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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소설 번역/데드맨 워킹 Dead Men Walking

8. 카놉텍 스캐럽

by 맥주수염 2022. 1. 23.

원 번역본은 이쪽으로

 

 

그녀는 방금 전까지 낯선 이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를 불신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미아가 된 느낌이었다.

 ‘아렉스’는 혹시나 눈이 마주치면 근처에 있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까봐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이며 계속 걸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대규모 정전이라는데.. 옆 구역도 그렇고.. 윗 구역도 그렇다는데.. 불빛이 안보여..”

 

 

그 말을 듣자 갑자기 그녀는 자기 집과 멀리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고가도로의 모든 무인 자동차들은 발전소에서 구역마다 공급하는 전기로 작동했었다.

그런데 지금 정전으로 모든 게 멈춰버렸으니 리프트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계단을 찾는다고 해도 얼마나 걸어야 최상층으로 갈 수 있을지 막막해졌다.

 

정 힘들다면 공무원을 호출하면 됐다. 도시 공무원의 공무차량은 자체 동력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화가 잔뜩 난 ‘헨릭’ 삼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한다는게 문제다. 그 상황에서

그녀가 어떤 거짓말로 둘러대도 삼촌은 총독의 권력으로 ‘가출’의 원인 제공자를 찾으려 할 것이다.

 

‘아렉스’는 스스로에게 진정하라고 수차례 생각했다.

지금은 정전이지만 곧 도시 관리부가 전력을 재공급할 것이다.

사람들의 말대로 상층 구역 또한 정전이라면 빠른 시간 내에 이 문제는 해결 될 것이다.

 

그동안 그녀는 ‘소르손’의 집을 찾을 생각이었다.

택시가 멈추기 전 그녀는 홀로그램 지도를 통해 그의 집이 이 근처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소르손’의 집에는 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몸을 덮은 코트를 단단히 움켜쥐고 그녀는 연인의 집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통계적으로 이 구역은 어제 겪은 그 끔찍한 사태의 최하층보다 훨씬 안전한 곳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전으로 인한 어둠은 그녀를 무섭게 만들었다. 그녀 주위의 사람들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어두웠고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범죄자처럼 느끼도록 만들었다.

 

구석의 창문과 벽마다 물방울들이 사람들이 밝힌 전자기기의 불빛으로 번쩍거렸는데

그녀가 보기에는 어제 목격한 돌연변이의 붉은 눈을 생각나게 했다.

 

본능적으로 ‘아렉스’는 어제처럼 착용하던 어머니의 목걸이를 숨겼다.

 

그녀의 앞에 드디어 ‘소르손’의 집이 보였다.

몇 분만 더 걸으면 따뜻한 집 안에서 안전하게 연인을 기다릴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때 새로운 그림자가. 

 크고 불길한 그림자가 그녀의 머리 위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녀가 저녁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그건 그냥 움직이는 뭉게구름처럼 보였다.

검은 구름이었지만 평생에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은 본적이 없었다.

 

 

아니, 구름이라고 보기에는 훨씬 크고 뭔가 비정상적이었다.

그 구름은 고층 빌딩과 타워 사이를 움직이며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구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아렉스’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수만 마리의 벌레 무리였다.

 

온몸의 소름이 끼치면서 ‘아렉스’는 뒷걸음질 쳤다.

벌레의 무리가 또 다른 무리와 합쳐지면서 족히 수십만 마리는 되어보였다.

벌레 무리는 마치 성난 검은 파도처럼 구역의 밑에서부터 용솟음쳤고

그녀는 도데체 무엇이 저 벌레들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건가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느낀 가장 큰 의문점 하나. 

벌레의 날갯짓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정도 규모의 날벌레 무리라면 도시 사방이 날갯짓 소리에 파묻혀야 하는게 정상이다.

그것이 ‘아렉스’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쳐했는지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생각보다 더 가까이 벌레 무리가 있었다.

지금은 어두운 밤이었고 정전까지 일어난 상황.

벌레의 날갯짓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아렉스’는 자신이 이 벌레 무리들과 얼마나 거리를 두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곧 주위 사람들도 그녀가 본걸 보았고 고함을 치기 시작하고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은신처를 찾기 위해 아무 가게나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이 벌레들이 더 주위를 맴돌지 않고 이곳으로 돌진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것들은 그녀 쪽으로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뒷걸음질 쳤지만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그 끔찍한 것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뇌는 도망쳐야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동시에 그녀가 보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공포로 인해 쉽사리 움직이지 않던 다리가 겨우 움직였다.

 

하지만 ‘아렉스’는 도망치면서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겁이 났다.

겁에 질린 사람들과 함께 그녀는 도망치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에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길을 발견했고 가까운 거주 지역으로 달렸다. 사람들 사이를 억지로 통과해 넓은 계단 밑바닥에 다다랐지만

오르기도 전에 옆으로 밀려났다. 계단 꼭대기에서도 이미 사람들은 아비규환이었다.

 

집집마다 문이 잠기고 창문의 셔터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겨우 도망쳐온 이곳에서 그녀가 숨을 곳은 없어 보였다.

 

당황한 그녀가 뒤를 돌아봤을 때 놀란 가슴에 소스라쳐야했다. 벌레의 무리 중 일부가 분리되어 그녀가 있는

거주지로 날아들었고 그 무리가 아닌 벌레 하나하나의 형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벌레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의 갑각은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큰 쥐 정도의 크기였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컸다.

 

무엇보다도 그 벌레들은 날고 있었지만 날개는 보이지 않았다.

벌레들이 본격적으로 먹이를 향해 날아들자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렉스’는 자신이 이 대혼란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 징그러운 벌레들은 그녀 주위 온사방에 있었다.

 

 그중 한 마리가 날아들며 그녀의 드레스를 찢고 피부를 긁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바스락거리며 무언가를 갉아 먹는 소리뿐이었다.

 

뜨거운 고통으로 ‘아렉스’는 몸에 붙은 그 벌레를 떼어내려 했고 그녀의 시도는 벌레를 흥분시켜 팔을 물리게 만들었다.

힘껏 때린 주먹에 결국 벌레가 쓰러졌지만 곧 10마리의 다른 벌레들이 그녀를 포착하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것들이 노린건 그녀 옆에 있던 불쌍한 여자였다.

얼굴이 찢기며 그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그때 ‘아렉스’는 머리카락 안에 무언가가 기어다니는 걸 느꼈다.

 

또다른 벌레가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그녀는 벌레를 내던졌고 얼굴에 생채기를 입고 도망쳤다.

그녀는 황제에게 살려달라 기도하면서 거리를 뛰어다녔다. 최대한 그 벌레무리와 떨어지기 위해 달렸지만 사방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고 서로 넘어지고 그녀는 좁은 골목길로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그녀는 방향감각을 잃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때 그녀의 얼굴을 때리는 파편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거주 구역의 고층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다.

벌레의 무리가 벽돌과 철골을 부수고 균형을 잃게 만든 것이다. 

 

창문의 부서진 파편이 쏟아지는 걸 보면서 ‘아렉스’는 아예 그녀가 발딛고 있는 이 구역 자체가 파괴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무너진 건물의 분진이 시야를 가렸다.

 

분진 속에서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어 헐떡거렸고 단 열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정도였다.

얼굴에는 그녀의 눈물인지 아니면 피인지 모를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수백명의 거주 구역 사람들이.. 여기서 보이지 않았던 상층 구역과 고가도로 전부가 재앙에 빠졌다.

삼촌은 어떻게 됐을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생존에만 신경써야했다.

 

그녀는 고가도로를 통해 피난하는 사람들과 합류했고 고층빌딩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이 지상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가는 또 다른 고가도로가 보일때 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서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벌레들이 장악한 하층 고가도로는 죽은 사람들의 피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때 벌레에게 살해당하는 것보다 고가도로로 뛰어내리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그녀 옆에 추락사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깨지면서 추락사한 사람들의 피가 그녀에게 튀었다. 떨어지는 이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그녀는

비틀거렸고 마치 눈이 먼 것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머리는 빙글빙글 돌고 현기증 증세까지 겹쳤다.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 그녀는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 물체를 붙잡을 수 있었는데

곧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녀는 황제의 구원에 눈물의 감사를 흘렸다.

 

 그녀가 우연히 붙잡은 건 바로 무인 자동차.

몇 분전에 그녀가 타고 왔던 바로 그 택시였다.

 

그래, 그랬었지!

 

택시의 좌석문은 그녀가 힘껏 찬 발길질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홱 잡아당겨서 차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녀는 문을 닫았고 비록 대학살의 끔찍한 소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아렉스’가 마음을 진정하고 다음 단계를 생각할 여유는 줄 수 있었다.

그녀는 소매로 눈물을 닦고 떨리는 손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택시 안에 혼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여전히 벌레 한 마리가 그녀의 팔에 붙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팔에 붙은 벌레를 손으로 잡에 떼어냈고 그것이 떨어지면서 그녀의 살덩이가 찢겨졌다. 그녀가 그 벌레를 손으로 잡자

그 갑각에서 차가운 금속의 느낌을 받았다. 벌레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그 순간 벌레의 무리가 택시의 앞 유리로 쏟아졌다.

 ‘아렉스’는 비명을 지르며 손에 쥐고 있던 그것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벌레는 앞유리를 깨부수지 못했다.

그냥 작게 금만 갔을 뿐이었다.

 

곧 그녀는 손에서 떨어뜨린 벌레가 그녀의 허벅지 위에서 꿈틀거리는 걸 보았다.

그것은 사악한 녹색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가 제대로 그 벌레를 보게 된 건 처음이었다.

비록 딱정벌레의 형체였지만 기계와 가까운 모습이었다.

 

몸서리치면서 벌레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수많은 딱정벌레의 다리가 꿈틀거리며 혐오감을 자극했다.

그녀는 곧바로 구둣발로 그 벌레를 밟아댔다.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죽을 때까지 밟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뭔가 커다란 것이 그녀가 몸을 숨긴 택시를 짓눌렀다. 천장이 구겨지고 내려온 것이다.

그녀는 겁에 질렸다. 산채로 압사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거미줄처럼 갈라지는 택시 유리창을 보면서 더욱 커져갔다.

창문이 이 기세로 깨진다면 그녀는 무력하게 이곳에 갇힌 채 손쉬운 먹잇감이 되리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렇게 벌레의 무리가 지나갔고 ‘아렉스’는 구겨진 택시 안에서 혼자 서럽게 헐떡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고급 드레스와 외투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고 손바닥에는 기억조차 않나는 상처가 쓰라렸다.

심장의 고동소리는 그녀가 이 세상에 홀로 남은 생존자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

 

한 동안 그녀는 밖에 있을지도 모를 벌레의 공포에 택시 안에서 숨어있었다.

긴 시간이 흐르고 그녀가 밖으로 나가려는 의지를 발휘했을 때 택시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이번에는 더 강한 힘으로 문을 밀어야했다.그녀는 택시의 구겨진 문과 함께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듯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황량한 도시의 풍경이 펼쳐졌다.

 대부분의 탑은 온전했지만 한 쌍의 탑이 무너져 고가도로 옆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자동 택시 위에는 건물의 부서진 페로크리트 파편이 떨어져 있었다.

 

가장 그녀를 힘들게 만든건 사방에 죽은 시체들이었다.

대부분 희생자들은 불에 반쯤 탄 채 있었고 일부는 아직 숨이 붙어 꿈틀대고 있었다.

 무너진 건물 파편에 깔린 사람들은 허우적대고 살려달라 구슬프게 외쳐댔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을 도와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누구에게 구조요청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현기증으로 다리가 무거워져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낡은 자루처럼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피를 많이 흘린 탓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아무것도 사고할 수 없었고 검은 형체가 그녀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눈을 감고 자고 일어나면 아마도 그녀의 삼촌이 보낸 보디가드나 행성방위군이

그녀를 구하기 위해 도착할지도 몰랐다. 아니면 ‘소르손’이..

 

“소르손..”

 

‘소르손’의 얼굴이 떠오르며 그녀의 심장이 아드레날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정신이 맑아지며 근육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여기가 오빠가 살고 있는 동네잖아.


벌레들이 습격했던 거주 구역 중 한 곳에 그녀가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다.

그는 벌레의 습격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망칠 기회조차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녀는 ‘소르손’과 함께할 미래를 확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아렉스’는 ‘소르손’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었다.

 

힘겹게 그녀는 몸을 끌고 일어서서 먼지를 뚫고 끔찍한 참화를 마주보았다.

이 고가도로의 위치를 되새기며 방향을 찾으려 애썼다.

 

‘소르손’이 괜찮은지 알아야했다.

 

그녀는 사랑하는 연인을 찾기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안됐다.

그렇게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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