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내려가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죽음에 대한 걱정과 다른 피난민들을 뒤로하고 떠나는 두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아렉스’에 대한 생각이 그를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그는 연인을 되찾아야했다.
그 외에 중요한 건 없었다.
그저 그녀를 찾기만 한다면 되었다.
그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가까운 거주구역 안에 괴물이 숨어있는 걸로 생각했고 그 소음이 멀리서 들린다는 걸
알아차리기 전까지 탈출로를 찾기 위해 얼어붙어있었다. 처음에는 복스 통신기 소리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도시의 비상 방송 시스템이라면, 어쩌면 도시의 전력이 복구되었을지 몰랐다.
만약 그렇다면 계단을 비상등이 켜졌을 것이다.
어쩌면 구조용 방송신호일수 있었다.
아니면 도시에 갇힌 시민들을 구조하기 위한 제국의 호송부대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는 기대감에 복도를 질주해 창문을 열었고 곧 끔찍한 소음이 그의 머리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고통의 괴음성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지만 어느새 조용해졌다.
이것은 구원의 희망 따위가 아니었다. 이 세상의 파멸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일 뿐이었다.
죽은 듯이 시원한 창턱에 이마를 대고 머리를 식히려했다.
라스건은 벽에 기대어 있었고 ‘아렉스’를 생각하며 이 절망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계속 그곳에 있었다.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여기 밖 어딘가에 있다. 그게 그가 계속 움직여야할 이유였다.
그가 고가도로로 나와 아까 전에 보았던 행성방위군의 반궤도 차량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는 해가 지기 전에 ‘아렉스’를 찾을 기회를 받기 위해 그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창문이 깨지고 고함소리가 들리면서 그는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까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위험을 피해 되돌아가려했지만 너무도 가까웠다.
작은 수준의 폭발소리에 주춤거리다가 마침내 모퉁이를 돌아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살금살금 앞으로 나아갔다.
폭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촉발시킨 원인은 아까 전의 그 소음이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좀비처럼 행동하던
생존자들은 이제 방화와 약탈을 일삼는 무법자로 변해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것들,
다른 이와 그들의 집을 공격함으로써 부당한 현실에 대한 억울함을 풀어내고 있었다.
‘소르손’은 가까운 곳에 쓰러진 반궤도 차량을 하나 더 볼 수 있었다.
그 차량은 뒤집어 진 채 불타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가지였다.
거의 평소의 두 배로 몸을 구부린 채 라스건을 꽉 잡고 폭동 구역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그는 덜덜 떨며 먼 모퉁이에 다다랐지만 폭도들의 눈에 띄지 않았고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상기했다.
‘아렉스’의 얼굴을 떠올리며 ‘소르손’은 집을 향해 계속 걸었다.
도시 중심부로 점점 들어가자, 더 많은 탑과 빌딩이 있었고 온전한 고가도로들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그런 고가도로를 따라 움직였다.
기대했던 행성방위군의 호송대는 없지만
장애물이 없는 고가도로를 수월하게 걷는다는 사실은 그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었다.
그는 더 많은 폭도들과 조우했지만 3개 블록을 통과하는 동안 횃불을 들고 뒤를 쫓던 한 명의 폭도를 제외하고는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폭도들을 피하는데 꽤 익숙해졌다.
그는 배가 고프고 목도 말랐지만 음식과 물을 찾아 헤맬 시간은 없었다.
그는 햇빛을 쫓고 있었다. 그러나 해는 서쪽 하늘로 내려가고 있었고 아직 그가 알아볼 수 있는
랜드마크를 찾지 못한 채, 도시를 천천히 잠식하는 어둠에 ‘소르손’은 몸을 사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는 고층빌딩들 사이에서 새로운 파괴의 흔적을 목격할 수 있었다.
곧 그는 또 다시 파괴된 거주구역으로 연결되는 고가도로에 자신이 서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괴물들과 마주친 것은 이 일이 있은 직후였다.
놈들은 3개 층 구역 밑에 있었다.
고리 모양의 고가도로를 따라 걷는 그 모습은 이전의 목격한 구울과 같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산 시체들이었다.
하지만 굽은 등이었던 구울과 다르게 완전히 똑바로 서서 걷고 있었고 인간의 피부를 뒤집어쓰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것들이 움직이는 모습과 발걸음 속에서 어젯밤 보았던 군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괴물들은 인간과 똑같이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의 총은 너무도 큰 것처럼 보였고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광산에서 보았던 돌기둥과 같은 녹색으로 빛나는 반투명한 총열에서는 불길한 기운마저 느낄 수 있었다.
‘소르손’은 금속 시체들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고가도로에서 숨죽여 기다렸다.
2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조심스레 밑을 내려다 봤고 놈들이 있던 아래쪽 고가도로는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밑에서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표지판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제국의 쌍두독수리 상징이
그려진 표지판은 굵고 검은 글씨로 201층 구역이라는 익숙한 글자가 적혀있었다.
‘소르손’은 이제야 자신이 목표와 가까워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몇가지 장애물만 통과할 수 있다면 ‘아렉스’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단호하게 라스건을 앞으로 겨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거주구역의 골목길로 빠지려 했었고 그의 동네의 뒤쪽을
향해 우회로를 찾기가 가능하다는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능숙하게 골목길을 돌았을 때 그의 앞에는 양쪽의 골목벽이 무너진 절벽이 있었다.
‘소르손’ 이곳에서 유일한 장애물은 괴물들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문제는 그의 계획에서 상정 외였다.
다시 뒤돌아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집의 방향을 가늠할 척도가 되어줄 탑이 필요했는
데 절벽과 함께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 기준점을 찾기 위해 다시 고가도로로 뛰어갔다.
다급한 생각에 그는 눈앞에 걸어가는 4마리의 괴물들을 포착하지 못할 정도였다.
무표정한 두개골 얼굴이 ‘소르손’을 향해 돌아가며 괴물이 녹색 빛을 내는 총을 겨냥했다.
‘소르손’도 화들짝 놀라 라스건을 꺼내들었지만 갑작스러운
놀람과 다급함에 손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라스건이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소르손’은 그 뒤 무릎을 꿇고 바닥을 더듬거렸지만
지금 와서는 늦었다는 생각에 그저 머리를 손으로 가린 채 벌벌 떨면서, 훌쩍거리면서 죽기만을 기다렸다.
그 후로 20초가 지났다. 여전히 그는 여전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을 때 그 시체괴물들이 그에게서 멀어지는 걸 보았다.
놈들은 ‘소르손’을 죽이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 더 굴욕적이었다.
그 시체괴물들은 그를 상대할 가치도 없는 벌레처럼 취급한 것이었다.
‘소르손’은 라스건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망설였다.
만약 무기를 떨어뜨리지 않았더라면, 그 시체괴물이 자신을 위협적인 존재로 판단했더라면..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다시 총을 집어 들어 앞으로 출발했지만 멀리가진 못했다.
더 이상 부인할 수 없었다. 거주구역은 철처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그 주위에 높이 뻗어있던 탑과 고층빌딩들은 쓰러져있었고 한때는 고가도로였던 것은 불안정한 다리로 변해있었다.
‘소르손’은 자동 택시 정류장 표지판이 우울하게 바람에 흔들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렉스..”
그는 생각했다.
이게 참혹한 풍경이 ‘아렉스’에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생각했다.
그의 동네에 도착한다면 그녀를 바로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풍경은.. ‘소르손’은 그녀가 분명 이곳이 이렇게 되기 전에 도망쳤을거라 확신했다.
그녀는 틀림없이 제때 탈출했을 거라고. 그의 마음은 그 외의 가능성은 절대 받아들이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여기서 찾을 수 없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아렉스’가 무사히 도망쳤다면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했을까?
‘소르손’은 몰랐고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피로감에 굴복했다. 그대로 주저앉아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당겼다.
그는 눈물이 날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눈물샘은 이미 말라있었다.
자신의 모습이 단순한 한심함을 넘어 비참해보이기까지 했다.
허탈감이 느껴졌다. 그는 그녀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움켜잡고 힘든 하루를 보냈고
이제 그 마짐가 희망들이 모래처럼 그의 움켜쥔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움직일 이유도 없었기에 어두워지는 하늘 고가도로 한가운데에서 그저 앉아있었다.
만일 순찰하던 시체괴물이나 구울이 나타나도 상관안했다.
그것들이 자신을 죽일거라면 ‘소르손’은 기쁘게 죽을 생각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머리 위에서 웅웅거리는 엔진의 소음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몇 분간 그 소리를 듣고 있다가 머리 위에서 들리는 소리라는 걸 깨달았고
이제는 밝은 빛이 그의 얼굴 위를 비추고 있었다.
‘소르손’은 몸을 사린 채 그 위에 낮게 떠있는 행성방위군의 군용 수송기의 검은 동체를 보았지만
그것에 구조 신호를 보내려고 할 때에는 이미 서치라이트가 지나간 후였다.
그런데 왜 멈춰있지?
‘소르손’은 밤의 추위를 느꼈고 이제 피난처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밤하늘은 초록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마치 그가 광산에서 보았던 빛처럼.
그는 처음에 비행선의 서치라이트가 만들어 낸 빛이라고 착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늘 전체를 매우며 북동쪽을 향해 잠식해나가고 있었다.
광산에 있던 기둥과 같은 녹색, 그 시체괴물이 들고 있던 총과 같은 녹색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는 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수송기의 소리가 다시끔 커졌다.
그것은 ‘소르손’이 몸을 피한 건물 위에서 빙글빙글 맴돌았고
이전보다 훨씬 엔진음이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수송기가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비행선은 마침내 ‘소르손’과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고가도로에 착륙했다.
그리고 엔진이 꺼지기 전부터 그는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때 첫 번째 병사들이 내려왔고 그는 깜짝 놀라 달리던 발걸음을 멈출 정도였다.
그들은 그가 어젯밤에 보았던 해골마스크의 병사와 같은 모습이었고
긴 군용코트에 호흡장치를 달고 있었다.
‘소르손’은 생각했다.
저 병사들이 행성방위군의 비행선을 타고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들은 무언가를 찾는 듯이 흩어져 부산하게 움직였고 그 중심에서
검은 피부에 민머리를 가진 사내가 작고 검은 기계장치를 들고 수색을 지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붉고 톱니바퀴의 형상이 그려진 예복과 움직이는 보조 동력팔을 보건데
화성에서 온 테크프리스트가 맞았다.
병사들은 ‘소르손’이 서있는 방향으로 걸어왔고
그들 중 한명이 질문하기 전까지 그는 도망친다는 생각조차 하고 있지 못했다.
“우린 갈색머리에 녹색눈을 가진 백인 여성을 찾고 있다.”
“아렉스!”
‘소르손’이 소리쳤다.
“아렉스를 말하는 건가요?”
병사가 질문한 인상착의는 어떤 여자에게도 맞아 떨어질 수 있었지만
왠지 그는 그것이 ‘아렉스’를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군인들은 그의 코앞에 서있었고 ‘소르손’은 지난밤 그가 놓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어깨에 그려진 연대의 번호, 그리고 군모에 새겨진 제국의 아퀼라 상징이었다.
“혹시.. 제국방위병인가요?”
그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사람..입니까?”
“헨릭 총독의 조카딸을 찾고 있다.”
“아뇨.. 저도 걔를 찾고 있었습니다. 전..저는 당신들이 그것들인 줄 알았어요.
당신이 쓰고 있는 가면들을 보고.. 당신들이 괴물인줄 알았어요.”
병사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소르손’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에 반응하듯 머리를 조아렸다가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지만 ‘소르손’은 더 많은 걸 알아야했다.
그는 제국방위병의 뒤를 쫓아 그의 어깨를 잡았다.
“잠깐만요!”
그가 외쳤다.
“어떻게 그걸 알죠? ‘아렉스’는 살아 있는건가요? 혹시 걔가 연락을 -”
번쩍이는 녹색 빛과 함께 그의 말은 무의식적인 비명소리에 묻혀졌다.
눈앞의 제국방위병은 ‘소르손’이 광산에서 봤던 ‘서비터’처럼 몸이 융해되어있었다.
그는 금속 방독면 안에 있는 텅빈 죽은자의 눈을 볼 수 있었고
그 안에 무표정한 인간의 얼굴이 섬광처럼 빛나는 녹색빛에 번쩍였다.
‘소르손’은 충격과 두려움 속에 근육이 수축해지는 걸 느꼈다.
시체괴물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들의 중화기가 불안정한 녹색 광선을 쏘며 제국군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즉각 반격을 개시했다.
그들은 라스건으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일부는 더 큰 중화기로 괴물들을 상대했다.
확실히 그 중화기는 적을 상대로 훨씬 효과적이었다.
테크프리스트가 비행선 뒤로 몸을 숨기는 걸 봤다. 동시에 시체괴물 두 마리가 폭발하는 총을 맞고 산화했다.
‘소르손’은 또다시 겁에 질려 도망치려했지만 그 광경을 본 제국방위병이 그를 막아 세웠다.
“어디로 도망갈 생각이지?”
병사는 화가난 듯 으르렁거렸다.
“네 녀석도 무기를 들고 있지 않나? 황제폐하를 위해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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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의 남주 안습 2개 포인트
네크론 워리어를 보고 쫄아서 라스건을 떨어뜨린 주인공.
그리고 그걸보고 '에휴 병.신' 한숨쉬며 그냥 갈길가는 네크론.
네크론과의 싸움이 벌어지자 도망치려는 우리의 겁쟁이 주인공.
그러나 그를 붙잡고 "도망치지마! 맞서싸워!"를 시전하는 크리그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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