 막혀 있었다.
그들은 우회로를 찾아 한 블록은 둘러가야했고
마침내 북서쪽 구역에서 100미터도 채 떨어져있지 않은 피라미드의 옆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생명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카웬’과
크리그 그레네디어들은 우뚝 솟은 잔해더미를 뚫고 하나둘 엄폐하며 전진했다.
그들의 조용한 전진은 예상치 못한 두 마리의 괴물이 그들 앞에 있는 모퉁이를 돌면서 망쳐지고 말았다.
워치마스터는 부하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수신호를 보내고,
네크론이 그들이 몸을 숨긴 위치에서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놈들이 뒤를 돌았을 때
분대의 유일한 멜타건 단 한발로 두 마리 모두를 증발시켰다.
그리고 나서 세 번째 분대가 제 위치에 도착할 때를 기다리며 몸을 숨겼다.
일단 그들이 세 번째 분대의 보고를 받았을 때, 워치마스터는 분대원에게 전진하라고 명령했다.
‘카웬’은 피라미드의 앞쪽 모퉁이를 돌자마자 자신들이 관문을 지키는 네크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것이라 거의
예상하고 있었지만 관문은 어느정도 거리가 있었고 잔해 더미로 인해 네크론 수비대의 시야를 피해 전진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이 젊은 행성방위군은 난생 처음으로 라스건 대신 헬건을 들고 작전에 임하고 있었다.
라스빔의 화력으로 따지면 헬건은 라스건에 비해 훨씬 강력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라스건에 비해 헬건은 사거리가 짧았다.
그뜻은 그들이 네크론과 교전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가까이 접근해야한다는 뜻이었다.
마침내 그들이 마딱드린 적은 돌연변이 노예들이었다.
잔해를 헤치고 있었고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이미 ‘카웬’은 무기를 겨눈 상태였다.
그때 워치마스터는 그에게 사격을 자제시켰고 조용히 처리할 것을 명령했다.
분대장의 명령에 따라 두 명의 그레네디어들이 겁에 질린 돌연변이를 붙잡고 앙상한 목을 부러뜨렸다.
하지만 놈들 중 하나가 단발마를 질렀고
이 난투극이 적의 관심을 끌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긴장된 침묵 속에서 각자의 위치를 고수했다.
그들이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을 때 동쪽에서 전투의 소리가 들려왔다.
외계인 무기의 발사음이 ‘카웬’ 주위에 메아리쳤고 그는 엄폐를 하고 놀라 주위를 돌아봤다.
그가 공격을 받은 것은 그의 분대가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을 때, 그의 워치마스터가 ‘교전을 허가한다!’ 라며
통신기가 아닌 육성으로 소리를 지르는 걸 볼 수 있었다.
바로 네크론이었다.
처음에는 세, 네 마리 그리고 점점 숫자가 불어났다.
‘카웬’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돌연변이 노예 병사들이었다.
돌연변이들의 숫자도 그들의 주인만큼이나 됐다.
그는 자신의 분대가 얼마나 열세인가를 깨닫고 절망감에 목이 타들어갔다.
막상 교전이 시작되었을 때 두 가지 요소가 제국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피라미드의 관문 앞 주변은 잔해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기에 쏘는 족족 적에게 명중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그들보다 다른 분대가 먼저 발견되었기에 대부분의 네크론 수비대가 동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었다.
‘카웬’과 그의 동료들은 이렇게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을 충분히 이용했고 헬건의 라스빔이 네크론의 금속 몸체에 쏟아졌다.
하지만 ‘카웬’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헬건의 라스빔을 쏘고 있지만 단 한 마리의 네크론조차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그 이유가 유효사거리 밖에 있어서 라스빔의 에너지가 소실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앞에서 무기를 쏘는 네크론 위로 녹색 번개가 내려치는 걸 보면서 ‘카웬’은 절망적인 가설을 생각했다.
저 피라미드 구조물이 괴물들에게 무언가 힘을 공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레네디어 한명이 밝은 녹색 광선을 맞고 즉사했고 ‘카웬’은 잔해더미 뒤로 몸을 피했지만
그의 엄폐물을 향해 날아드는 빔의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됐어.”
분대가 적들의 주의를 끌었다고 판단한 워치마스터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뒤로 후퇴하며 계속 쏴라!
네크론을 관문에서 멀리 끌어내라!”
‘카웬’은 돌무더기 가장자리를 둘러보았고,
네 마리의 괴물이 줄지어 자신을 향해 전진하는 것을 보고 공포에 가슴이 뛰었다.
괴물들은 자신들 앞에 여섯 마리 돌연변이들을 고기방패로 내세우고 있었다.
확실히 그건 돌연변이들과 금속 괴물들 간의 관계가 수평적이지 않다는 걸 의미했다.
‘카웬’은 여섯 발을 쏴 돌연변이 두 마리를 쓰러뜨렸고, 나머지 네 마리는 다른 그레네디어의 사격에 쓰러졌다.
남아 있는 네크론들은 이제 계속 사격을 가하기에는 너무 가까이 접근해있었고 ‘카웬’은 다시 거리를 벌려 안전하게 사격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 내달렸다.
그는 두 개의 돌무더기 사이의 간격을 향해 전력질주했지만 녹색 번개가 그가 향하는 방향으로 가로질렀고
옆에 있던 그레네디어 한명이 그가 찜했던 자리에 몸을 엄폐하자
‘카웬’은 쏟아지는 외계인의 광선을 피하기 위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야했다.
그가 처음 출발했던 자리에 되돌아온 후 거의 네크론과 마주칠 뻔했다.
네크론들이 접근했을 때 그는 잔해더미를 돌아가서 최대한 몸을 사렸다.
적이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유일한 방법은 같은 더비 뒤에 몸을 피해서 괴물과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 잔해 더미를 사이에 두고 네크론과 같은 장소에 있었다.
그가 완전히 몸을 숨기기 전에 눈 앞에 네크론 하나가 더 나타났다.
놈이 고개를 뒤로 돌린다면 바로 들켜버릴 꼴이었고 ‘카웬’은 겁에 질린 채 숨을 죽이고 몸을 웅크렸다.
고맙게도 그들은 헬건의 총탄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그의 분대원들을 쫓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어린 병사는 이제야 한숨을 돌리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카웬’은 전에도 그렇고 항상 자신이 스스로 고립을 자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뱃속의 메스꺼운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고
어쨌든 오늘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거라 각오했는데 행운이 자신에게 왔음을 상기시켰다.
더 많은 목소리가 그의 귀에 꽂은 휴대용 통신기에 들려왔다.
두 명의 추가 전사자가 보고되고 있었다.
그러나 ‘카웬’의 마음은 분대원의 죽음에 무감각했다.
심지어 전사자 중 한명은 같은 행성방위군 분대였던 ‘파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감정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상황도 들을 수 있었다.
네크론이 전진하는 길목에 워치마스터가 매복해있다가 그의 멜타건으로 네크론에 공격을 퍼부은 것이었다.
마치 통신기로 듣기에 적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처럼 들렸고
제국군은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적들을 파괴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열세 마리, 열네 마리의 네크론을 관문에서 유인했다!
지휘분대가 전진할 기회를 주려면 우릴 뒤쫓는 적을 두 배로 늘려야한다!”
‘카웬’은 그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네크론들은..”
‘카웬’이 통신으로 대답했다.
“제가..”
그는 수많은 교전 통신들 사이에서 간신히 말을 할 수 있었다.
“유인하겠습니다.. 피라미드 가까이 접근해서 총을 쏠겁니다.
빠르게 도망친다면 지휘분대가 관문에 들어갈 수 있을겁니다.. 아마도..”
“황제께서 함께 하실거다, 카웬.”
워치마스터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의 희생에 답했다.
‘카웬’은 관문 가까이 접근했다.
그는 사실상 네크론들 틈바구니에 있었다.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잔해에서 네크론 일꾼들이 돌아와 작업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분명 그들의 전투병들이 두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적의 공격을 격퇴하리라
자신만만해서 복귀한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가 보기엔 네크론들은 너무 가까이 있었다. 원래는 위치를 감추고 총만 쏘고 바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는 네크론을 향해 총을 쏠 방법이 없었다.
그는 돌무더기를 향해 자신의 헬건을 겨누고 침착하게 총을 발사했다.
적이 돌무더기가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위치를 알아차리지 못하기 바라며 시도한 요행이었다.
다른 두발은 반대쪽 공중을 향해 쐈다.
‘카웬’은 곧바로 도망쳤고 녹색 빔이 그위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얼마나 많은 네크론들이 자신의 뒤를 쫓는지 돌아보지 않았다.
“워치마스터가 전사했다.”
그의 통신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복한다, 워치마스터가 전사했다. 남은건 나뿐이다. 이제 자네에게 달렸다, 중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황제께서 우리의 무가치한 희생에 자비를 베푸시기를..“
‘카웬’은 잔해 더미를 뛰어넘어 달리다가 자기 앞에 있는 형상을 발견하고 총을 조준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한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피폐한 몰골에 겁에 질린 인간이었다.
네크론들은 돌연변이 뿐만 아니라 인간들도 노예로 부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타박상을 입은 몸으로 플라스크리트 잔해를 망치로 깨부수고 있었다.
네크론의 노예인간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전 당신을 도울 수 없어요.”
‘카웬’은 비참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가능한 한 내게서 멀리 떨어지세요.
네크론들이 뒤를 쫓고 있고 당신도 휘말리게 될거에요.”
그러나 남자는 그 자리에 계속 서있었다.
‘카웬’은 답답한 마음에 그의 앞으로 뛰어가 그가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했다.
그 순간 남자의 초점을 잃은 남자의 눈이 생기를 되찾더니 들고 있떤 망치로 ‘카웬’의 머리 옆을 가격했다.
‘카웬’은 쓰러진 기억도 없이 땅바닥에 누운 채 정신이 들었다.
그의 머리에는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감각했고 그는 손 끝에 떨어트린 헬건의 촉감이 느껴졌다.
그는 총을 줍기 위해 일어서려했지만 머리조차 움직일 수 없었고, 목의 근육은 스펀지처럼 힘이 빠져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네크론들이 그의 주위에 있었고 금속으로 된 발로 옆에 있는 잔해더미를 밟고 있었다.
곧 ‘카웬’ 위로 네크론의 두개골이 나타났다. 그는 무기력하게 자신을 겨누는 총구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녹색 번개가 그 깊은 곳에서 불꽃을 튀기는 것을 보았다. 총을 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무기 주위에 일어나는 작은 스파크였다.
네크론은 잠시 그를 내려다보더니 몸을 돌려 그에게서 멀어졌고
‘카웬’의 배는 씁쓸하고 어지러운 웃음과 함께 들썩거렸다.
그는 황제에게 감사했다.
왜냐면 그가 소대에서 유일한 행운아였기 때문이다.
그가 쓰러진 이 순간에서도 통신기는 계속해서 작동하고 있었다.
‘카웬’은 눈을 감고 피라미드 방향에서 지휘대를 이끄는 중사의 분대가 쏘는 헬건과 멜타건의 총성을 들을 수 있었고
귀를 찢는 듯한 네크론들의 총성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군의 무기 소리가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생각했지만
곧 헬건과 멜타건의 총성은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최후의 헬건의 총성이 들리고 난 뒤 셀 수 없는 네크론의 총성이 들렸고 곧 통신기는 침묵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카웬’을 때려눕힌 인간 노예의 목소리였다.
“황제는 죽었어..”
노예는 히죽거렸다.
“우린 이제 새로운 신들을 맞이해야해..”
- - - -
이번화 요약
이전화에서 구출된 행성방위병의 시점.
개처럼 굴렀는데 결국 개죽음이었음.
그리고 네크론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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