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사르.”
‘코스텔린’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수송선 안에 있는 사람은 없는 줄 알았었다.
그는 홀로 앞뒤로 왔다 갔다하며 군홧발에 울리는 메아리를 감상하던 중이었다.
그는 줄곧 186번 대령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아니면
수송선으로 들어가는 자신을 보고 따라왔는지 헷깔릴 정도였다.
“도울 일이라도?”
대령이 붙임성 있게 물었다.
‘코스텔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사색 중입니다.”
“서비터가 남은 짐을 옮겼소. 곧 이륙할거요.”
“잠깐 기다려줄순 없겠습니까? 제가 여기 통신기를 써야해서..”
“난 우리 수송선이 조금이라도 공항에서 지체하는걸 묵과할 수 없네.”
대령이 말했다.
“우리 수송선은 발이 묶인 피난민들에게는 유혹의 대상이지.
나는 수송선을 보호하기 위해 병사 단 한명도 공항에 남기고 싶지 않아.”
“다른 장군들과 통화하고 싶군요.”
‘코스텔린’이 말했다.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지상에 통신시설을 건설 중이오.”
대령이 답했다.
“작업이 끝나면 장군들과 통화가 가능할걸세.”
“그때쯤이면 늦을지도 모릅니다, ‘네크론’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대령님?
아니, 물론 들어본적이 없겠지요? 그것들과 조우하고 살아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살아남은 소수들은 정신이 나가버려 증언조차 할 수 없었지요.”
“네크론이라..”
대령은 생소한 그 이름을 꼽씹으며 새로운 적과 맞설 각오를 다지는 듯 보였다.
“제가 젊었을 때 이야기를 해드리죠.”
‘코스텔린’이 말했다.
“그 존재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소문은 끊임없었지요
. 이 네크론이라는 것은 고대의 종족입니다. 죽어가는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무덤을 만들고 동면에 들어선 종족.
그리고 수 백년만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들은 깨어나고 있습니다.”
“자네는 이 행성에 네크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코스텔린’은 수송선의 빈좌석 하나에 주저 앉았다.
“들어보십쇼, 대령님.”
그가 말했다.
“당신이 이번에 새로 진급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일하는 게 처음이라는 것도..”
“아니, 우리는 전에 함께 싸운적이 있네. 4년 전 ‘아나크레오스 3’에서
두 달간 같은 참호에서 함께 했었지. 그때 나는 감마 중대의 중위였고.”
“예. 제가 하고픈 말도 그겁니다. 저나 대령님 같은 위치에 올라서게 되면 듣고 싶지 않았던 여러 진실들을 마주하게 되지요.
그 불편한 진실 중 하나가 바로 네크론과 그것들이 깨어난 행성들이 피할 수 없었던 파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이 행성에 어떤 위협이 되든 상관없소.”
186번 대령이 말했다.
“그것들은 내 병사들과 마주하게 될테니.”
“그럴 수 있습니다.”
‘코스텔린’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 전까지 다스크에서 전투를 치루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이 행성에는 고작 4개 연대뿐이고 그마저도 병력 보충이 끝나지 못했단 걸 아셔야 할 겁니다.
제가 추측하는 사실이 진짜라면 이 상황에서 대령님이 내릴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그것마저 설명할 수 없다면 황금옥좌에 맹세컨대 당장 후퇴해야할 겁니다!”
“크리그 행성에서 지원병력이 오고있네.”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건 보병이 아니라 빌어먹을 이 행성을 파괴할 싸이클론 어뢰입니다.
물론 ‘히에로먼트 세타’가 고가치 광물이 풍부한 중요 행성이라는 점은 압니다.”
“나는 아직까지 자네가 장군들과 연락하고픈 이유를 듣지 못했군.”
대령이 대답했다.
커미사르 ‘코스텔린’은 한숨을 쉬었고 더 이상 186번 대령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오랜 경험으로 크리그인이 어떤 사고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상황이 평범한 적을
상대하는 거라면 대령의 태도가 옳을 수 있었다. 대령에게 이 행성은 제국에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있는 곳이었고 이곳을 파괴할 시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황제의 가호로 군함 ‘메멘토 모리’호가 마침 ‘히에로니무스 세타’의 상황이 보고되었을 때 가장 가까이 있었다.
대령은 네크론의 위협도와 그 규모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적의 침공 초기를 분쇄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적들이 이 행성과 근방 태양계를 집어삼키기 전에 자신의 병력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는 도박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대령은 제국조차 존재를 부정하는 적군을 분쇄하기 위해 판돈을 걸었다.
그 판돈은 대령과 2만 명 병사의 목숨이었다.
“당신도 알잖습니까. 저 또한 황제폐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울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코스텔린’이 한번 더 설득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금 제가 두려운건 이 임무가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입니다.”
“우리의 목숨은 그분의 것이오, 커미사르.
그리고 목숨을 바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기쁘게 행할 수 있소.”
186번 대령이 대답했다.
그의 태도는 전임 대령과 놀랄 만큼 똑같았다.
그들은 우주공항 주면 언덕에 임시 천막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시각각 불어나는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조치였다. 끝이 없어보이는 제국의 지원 차량들이 언덕아래로
뻗어나가면서 쿵쿵거리는 엔진의 매연이 하늘 가득 메웠다. 차량의 헤드라이트 빛은 하층구역에서부터 도시를 격리하는
방벽을 비추다가 곧 각자의 갈 길을 따라 분리되었다.
‘코스텔린’의 시선도 그 방벽과 거의 수평을 맞추고 있었다.
그에게 방벽 위로 높게 솟아오른 ‘히에로니무스 시티’의 풍경은 한밤의 달빛으로 인해 더 검고 음울하게 느껴졌다.
폐허가 되어버린 탑들, 봉쇄된 고가도로로 시선을 옮겼다.
커미사르는 삶과 희망의 흔적을 찾으려했지만 도시는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그가 보는 탑과 도로에 갇혀있었다.
교통은 마비되고 사람들은 넘치고 더 이상 난민은 공항에서 수용할 수 없었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이미 이 도시는 실질적으로 붕괴된 상태였다.
‘코스텔린’이 할 수 있는 건 이 행성과 그리고 이 무너진 도시를 지키기 위해
맹목적으로 싸워야할 병사들을 위한 기도 뿐이었다.
그는 커미사르로 긴 세월을 복무하는 동안 뒷 세계의 소문과 이단심문청의 비밀스러운 기록보관소에서 참혹한 기록을 읽은 적이 있었다.
침묵과 속삭임으로 말하는 공포의 존재를, 생체 금속을 입고 죽음에서 부활한 존재들에 대해서.
그리고 참전용사를 위한 요양원에서 불멸의 영혼조차 삼켜버리는 무기에 대해
정신이 나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던 타 연대 출신 장교를 기억했다.
그리고 얼어붙은 행성 ‘시미아 오리칼게’의 전쟁에서 용맹하게 싸웠던 제국의 전설적 영웅 ‘카이아파스 케인’의 기록도 떠올렸다.
물론 이 보고서는 ‘케인’이 교전한 적에 대해 모호하게 서술된 검열본이었지만 현재 ‘코스텔린’측이 겪고 있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이 적혀있었다.
지금과 똑같이 ‘오리칼게’ 행성에서도 깊은 광산에서 적의 첫 침공 시작되었고 결과적으로 행성은 제국해군의 개입으로 파괴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금속 딱정벌레’와 눈을 시큰거리게 만드는 기이한 룬문자에 관한 내용도.
‘코스텔린’은 최근에 크리그 연대와 함께 싸웠던 ‘다스크 전쟁’을 생각했다.
최소한 그 때 그들은 상대해야할 적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었다.
그리고 어떤 결말이 눈앞에 있을지도 예상할 수 있었다.
적과 맞서 싸우고 승리를 거머쥐어 황제폐하의 광명을 비출 수 있었지만
그 위대한 승리의 뒤에는 병사들의 수많은 희생이 있었었다.
다스크의 전쟁에서 너무도 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코스텔린’의 연대는 본병력의 3분의 1을 손실한 상태였다.
그렇다. 연대 병력의 3분의 1이 손실된 상태, 그마저도 보충병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의 연대에서 병력의 손실을 신경쓰는 사람은 ‘코스텔린’이 유일했다.
이전의 전쟁을 겪은 후 그의 심신은 너무도 지쳐있었다.
- - - - -
이번화 요약
커미사르 "상식적으로 후퇴해야된다니까!"
크리그 장군 "황제폐하를 위해 싸우다 죽을 수 잇는데 왜 도망감?"
커미사르 "아오 저 색.."
그리고 깨알같이 언급되는 '카이아파스 케인'
'워해머 소설 번역 > 데드맨 워킹 Dead Men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네크론보다 무서운 (0) | 2022.01.23 |
---|---|
11. 피난행렬 (0) | 2022.01.23 |
9. 우주공항 (0) | 2022.01.23 |
8. 카놉텍 스캐럽 (0) | 2022.01.23 |
7. 말괄량이 귀공녀 (0) | 2022.0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