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여파가 히에로니무스 공항까지 이르렀다.
사무실의 창가에 서서 커미사르 ‘코스텔린’은 첫 번째 지진을 느꼈다.
행성방위군의 훈련장교들은 아침부터 밀려드는 신병들이 줄을 맞춰 서도록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곧 지진의 떨림이 가라않았다.
그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커미사르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공항까지 울리는 지진은 아침부터 시작된 폭파작업이라고 생각했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생각보다 오래 반복된다고 생각했지만
새벽부터 시작된 작업은 지금까지 계속 지진을 일으켰기에 그의 감각은 무감각했다.
곧 전보다 더 크고 강한 두번째 지진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커미사르조차 균형을 잡기 위해 창턱을 잡아야했다.
이쯤되자 그는 이 지진이 범상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코스텔린’이 186번 대령의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그가 오늘의 첫 손님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헨릭’ 총독을 앞에 두고 대령의 보좌관들은 복스 통신기로 보고를 주고받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확인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쓴 보좌관이 자료더미를 분리하며 말했다.
“우리 측 삼각측정에 따르면 두 지진의 진앙은 -”
‘코스텔린’은 그가 데이터 슬레이트에 손가락을 가리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히에로니무스 시티 중심부입니다.”
186번 대령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헨릭’ 총독에게 고개를 돌려 질문했다.
“이 도시가 전에도 이런 지진이 있었소?”
‘헨릭’ 총독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내가 이곳에 살면서 이런 지진은 처음이오. 내 생각에는 -”
“그럼 원인을 알아봐야겠군.”
186번 대령이 ‘헨릭’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 네크론이란 녀석들이 원인일지 모른다, 중위. 도시의 최근 위성사진을 내게 보내주게.”
“알겠습니다, 대령님. 함선에 연락하겠습니다.”
‘코스텔린’은 위성사진이 올 때까지 대령과 대화를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보좌관에게 위성사진이 전송되면 보고해달라고 한 후 집무실을 떠났다.
그는 이 지진에 대해 불길한 추측이 가득했지만
위성사진이 오기 전까지 생각을 이야기하는 건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가 아는 186번 대령은 근거 없는 주장은 검토조차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헨릭’도 커미사르를 따라 집무실을 떠났다.
그는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자신이 배제된 회의가 영릴 걸 우려해
행성방위군 장교에게 대령의 집무실 앞에서 대기하도록 명령했다.
40분 후 ‘헨릭’ 총독은 ‘코스텔린’의 집무실을 찾아왔다.
그는 참을성 있게 커미사르가 우려하는 지진의 원인과 현 상황에 대해 들었고
커미사르가 잠시 침묵하던 기회를 잡아 그의 진짜 목적을 시작했다.
“우리 병사들도 도시를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총독이 말했다.
“알다피시 우리 병사들의 라스건은 구울에게 상대도 안되고 있소.
오늘 아침에만 두 개 분대가 전멸했고 함께 갔던 수송기도 추락했지.
하루종일.. 실종자 명단만 들여다보는 상황일세. 내가 말하는 건 이 도시에서 중요한 사람들에 관한거야. 대기업 대표들,
자선가, 귀족들 말일세.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수의 주요인물들이 최상층에 거주하고 있기에 미처 대피하지 못했어.”
“나도 크리그 연대의 전투 보고서를 읽어봤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제게 도움을 요청하시려는거군요.”
“커미사르 당신은 우리에게 필요한 물자를 가지고 있소.
무기들 말이오. 나는 그저..”
“제게 대령을 설득해 크리그 병사들을 구조대로 투입해달라고 말씀하시는 거잖습니까?
총독님, 제가 대령에게 말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령은 결국 거부할 겁니다.
또 제가 얼마나 그에게 요청한들 연대 군사작전의 최고 결정권자는 186번 대령 본인입니다.”
“대령, 그래.”
총독이 말했다.
“우리 둘 다 첫 만남부터 서로 좋지 않게 시작한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그를 설득할 자리만 마련해준다면 좋겠네.”
“중재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거로군요.”
확실히 총독의 요구는 커미사르의 입장에서 부당한 요구는 아니었다.
“물론 병사들을 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그게 안되면 저 멜타 무기라도..”
“대령은 그럴 바에야 병사들을 빌려줄 겁니다.”
‘코스텔린’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무기들은 연대의 귀중한 자산입니다. 게다가 현재 보급으로 충당할 수도 없는 형편이니까요.
이런 말을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제가 보기에 총독님.."
"..아까 전부터 개인적 이유로 구조대를 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늙은 커미사르의 노련한 통찰력에 총독의 손이 무릎 위에서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그의 굳은 시선은 잠깐 ‘코스텔린’에게 향했고 그다음 ‘헨릭’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는 군복 주머니에서 작은 복스 통신기로 보이는 물건을 꺼내 커미사르의 책상 위로 올렸다.
“내 조카 때문이네..”
그는 실토했다.
“이름은 ‘아렉스’야. 정전이 일어나기 전에 실종되었었는데.. 만약을 대비해서 목걸이에 추적장치를 심어뒀었네.
두 번이나 보낸 내 구조팀은 전멸했어. 그게 다일세.. 생존 확률이 낮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난 그 아이가 살아있다고 믿어. ‘엔진시어’에게 부탁해서 추적장치를 다시 만들었네. 하지만
여기에 있으면 추적신호는 추적하지 못해. 그 아이가 있는 곳 가까이 접근해야 되는 상황이라네.”
“알겠습니다.”
‘코스텔린’이 대답했다.
“어젯밤 그 애가 마지막으로 어디 있었는지는 알고 있어.
거기에 가기만 한다면 기계가 추적을 시작할거야. 제발 이렇게 간절히 부탁하네, 커미사르.”
“총독님의 요청을 대령에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늙은 커미사르가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헨릭’총독은 고마워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힐끗 확인했다.
“보통 위성사진 전송은 얼마나 걸리나?”
“지금쯤이면 끝났을 겁니다. 크리그 장군들이 회의를 진행할거구요.”
“그럼 뭘 기다리고 있나? 우리도 작전실에 들어가야지.”
“대령은 우리에게 통보해주기로 한 겁니다.”
‘코스텔린’이 대답했다.
“연대 장군들끼리 정보교환이 끝나면 그다음 우리도 세부정보를 받아볼 수 있을겁니다.
아마 다음에 186번 대령을 만나게 되면 알 수 있겠지요.”
커미사르 말대로 정확히 30분 후 총독은
186번 대령과 함께 전술 홀로그램 지도를 볼 수 있었다.
“이게 도데체 뭐요?”
‘헨릭’이 질문했다.
“내가 보기에.”
186번 대령이 말했다.
“이 건축물들을 본적이 있소, 총독?
어제 위성사진에서는 없던 것들이오.”
“뭐가 말이오?”
‘헨릭’이 소리쳤다.
“난.. 난 저런 건물을 도시에 허가한 기억이 없소.
원래 저 구역은 고층 탑과 빌딩이 있어야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이건 말도 안돼..”
“피라미드군.”
커미사르 ‘코스텔린’이 말했다.
“검은 피라미드, 확실해.”
그는 손가락을 뻗어 홀로그램을 속 척도 수치를 훑어본 뒤 그것의 크기를 계산했다.
최소한 200개 상점이 있어야할 부피, 피라미드 한면의 너비는 거의 1키로미터에 육박했다.
“하지만 하룻밤만에 어떻게 이런게 지어질 수 있단 말이오?”
“지하입니다.”
‘코스텔린’이 침울하게 말했다.
“저건 지하에서 솟아오른 겁니다. 제 추측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 도시는 네크론의 무덤 한가운데 지어진 겁니다.”
“그러면 아침부터 있었던 그 지진들은..”
“저 피라미드 때문이었던 거겠지요.”
‘코스텔린’이 대답했다.
“지표면을 통째로 폭발시켰다고 봐야겠군.”
대령이 말했다.
“저 피라미드는 도시의 한 구역을 날려버릴 만큼의 가공할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저 빛나는 건 뭐요?”
‘헨릭’이 피라미드 끝에서 녹색으로 빛나는 무언가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것에 대해 보고받은바는 없소.”
대령이 말했다.
“에너지 코어..”
‘코스텔린’이 홀로그램 지도에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피라미트 끝에서 쉼없이 반짝거리고 있군요. 표면을 따라 연결된 게 보이십니까?
막대한 에너지를 어딘가로 전송하는 듯해 보입니다.”
“마치 전력 발전소같군.”
‘헨릭’ 총독이 덧붙였다.
“아니면 저 네크론이란 것들이 동족에게 보내는 구조신호일지도 모르네.”
“구조신호이길 빌어야겠군.”
대령이 말했다.
“그 말은 즉슨 놈들이 가진 전력이 우리 예상보다 훨씬 낮다는 뜻일테니.”
“놈들의 지원병력이 오기 전까지.”
대령이 말했다.
“테크 프리스트를 대동해 이 기술을 분석하도록 한다. 이 작전은 81번 대령의 협조를 받기로 하겠다.
81연대의 그레네디어 소대가 테크 프리스트와 함께 가까이 접근, 에너지 공급이든 구조신호든 간에 그걸 해제한다.”
“이단심문청에 도움을 요청해야합니다, 대령님.”
‘코스텔린’이 말했다.
“우리에게는 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단심문청을 통해 과거 네크론과의 교전 사례를
넘겨받아 놈들의 약점을 파악하는게 급선무입니다. 물론 약점이 없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이미 협조요청은 마친 상태네, 커미사르.”
대령이 말했다.
“필요한 만큼 정보는 받았네. 우리의 적은 네크론이 확실하다.”
“그럼 병사들을 투입하는 거요?”
‘헨릭’이 물었다.
“그렇진 않소, 총독.”
“우리의 주요 작전은 여전히 봉쇄요. 적 주위로 강철의 방벽을 만들었소.
이제 그걸 닫을 계획이지. 저 구조물이 원래 있던 자리로 밀어버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할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히에로니무스 시티’는 놈들의 무덤이 될거요.”
대령의 말에 ‘헨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령의 말뜻을 이해했고 곧 자신의 수도 도시가 철처히 파괴될 것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회의실에 앉아 대령과 커미사르 그리고 그들의 보좌관들이 적합한 포병의 전개 위치와 보급로 확보를 논하는 걸 그저 안절부절하며 구경할 뿐이었다.
그는 결국 회의실을 떠났지만 ‘코스텔린’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그때 커미사르는 그가 뭘 해야할지를 눈치채고 대령에게 말을 걸었다.
“한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습니까, 대령님?”
그가 최대한의 예의를 담아 말했다.
“‘헨릭’ 총독은 대령님께서 인정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행성방위군을 통솔하고 있습니다.
행성의 지도자로서 시민들과 많은 고위 관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요.
제 말은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에게 더 많은 것들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소녀를 구하는 건 대령님께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일이겠지만 총독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앞으로의 원활한 작전을 위해서라도 총독과 우린 신뢰관계를 맺어야합니다.
대령님께서 조금만 호의를 베푼다면 총독은 우릴 신뢰할 겁니다.”
커미사르는 대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황제를 위해 싸우는 일에도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수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 말이다.
그래도 그의 전임자는 이런 일에 관해서는 커미사르를 신뢰하곤 했었다.
그리고 이 신임 대령도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그의 주장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듯 보였다.
“아직까지도.”
‘코스텔린’이 말했다.
“외벽 밖에 적은 보이지 않고 많은 그레네디어 부대들이 싸우지 못해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은 규모의 구출작전이라도 명령한다면 병사들은 기뻐할겁니다.”
“1개 분대야.”
커미사르의 설득이 크리그 대령의 마음을 움직였다.
“8시간 동안만 ‘헨릭’ 장군에게 그레네디어 분대 하나를 빌려주겠네.”
‘코스텔린’의 대령의 호의에 감사하며 이 기쁜 소식을 총독에게 전해주려 자리를 떠났다.
그는 총독이 돌아오면 대령이 뭐라고 말할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잠재적으로 ‘코스텔린’은 한명의 목숨을 위해 무고한 병사들을 희생하는 꼴을 만들었지만
그것에 대한 걱정 또한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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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커미사르의 협상 노력에 박수를
몸컨디션이 안좋아서 오늘 번역은 한개만해여 ㄲㄲ
'워해머 소설 번역 > 데드맨 워킹 Dead Men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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