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하늘이 밝아오고 밤의 그림자가 걷히고 있었다.
동이 트는 ‘히에로니무스 시티’의 고가도로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
햇빛에 고가도로의 파란색과 회색의 페인트 색을 구별할 수 있게 되자
병사 ‘카웬’은 마침내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분대는 현재 도시 외곽에 있었다.
9명의 지친 병사들과 용감한 ‘플라스트’ 중사는 임무를 마치고 관문으로 후퇴 중이었다.
그들의 옆에는 이동 중에 합류한 시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관문 사이에는 100층이나 떨어져있었다.
해가 뜨기 전까지 ‘카웬’은 절대 제시간 내에 도시를 빠져나올 수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벽 햇빛 속에 있는 지금 그는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내 긴 밤이 끝났다.
그리고 그것이 가져온 끔찍한 악몽도 이처럼 쉽게 떨쳐낼 수 있기를 바랬다.
병사 ‘카웬’의 나이는 올해로 19살이었다. 그는 3년간 행성방위군에 복무 중이었다.
16살이었던 청년은 이 세상을 지키고 싶다는 열망으로 자원입대했다.
그가 어릴적부터 어머니는 누군가는 이곳의 돌연변이를 통제해야하고 선량한 시민들이
안전하게 살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었다.
그 말을 듣고 자라던 어린 ‘카웬’은 생각했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이다.
진심으로 그는 군인이란 자신의 직업을 즐겼다.
행성방위병으로서 월급과 복지로 어머니와 함께 9개 층 위에서 좋은 주택을 얻어 살 수 있었고,
그 이후 돌연변이에 대한 어머니의 불평은 멈췄다.
그리고 ‘히에로무스 세타’는 쭉 평화로웠다.
그것이 ‘카웬’의 많은 동기들이 제국 방위군으로 입대한 이유였다. 고향에 외부의 위협이 다가오는 걸 막기 위해서
그들은 자원했다. 그건 작년에 있었던 하층구역의 식량 폭동을 진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4시간 전까지만 해도 ‘카웬’은 잔해더미에서 피부가 잘려나간 피투성이 시체를 뒤지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 죽은 희생자들을 마주해야했고 그들 또한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청년들임을 알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도 새벽의 빛도 그 끔찍한 광경을 지워주지 못했다.
그 참혹한 이미지는 그의 눈꺼풀 뒤에서 마음속의 작고 세세한 틈마다 숨어 그를 자극했다.
“저 건물들을 수색한다.”
‘플라스트’ 중사가 거주차단선 양쪽에 있는 건물들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밑으로 내려갈 길을 찾아야해.”
‘카웬’에게 있어 상사의 명령이 이렇게 반가웠던 적은 없었다.
그는 가까이 있는 건물의 대문에 다가갔고 라스건의 개머리판으로 자물쇠를 부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실내를 라스건으로 겨냥하며 한발자국 내딨었다.
그러자 작은 회색 쥐 한 마리가 끽끽대며 낯선 침입자를 위협했다.
‘카웬’이 놀라 쉿쉿 거리자 쥐는 어두운 복도를 따라 도망쳤다.
밑 구역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지만 예상대로 각종 가구들로 막혀있었다.
누군가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위협을 막기 위해 설치한게 분명했다. 그러나
바리게이트들은 조잡한 의자와 책상 따위를 대충 쌓아둔 수준이었다.
‘카웬’은 한 손으로 의자 하나를 집어당겼는데 생각보다 가볍게 빠지면서 탁자도 함께 끌려나왔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 만큼의 큼을 만들 수 있었다.
스스로 만족하며 ‘카웬’은 이 소식을 중사에게 전해야겠다고 생각하곤 몸을 돌렸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문으로 다가간 순간 동료들의 고함소리와 총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를 듣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동료들이 적의 습격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적과 맞서 싸워야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4시간 전 보았던 그 끔찍한 시체가 떠올랐다.
‘카웬’은 혼자 살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고 싶었지만 양심은 그의 전우를 버리고 갈 것을 허락치 않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들이 탈영죄로 처형당했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으실까 생각했다.
결국 승리한 건 그의 양심이었다.
한발짝 더 앞으로 나아갔고 또 다시 한발짝 앞으로, 마침내 문 앞에 이르러 용기를 내 밖을 내다 볼 수 있었다.
작전 전에 ‘카웬’은 얼굴이 금속으로 된 구울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지난 4시간 동안 그 괴물들이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했었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현실은 그의 상상보다 더 끔찍한 것이었다.
구울들이 그의 분대원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줄지어진 건물의 양쪽 끝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10마리였다.
고가도로 한복판에서 그의 동료들은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 라스건을 쏘고 있지만
라스빔은 그 괴물들에게 별다른 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곧 건물 정찰을 하던 나머지 분대원들이 지원을 위해 가세했다.
여럿이 구울 하나를 노려 집중사격을 가하자 적은 쓰러졌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다른 숨어있던 사냥꾼들이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려 먹잇감을 덥쳤고
구울이 입고 있는 썩은 살점 망토가 벌럭였다.
‘카웬’은 살해당하는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라스건을 겨눴지만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는 손 때문에 제대로 총을 쏠수가 없었다.
‘모두 죽었어!’ 그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플라스트’ 중사님, ‘가로웨이’, ‘톤달’ 모두 이미 죽었어! 오인사격은 무시해도 돼! 연사로 쏘는거야!
‘카웬’은 라스건의 발사모드를 연사로 설정하고 동료들의 비명소리를 무시한 채 적을 향해 갈겼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했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총구가 식어버렸고 탄창 배터리가 방전됨을 알 수 있었다. ‘
카웬’은 심장이 얼어붙었다.
고가도로에서 모든 분대원들을 제거한 구울들은 이제 건물에 숨은 저격수를 제거하기 위해 뿔뿔히 흩어지고 있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카웬’의 배터리 탄창이 손에서 떨어졌다. 분명 재장전을 하려고 했는데 겁에 질려 떨리는 손은
진정되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탄창을 줍기 위해 라스건마저 내려놓고 그는 허둥지둥했다.
그때 문간에 구울 하나가 서 있었다.
죽은 이의 악취가 먼저 그의 코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탄창이 빠진 라스건을 엉겁결에 다시 주워들고 ‘카웬’은 총검을 겨눴다.
물론 단단한 저 금속 괴물에게 총검따윈 통하지 않을 것이란 건 알았다.
그 순간 눈앞의 구울이 폭발했다.
아무런 예측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카웬’이 볼 수 있었던 건 그 괴물의 금속 몸체가 불에 타고 녹아내리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역한 가죽 냄새에 매캐한 냄새까지 더해지자 ‘카웬’은 눈조차 뜰 수 없을 만큼 따가워
배터리 탄창이 마지막에 떨어진 지점을 향해 손을 뻗어 허우적 댈 뿐이었다.
그는 눈물이 글성한 눈으로 한 때 구울이 서있던 자리에 서있는 형체를 보았다.
그리고 그 형체가 금속의 해골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카웬’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터뜨릴 뻔했다.
* 크리그 그레네디어 - 연대의 정예보병으로 고성능 헬건과 카라페이스 갑옷으로
무장함.크리그 일반 보병과 달리 해골로 장식된 금속 방독면을 쓰고 있다.
하지만 눈물을 터뜨리기 직전 그것이 쓴 투구에 제국의 상징인 쌍두독수리가 그려진 걸 볼 수 있었다.
그는 진정할 수 있게 숨을 몰아 내쉬었다. 그를 놀라게 만든 해골은 단순한 방독면이었다.
끝에 연결된 긴 호스와 가죽 가방 속에 있는 독특한 기계를 보건데 그것이 산소여과기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섭게 생긴 외관에도 불구하고 ‘카웬’은 그 병사가 제국방위병이라는 걸 확신했다.
병사는 멜타건을 들고 있었고 ‘카웬’은 그가 구울을 쓰러트린 남자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제국방위병은 마치 한심하다는 듯이 무릎을 꿇고 있는 ‘카웬’을 한동안 내려다봤다.
그리고 곧장 뒤돌더니 무기를 다시 발사했다. 멜타건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카웬’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계속했다.
배터리 탄창을 찾고 라스건을 주워들었다.
녹아내린 은빛 쇳물을 뒤로하며 밖으로 나왔을 때 ‘카웬’은 상황이 급변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해골 방독면을 쓴 제국방위군 1개 소대가 동쪽에서 등장해 3배의 숫자로 구울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단지 그 소대 병사들 중 일부만이 멜타건을 들고 있었지만 나머지 병사들이 ‘헬건’으로 불리는
고출력 라스건으로 무장한 걸 볼 수 있었다.
‘카웬’은 그 무기를 딱 한번 훈련소 시절 써 본적이 있었기에 잘 알수 있었다.
확실히 ‘헬건’은 구울들에게 효과적이었다. 라스건에도 멈추지 않던 놈들이 헬건의 화력에 눈에 띄도록 주춤거리는게 보였기 때문이다.
구울들의 무기는 오직 손톱 뿐이었고 곧 두 마리가 온몸이 벌겋게 벌집이 된 채 쓰러졌다.
‘카웬’은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과 용감한 구원자들에게 감사해했다.
그러나 그의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윙윙 거리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굉장한 폭발음이 터지는 걸 들었기 때문이었다.
곧 고가도로의 구울의 수가 4배로 늘어났다. 불과 몇 초 만에 5마리였던 구울들이 20마리로 늘어나있었다.
‘카웬’은 어디에서 괴물들이 등장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어느순간 놈들은 그 자리에 있었다.
여전히 제국군의 화력에 구울들은 압도당하고 있었지만 이젠 순전히 숫적 우세로 반격하고 있었다.
구울 중 일부는 파괴된 동족을 집어 들고 해골 방위군의 라스빔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로 사용했다.
지능적인 괴물의 행동에 ‘카웬’은 얼어붙어 있었지만 제국방위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교전을 계속했다.
그의 시선에 죽은 ‘플라스트’ 중사의 시체가 보였다. 아군이 쏜 멜타건에 빗맞아 그의 시체는 불타고 있었고
한 병사가 쏜 미사일의 파편에 시체는 산산조각났다. ‘카웬’의 입술이 좌절과 분노로 떨렸다.
‘플라스트’ 중사는 좋은 사람이었고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그의 시신은 이런식이 아니라 존경을 담아 매장되어야 했다.
비록 괴물의 금속 몸에 라스빔 대부분이 튕겨나갔지만 ‘카웬’은 라스건을 쏘며 괴물을 견제했다.
괴물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카웬’은 제국방위군들이 분명 후퇴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을 깨고 크리그 병사들은 총검과 칼을 빼들어 구울들을 향해 돌격했다.
‘카웬’은 그들의 용기에 감탄했다. 병사들은 괴물의 날카로운 발톱에 압도당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플라스트’ 상사와 분대원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괴물과 합을 겨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울들은 더 빠르고 강했다.
첫 번째 제국방위병이 쓰러졌고 그의 심장은 금속 손톱에 관통당해 있었다.
하지만 병사는 괴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양손으로 팔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발사된 아군의 멜타건 화염에 함께 녹아내렸다.
‘카웬’은 이것이 그들의 전술이었음을 깨달았다.
저 병사들은 괴물과 백병전으로 승리하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었다.
10명의 병사들은 망설이 없이 아군의 시간을 벌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 것이었다.
또 다른 구울이 폭발과 함께 녹아내렸고 나머지 한 마리도 헬건의 십자포화에 쓰러졌다.
파워소드를 든 병사가 부상 입은 구울의 목을 치고 다음 목표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아보는 사이 ‘카웬’은 병사의 발밑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튀어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카웬’은 “조심해!” 라고 외쳤지만 검을 든 병사는 반응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단 2초만에 사망했고 그 다음 나머지 병사들이 헬건으로 죽은 동료의 복수를 했다.
혼전 속에서 지하에서 솟아나는 적의 등장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제 ‘카웬’은 이 악몽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건물의 창가에서 번쩍이는 섬광을 볼 수 있었다.
‘카웬’의 분대원 두 명이 살아남아 라스건을 쏘고 있었다.
그들도 라스건이 괴물들에게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오직 구울들에게 제대로 유효타를 줄 수 있는건 멜타건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구울들도 이 사실을 깨달았다고 느꼈다.
놈들이 헬건의 화력은 무시한 채 멜타건을 든 제국방위병을 골라 공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곧 헬건을 쏘던 나머지 제국방위병들이 멜타건을 든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검을 빼들어 구울들을 막아섰다.
‘카웬’이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구울 한 마리가 병사들의 저지선을 뚫고 멜타건을 든 병사를 공격했다.
발톱을 막기 위해 병사는 손에 든 무기를 쳐들었고 두동강 나는 연료통과 함께 구울과 폭사했다.
‘카웬’의 문간과 불과 몇미터 떨어진 곳에서 또다른 방위병이 뒷걸음질치며 무기를 쏘고 있었다.
그가 조준한건 그를 밑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구울 한 마리였다. 두발의 멜타빔이 목표를
빗나갔고 괴물은 뛰어내려 병사를 난도질했다.
‘카웬’은 그를 구하기 위해 총을 조준했지만 희생자가 괴물을 가리고 있었기에 쏠 수가 없었다.
곧 병사가 사망하면서 문제는 해결됐고 행성방위병의 라스건 연사에 구울 역시 사망했다.
‘카웬’은 지금 황제께서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격렬한 전투 한가운데에서 주인을 잃은 멜타건이 불과 몇 걸음 앞에 있었다.
그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 몇 명의 생명을 구원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그가 해야할 일은 멜타건을 들어 적에게 표적이 되는 걸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지금은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쓴 괴물이나 살이 발려 죽은 시체를 떠올리면 안된다고.
지금 용감하게 싸우는 해골 투구를 쓴 제국방위군에게 용기를 보여야했다.
‘카웬’은 달려가 멜타건을 주워들었다.
그의 심장은 갈비뼈를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고 손바닥의 흥건한 빰에 하마터면 무기를 떨어뜨릴 뻔 했다.
그는 무기의 작동법을 알기 위해 1미터 정도 떨어진 구울의 시체를 겨냥했다.
놈은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카웬’은 위험을 무릎쓰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기가 오작동했다고 생각했다.
그가 상상했던 멜타건의 총소리는 작았고 쉬쉿거리는 소리가 전부였다.
그러자 만족스러운 폭발과 함께 구울 시체의 금속 몸이 녹아내렸다.
‘카웬’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만족감을 느꼈다.
어깨에 총을 견착하고 죽기 전에 최소한 구울 두 마리는 죽일 수 있게 해달라 기도했다.
적과 아군이 뒤섞인 백병전 속에서 목표물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저기 제국방위병들을 쏘지 않은 거란 보장이 없었기에 주저했다.
반면 건물 위에서 저격 중인 그의 두명의 분대원들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구울에 사로잡힌 병사들에게 분대원의 라스빔이 쏟아졌다.
어차피 곧 구울의 손에 죽을 두 명의 제국방위병이 아군의 오사에 쓰러졌다.
하지만 ‘카웬’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양 방면에서 제국방위군을 뚫고 구울 두 마리가 접근했다.
그는 그중 어느것을 먼저 조준해야할지 당황했다.
결국 주저하다 왼쪽의 구울을 조준했을 때 남은 하나에게 살해당할거라고 직감할 수 있었다.
적어도 죽기 전에 한 마리는 쓰러트릴 결심을 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겁에 질려 눈을 감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고 그렇게 이를 악문 ‘카웬’의 두 번째 멜타빔이 공중을 갈랐고...
... 최후의 한발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그때 누군가 놈의 뒤를 총검으로 후려쳐 쓰러뜨렸고 기회를 잡아 ‘카웬’은 영거리에서 구울의 머리를 쏴 마무리 할수 있었다.
끔찍하게도 구울은 몸의 절반이 녹아 쇳물이 뚝뚝 떨어지면서도 일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괴물의 녹색 안구 소켓이 빛나며 ‘카웬’을 노렸다.
그러자 반쯤 녹아버린 왼쪽 다리가 부러지면서 괴물의 몸은 땅으로 쓰러졌다.
‘카웬’은 아직 죽지않은 자신을 발견했고 오른쪽 구울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황해하며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구울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멜타건의 쉿하는 소리와 라스건의 발사음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뒤늦게 느낄 수 있었다.
전투가 끝난 것이다.
이제 구울들은 없었다. 죽거나 부상당한 것들 뿐.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 뜻은 즉슨 적들은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힘을 기른 후 언제든지 땅 아래에서 그 구울들은 일행을 습격할 수 있었다.
머뭇거리며 ‘카웬’은 앞으로 걸어갔다.
처음에 10명이었던 해골 마스크의 제국방위병들은 고작 4명 밖에 남지 않아 있었다.
“누가 너희 부대를 이끌고 있지?”
‘카웬’은 방독면을 쓴 병사들 중에서 누가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지 시선을 맞추는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중위 계급장을 단 제국방위병이 있었다. ‘카웬’은 검고 탁한 방독면의 고글을 올려다보곤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플라스트 중사님이십니다, 중사님.”
그가 말했다.
“하지만 전사하셨습니다. 방금 중사님께서 그분의 시체를 태워버리셨고..”
“그의 마지막 명령은 뭐였지?”
“도시를 탈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이제 불가능해.”
중위가 대답하며 손가락으로 관문 쪽을 향해 가리켰다.
아까 전부터 그를 신경 쓰이게 만들던 폭발음과 진동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그는 장교가 말한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구울들을 상대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만 것이다.
‘카웬’의 입이 빠짝 타들어갔다.
“통성명을 하도록 하지.”
그 해골 방독면의 장교가 말했다.
“ 크리그 제81 보병연대 그레네디어 부대 제 1소대 지휘관 4432 – 9801 – 2265 페스타 중위다.
자네 부대는 지휘관이 전사한 관계로 내가 지휘권을 이어받도록 하겠어.”
‘카웬’은 그게 요청인지 명령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말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카웰’의 살아남은 분대원 ‘파벨’은 그의 복스 통신기로 행성방위군 사령부와 교신 중이었다.
‘카웰’은 사령부의 지휘관이 누구던 간에 4명의 행성방위군을 구하기 위해 구조대를 보낼 사실은 기대하지 않았다.
이미 도시에는 같은 곤경에 빠진 수 백개의 분대가 있을 것이고 아마도 더 많은 숫자의 민간인들이 있을 것이다.
크리그 병사들 중 키가 크고 마른 병사가 응급처치함을 들고 부상자들을 찾고 있었다.
두 개의 군용 서비터가 함께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부상자나 전사자의 장비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웰’은 크리그 의무병이 숨이 붙은 부상자를 발견 한 뒤 기도를 읊고 부상자를 살해하는 걸 목격했다.
의무병이 살아있는 부상자의 머리에 라스권총을 쏜 것이다.
그리고 살해한 병사의 장비들을 벗겨져 서비터에게 양도되었다.
현재 크리그 소대는 13명이 전사했고 20명도 채 안되는 인원만 남아있었다.
크리그 의무병이 쓰러진 ‘카웰’의 분대원을 발견했다.
구울의 끔찍한 공격에서 부상을 입고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크리그 의무병은 부상당한 ‘카웰’의 동료에게 다가가 팔에 주사를 놓았다.
처음부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웰’이 의무병의 의도를 알아차릴 때까지는 몇 초가 걸렸다.
“그만하십쇼!”
그가 전력으로 달려가며 저지했다.
“내 친구한테 무슨 짓을 하는겁니까!”
“이미 죽은 녀석이다.”
“알고 있습니다.”
‘카웬’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보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야해. 혈액은 충분히 채취했다.”
의무병은 서비터에게 피가 가득 찬 혈액팩을 건넸다.
“네 전우에게 이 피는 쓸모가 없어. 하지만 황제를 섬기는 이의 소중한 목숨은 살릴 수 있다.
죽은 네 전우도 이렇게서라도 마지막까지 황제를 섬기고 싶었을거다.“
‘카웬’은 그의 논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죽은 시체들에서 피를 채취하는 걸 계속 지켜볼 마음도 없었다.
도데체 저 인간들의 정체가 뭐지 라고 생각했다.
저 병사들은 구울 만큼이나 죽은 자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의무병은 ‘카웰’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카웰’은 자신이 멜타건을 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데 잠시 시간이 걸렸고 다소 꺼림직한 마음으로 무기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그 무기는 다른 크리그 병사에게 배분되었는데 그들의 대화에서 이 의무병의 진짜 계급을 들을 수 있었다.
크리그의 병사들은 그 의무병에게 ‘병참장교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가 서비터에게 손짓하자 죽은 크리그 그레네디어들의
헬건은 살아남은 ‘카웰’과 분대원 3명에게 지급되었다.
중위는 병력을 집결시켰다.
“도시는 봉쇄되었다.”
그가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우리가 의무를 다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의 임무는 이 길을 따라 지상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중위가 분명 사령부와 연락을 취한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가 통신을 하는 건 보지 못했지만 ‘카웰’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복스 통신기는 다른 병사가 메고 있었기에 아마 개인 통신장치를 썼으리라 추측했다.
드디어 시체가 즐비한 고가도로를 빠져나올 때 ‘카웰’은 적의 위험에서 벗어났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자 엄습하는 불안감이 마음을 덮쳤다.
그는 정체불명의 지휘관과 불편한 태도를 지닌 병사들, 신뢰하기 힘든 이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또다시 폭발의 진동이 고가도로를 흔들리게했다. 그것은 ‘카웬’의 희망을 무너뜨리는 소리였다.
무사히 도시 밖으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 그와 함께했던 분대원 대부분도 죽었다.
그는 여전히 살아있었고,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는 도시 밖으로 나가는 대신 그 중심지로 향해 걷고 있었고, ‘카웰’은 이 새로 합류한 동료들이
이곳에서 죽기 위해 걷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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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그 연대 이놈들 완전 미친 놈들 같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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