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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소설 번역/데드맨 워킹 Dead Men Walking

16. 대탈출

by 맥주수염 2022. 1. 23.

원 번역본은 이쪽으로

 

 

‘소르손’은 아침 햇살에 잠에서 깼다. 멀리서 총성이 울렸다.

 

밖을 내다보니 텅 빈 고가도로가 보였고 자동 택시만 덩그러니 쓰러져 있었다.

그는 지금이 몇 시 인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원래였으면 고가도로는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북적거렸을 시간이다.

한편 ‘웨버’는 창가에 꼬꾸라져 깊게 잠들어 있었다.

 

 ‘소르손’은 그를 흔들어 깨웠고 두 사람은 음식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왜냐하면 첫째, 두 사람 모두 무진장 배가 고팠고 둘째,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할지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 것보다 코앞의 일부터 해결하는게 쉬웠기 때문이었다.

 

집 안 냉장고는 비어 있었다.

아마도 원래 주인이 피난을 떠나면서 가져갔을 확률이 높았다.

 

두 사람을 식량을 찾기 위해 주위를 탐색하다 꽤 근사한 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웨버’가 앞장서서 건너편 주택의 잠긴 문을 부쉈고 그곳엔 이미 주인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젊은 여성이 두 아이와 함께 옹기종기 숨어 있었다.

 

아이들과 엄마는 낯선 두 남자의 난폭한 등장에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웨버’와 ‘소르손’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래도 세 모자의 비명은 몇 분간 더 지속되었다.

 

‘웨버’는 진정이 된 여자에게 괜찮다면 함께 움직이자고 제안했다.

 

원래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소르손’은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밝은 햇빛 덕에 어젯밤보다 용기가 생겼고

무엇보다 여자로부터 도시 외벽이 1킬로미터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용기를 주는 태양의 가호와 함께한다면 1시간 이내에 도시 외벽에 도착이 가능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였다.

 

“우린 어젯밤에 병사들과 같이 도시를 빠져나가려 했어요.”


여자가 설명했다.

 

“하지만 외벽 리프트가 작동하지 않았죠. 병사들은... 최하층을 통과해야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돌연변이가 가득한 그곳을 지나가야한다는게..”

 

그녀의 말에 ‘소르손’은 낙관적 희망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다섯 사람은 집안과 복도에서 구한 음식으로 오늘의 첫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소르손’은 여자가 했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요.”


그가 말했다.

 

“여기에 계속 머무는게 나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담엔 구조되기를 기다려?”

 

‘웨버’가 비웃었다.

 

“그렇다면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려야할 거다. 병사들이 총독의 딸을 먼저 구할 거고. 그 다음에는 총독의 친구들,

그 다음에는 지지자들을 구조하겠지. 우리 같은 서민들은 구조계획의 맨 밑바닥에 있을테고.”

 

“제가 한번도 도시 밖에 나가 본적은 없지만.. 그러면 최하층 말고도 밖으로 나갈 방법이 있을거에요.

게다가 제 생각엔 그 괴물들이.. 최하층에서 온 것 같다구요.”

 

“하지만 지금은 쥐죽은듯이 조용하잖아?”


‘웨버’가 말했다.

 

“일단 낮 동안은 움직이다가 해가 지면 어제처럼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는게 나아.”
 
‘소르손’은 침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어제 보았던 군인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 군인들은 어제 보았던 구울이나 ‘웨버’가 묘사한 금속 벌레와는 생김새가 달랐다.

 

그들이 함께 움직이는 행동을 보건데 확실히 지적능력이 있는 인간이었고 그것이 그를 두렵게 만든 원인이었다.

 

 ‘소르손’이 확실히 본 것대로 그들이 그날 밤 잠도 자지 않고

계획을 세우고 도시를 수색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웨버’ 말이 맞았다. 이곳은 안전하지 않았다.

이 도시 안에서 그들은 전혀 안전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소르손’이 말했다.

 

“여기서 외벽과 가까우니 일단 그쪽으로 가도록 하죠. 지금쯤이면 외벽 리프트가 작동할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순 없지만요. 일단 차근차근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어떤 일인지 그냥 머릿속에서 생각하던 말이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버’는 ‘소르손’의 의견에 동의했고

전 가게 주인의 우호적인 표정에 안도를 하며 ‘소르손’은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고가도로는 조용했지만 ‘소르손’은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며 걸었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잠시나마 셈솟았던 용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는 자신이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어젯밤 도시를 파괴한 흔적을 찾는 건 오래걸리지 않았다.

‘소르손’은 곳곳에 파괴된 고가도로를 볼 수 있었다.

 

 ‘소르손’은 저 붕괴된 고가도로는 저멀리 보이는 탑과 같이 자신들과 상관없는 곳에 있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자 어제 그가 도망쳤던 거주구역과 비슷한 장소가 있었고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 한 구를 볼 수 있었다.

 

 ‘소르손’은 눈을 떼고 싶었다. 하지만 가죽을 뒤집어쓴 구울일 가능성이 있었고

시체를 계속 주시하며 가야만 했다.

 

그러나 절대 시체에 가까이 갈 생각은 없었다.
 
이에 ‘웨버’는 시체와 잔해더미를 우회하자고 제안했다.

우회로 인해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릴테지만 ‘소르손’은 안도했다.

 

우회로에는 더 많은 시체들이 있었다. 근육과 뼈가 드러난 시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도 생존자들이 있었다. 밤을 틈타 몸을 숨긴 이들은 ‘소르손’과 ‘웨버’ 뿐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치 좀비처럼 힘없이 축늘어진 생존자들은 어젯밤의 일을 겪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두 사람은 생존자들을 통과했다. 피로 물든 옷을 입은 생존자들은 희망찬 시선으로 ‘소르손’을 쳐다보았다.

아마도 그들은 ‘소르손’이 지시를 내려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소르손’은 그럴 성격이 아니었고 그저 자신의 한심함에 부끄러울 뿐이었다.

 

그렇더라도 ‘웨버’는 달랐다. 생존자들을 부추기지도, 낙담시키지도 않았다.

어느새 두 명이었던 그들은 '웨버'의 제안에 작은 생존자 집단이 되어 뚜벅뚜벅 걷게 되었다.

 

그렇게 이동하던 중 그들은 고가도로에 파괴된 행성방위군의 반궤도 차량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무기를 약탈 중이던 터프한 젊은 남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겁먹은 약탈자는 라스건을 겨누며 ‘소르손’ 무리를 위협했는데

라스건을 실수로 발사하고 말았다. 다행히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라스건의 총성이 고요한 도시를 따라 메아리쳤다.

‘소르손’은 도망치고 싶었고 반대로 ‘웨버’는 그는 겁먹은 젊은 남자를 설득하는 걸 시도했다.

 

 

몇 분 뒤 ‘소르손’은 왜 ‘웨버’가 무모한 행동을 했던 것인지 알게 되었다.

‘웨버’가 원했던 건 병사들의 무기였다. 그는 자신의 라스건을 습득하고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양손으로 라스건을 쥐고 어깨에 견착하고 스코프를 따라 눈을 가늘게 뜨고 여러차례 조준자세를 연습했다.

 

 ‘소르손’은 그에게 “이러다간 괴물들에게 노려질 거에요!” 라고 항의했지만 전 가게주인은 상관없다는 듯 

여분의 배터리 탄창을 챙기며 “이미 그런 상황이야. 너도, 나도, 여기 모두가.” 라며 반박했다.

 

라스건은 모두 합해 4정이 전부였다.

더 많은 라스건이 있었지만 모두 고장나있었다.

확실히 '소르손'은 무기가 생기니 안전함이 느껴지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차량 옆에 그을린 채 쓰러져 죽은 구울을 볼 수 있었다.

어렵긴 하지만 라스건으로 구울을 죽이는 건 가능했다.

 

무기를 찾기 전에는 괴물을 만났었다면 생존의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웨버'의 기지 덕분에 현상황이 나아졌다는 것을 납득해야했다.

 

무장을 끝낸 생존자들 사이에서 쓰러진 군용차량을 타고 이동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군용차량의 운전법을 아는 이들이 없었고 설상가상 일행인 여자가 엔진을 켰을 때 비정상적으로 삐그덕거렸다.

결국 ‘웨버’는 도로에 잔해가 많고 운전이 가능한 사람도 없으니 차량은 포기하자는 결론은 내렸다.

 

노인 한명이 도로를 배회하며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그는 ‘황제는 죽었고, 제국의 부패한 권력들이 히에로니무스 세타를 포기했다’며 설교했다.

 

어제였다면 저 노인은 이단의 죄로 체포되어 처형당했을 것이다.

최소한 지나가던 사람들이 노인을 구타하고 침을 뱉었겠지.

 

하지만 오늘 같이 불확실한 여정을 떠나는 피난민 무리 속에 있던

 ‘소르손’은 노인의 주장이 틀렸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다.

 

탑이 하나 있었다.

 

오직 단 한 개였다.

 그 너머로는 하늘만 보였다.

 

먼지와 연기로 목메이고 각지의 파괴로 수 천개의 화재연기가 보이는 하늘이었지만

그래도 ‘소르손’은 그 광경이 무척 반가웠다.

 

 ‘소르손’은 다시 희망의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희망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그의 일행들이 비틀거리며 멈춰섰다. 그들의 앞에는 거대한 장애물들이 있었다.

상층부의 고가도로가 무너져 그들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발을 딛고 있는 고가도로의 지지대는 충격에 무너져 가파른 경사를 그리며 기울어 었었고

마치 옆의 큰 빌딩은 철거작업을 했던 것처럼 불안하게 도로 옆에 쓰러져있었다.

 

 

‘소르손’은 경사의 끝으로 다가가 대담하게 밑을 내려다보았다.

만약 이대로 내려가려면 긴 줄이 필요해 보였다. 설사 지금 밧줄이 있다고 해도

 20층이나 아래에 있는 잔해더미로 내려가는 건 어려워보였다.

 

그들은 더 이상 이동할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결론을 내렸다.

 

마지못해 ‘웨버’는 사실상 그룹의 리더의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면서

밑으로 내려갈 다른 길을 찾아 뒤돌아 갈 것을 제안했다.

 

여전히 그는 온전한 탈출로는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누가 들어도 확신이 결여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기진맥진한 피난민들을 다시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만했다. 일부는 지쳤기에 그냥 그 자리에 남는 걸 택했다. 

 

‘소르손’ 일행은 이제 7명으로 줄었다.

그들은 또다른 주거구역을 발견했고 사람들이 만든 바리게이트를 허물었다.

 

 4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의 시체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신 사이에는 라스건 3정이 있었다.

시체의 오싹함에 몸을 떨며 ‘소르손’은 자신이 라스건을 들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40분을 더 걸었다.

‘소르손’은 이제 어느 층까지 내려왔는지 헤아리지 못했다.

두 번재 바리게이트가 모습을 보였고 지친 몸으로 해체를 시작했다.

 

그것은 철조망으로 보강되어 있었는데

‘웨버’는 몇 초마다 한번씩 자기 손을 베는 철조망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조심스럽게 그것을 제거했다.

한편 ‘소르손’은 발이 너무 아파 잠시 계단에 휴식을 취했다.

 

바리게이트 해제 후 무리는 흩어져 버려진 주택에서 식량을 수집했다.

모두가 배부르게 먹기에는 부족했지만 7명은 수집한 음식을 균등하게 분배했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들이 식사하는 그곳의 벽은 집집마다 욕설과 외설스러운 낙서가 가득해있었다.

그건 그들이 지상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소르손’은 거주지를 빠져나올 때 눈 앞에 펼쳐질 또다른 참상에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를 반긴건 따뜻한 햇빛이었다.

 

너무나 많은 건물과 탑들이 무너져 햇빛 한줌 없던 하층 구역이 태양빛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건 상층과 다를바 없는 풍경이었다.

 

몇몇 초라한 행색의 사람들이 그들의 길에서 잔해 더미를 뒤지고 있었지만 우려하던 돌연변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르손’은 아마도 하층의 돌연변이들이 관문을 통해 일찌감치 도망갔거나 행성방위군들에 의해 모두 사살되었을 거라 생각했다.

 

 불행하게도 안도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왜냐면 또다른 건물 잔해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몸과 마음이 지쳐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더 이상 우회로를 찾을 시도를 하기에는 지쳐있었다.

 

노력하면 보상이 있을 거란 희망조차 사라진 느낌이었다.

 

“다른 방향으로 갑시다. 분명히 거긴 길이 있소.”

 

‘웨버’가 힘없이 말했다.

 

“여기서 북쪽이나 남쪽쯤에 길이.. 근데 뭔가 이상해.. 저것들 우연히 파괴된게 아니야.

누군가 우릴 가둬놓으려고 수작을 부린 것 같아. 반중력 차량이 있으면 다 해결될텐데.

젠장, 그 총독 따님은 우릴 비웃으면서 비행기를 타고 튀었겠지만!”  

 

혼란과 분노를 토해내는 ‘웨버’의 하소연이 고가도로에 메아리쳤다.

 

“‘헨릭’은 딸이 없어요.”

 

‘소르손’은 정신이 팔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딸이든 조카든 상관없어.”

‘웨버’가 말했다.

 

“그 년이 누구였든지 간에..”

 

“내가 얘기 안했었나? 어제 금속 벌레 떼를 본 친구 이야기하면서 말야.

벌레들이 습격하기 전에 총독의 가족으로 보이는 여자를 봤었다고.”

 

“그런 말은 한적 없었잖아요!”


‘소르손’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혹시 그 여자가 -”

‘소르손’이 다급하게 물으려는 찰나..

 

총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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