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워해머 소설 번역/데드맨 워킹 Dead Men Walking

7. 말괄량이 귀공녀

by 맥주수염 2022. 1. 23.

원 번역본은 이쪽으로

 

‘아렉스’는 삼촌의 통화내용을 엿들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여느 때처럼 삼촌의 업무실을 지나가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떡갈나무로 만들어진 문 밖으로

화가난 듯 목청껏 소리지르는 삼촌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총독의 지루한 업무 이야기를 듣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지나가려했다.

 

그녀가 “권터 소르손”이라는 이름을 듣기 전까지 말이다.

 

화들짝 놀란 ‘아렉스’는 자세히 삼촌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문에 귀를 댔다.

놀란 가슴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삼촌의 대화를 완벽하게 엿듣는 걸 방해했다.

 

“... 이제 우릴 무시할 수 없어...”

‘헨릭’ 삼촌의 목소리였다.

 

“이번 일은 대리석 덩어리 같은 시시한게 아니야! 그 유적은.. 기둥은..”

 

그는 통신 단말기에서 들리는 윙윙거리는 목소리와 대화하고 있었는데 ‘아렉스’는 정확히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이쯤되서부터 삼촌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서 그녀는 대화의 내용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시민들의 안전을 말하는거요. 이 행성 전체의 안전말이요! 사법부의 사건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광산은 폐쇄시킬거고!”

상대방의 통신기가 윙윙거렸고 헨릭은 “내가 말했듯이 오늘 사태를 목격한 해당 광산 감독관의 진술을 확보했소.” 라고 말했다.

 

그렇게 ‘헨릭’ 삼촌의 입에서 “권터 소르손”의 이름이 또다시 언급됐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나는 이미 명령을 내렸소.”

‘헨릭’이 말했다.

 

“지금부로 히에로무스 시티 반경 100km 이내의 광산은 폐쇄야.

당분간 회사의 안전이 입증될 때까지 운영권을 박탈하겠네, 회장.”

 

총독의 결정에 화가난 듯 상대방의 통화음은 더욱 크게 윙윙거렸다.

그리고 삼촌이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었는지 상황은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삼촌의 혼잣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제국 행정부에서 이 일을 심각하게 판단할지 모르겠군.

좀 있다가 대령을 만나야하고.. 그들이 이 사태를 보고 뭐라고 할지..”

 

 

‘아렉스’는 부엌쪽 계단으로 시종이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 문에 대고 있던 귀를 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도망갔다. 삼촌의 대화에서 추측해보건데 뭔가 큰일이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아렉스’는 어쩌면 이 사건이 그녀의 따분한 일상을 바꿔 줄만한 걸지도 모를꺼라 생각했다.

 

 

그날 저녁식사는 평소보다 일찍 차려졌다.

‘아렉스’는 삼촌과 마주앉았지만 식사가 별 관심없는 듯 음식을 뒤적거리기만 했다.

 

그녀는 삼촌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물었지만 삼촌은 평소대로 식사에 집중하며 모호한 대답으로 화제를 넘겼다.

 그녀는 ‘소르손’과 관련된 일을 묻고 싶었다.

 

“오늘 삼촌이 그.. 직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그녀가 조심스레 말했다.

 

“광산에 문제가 생긴거야?”

 

‘헨릭’은 얼굴을 찡그리며 ‘너와 상관없는 일이잖니.’라며 면박을 줬다.

 

“그건 그렇고.”
‘헨릭’이 말했다.

 

“‘아렉스’. 오늘부터 업무로 몇 주간 바쁠 것 같아. 사실 오늘 밤에도 손님들이 찾아오기로 했어. 

내가 생각해보니 네가 이모님 댁에 마지막으로 찾아 뵌지도 오래됐지, 아마?”

 

삼촌의 말에 ‘아렉스’는 반항했다.

 

“싫어!”

 

“제발 ‘아렉스’. 삼촌이랑 이런 일로 싸우지 말자. 응?

 당분간 이모님 댁에 내려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

 

삼촌은 언제나 ‘아렉스’를 어린아이처럼 취급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어엿한 스물한살 숙녀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 나이 열네살 때부터 줄곧 삼촌에게

주장해왔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게 문제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행성을 통치하는 삼촌과 그녀 간의 불화의 이유였다.

 

‘헨릭’ 삼촌은 세 명의 아들이 있었다. ‘아렉스’에게는 사촌 오빠들이었다.

세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제국 방위군에 자원입대했고 ‘헨릭’의 형,

그녀의 아버지처럼 먼 우주로 나가 목숨을 잃었다.

 

그녀는 왜 삼촌이 자신을 과잉보호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사랑했던 혈육이 모두 죽었고 그에게 남은 건 조카인 자신뿐이기에 그렇다는 걸.

 

하지만 ‘아렉스’는 오늘 이 순간부터 그런 이해심은 잠시 접어두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접시를 밀어내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밖에서 벽에 기대 억울하고 슬픈 마음에 몸을 떨었다.

자신의 의사가 어떻든 아침이 되면 경비병이 그녀의 방을 노크하고 이모댁으로 데려갈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헨릭’ 삼촌은 이런 일에 대해서는 완고했다.

 

때때로 그녀에게 최상층 구역의 스위트룸은 감옥처럼 느껴졌다.

이런 신세인 자신을 보면 삼촌이 진작에 결혼을 주선할 때 승낙하고 이 갑갑한 행성을 떠났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 마음에 드는 남자는 한명도 없었는걸!

 

‘아렉스’는 침대에 누워 ‘소르손’을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왜 그런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정의할 수 없었다.

 

그와 처음 공장에서 만났을 때 소심한 그 남자는 그녀에게 두 마디도 말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그 수줍음이 삼촌이 골라주었던 수많은 허풍쟁이 특권층 도련님들보다 더 진정성이 느껴지게 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와 ‘소르손’간의 문제는 그와 함께할 인생이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먼 일이었고 당장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먼저 ‘소르손’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

일단 주소는 알고 있었고 만약 그가 집에 없다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면 어제 말하지 못한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그렇게 그녀는 가출을 결심했다.

 

계단을 내려갔고 시종에게 대문을 열어라고 명령했다.

 

 난감해하는 시종에게 그녀는 마음이 답답해 혼자 정원을 산책하고 싶다며 둘러댔다.

 ‘아렉스’는 몰래 집을 빠져나와 리프트를 타고 내려갈 수 있었지만 굳이 불편한 일에 힘을 쏟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정원에서 모두가 사라진 순간 그녀는 담을 타넘고 공공 고가도로로 뛰어내렸다.
거기서 반 블록 떨어진 곳에 두 대의 무인자동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아렉스’는 그중 하나에 올라타 신분증을 결제하고 네비게이션에 표시되는

도시 전체 지도를 검색해 ‘소르손’의 동네를 입력했다.

 

엔진소리와 함께 그녀가 탄 자동 택시가 출발했다.
 

얼마 안가 자동택시는 구역을 내려가기 위한 차량용 리프트이 동체를 고정하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좌석에 기대 고층 빌딩과 탑이 즐비한 도시의 풍경을 잠시 감상했다.

 

그때 날카로운 소음이 그녀의 시선을 위로 올리게 만들었다.거대한 그림자가 도시 전체를 가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국 군함의 그림자였다. 거대한 군함이 '히에로무스 항구'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삼촌이 말했던 손님들이다.

 

집에 있었다면 삼촌과 저 손님들이 투닥거리는 소리를 들어야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중요한 할일이 있었다.

 

그녀는 '소르손'의 집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기에 지도에 이전까지의 이동경로를 표시하는 붉은 선에 집중했다.

택시는 가까운 고가도로를 찾기 위해 그녀의 최상층 구역에서 다소 떨어진 상태였다. 택시는 차선을 지킬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를 느릿느릿 지나갔다.

 

그리고 나서 홀로그램 지도가 꺼지더니 택시는 멈췄다.

 

그녀는 처음에는 택시가 고장났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택시를 관리하는 엔진시어들을 욕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어두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아직 거리의 전등이 밝혀지지 않았고 방금 전까지 거리에는 손님들을 유도하는 전광판 불빛이 있었다.

근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최상층 구역에서 얼마나 밑으로 내려왔는지 꼽씹었다.

 

하지만 그전에 일단 택시에서 내려야했다.

문이 고장난 듯 열리지 않았고 그녀는 두번, 세번 택시의 문을 무릎으로 찼다.

문은 무릎과 발로 열리지 않았고 다음 시도로 온몸으로 힘껏 체중을 기울여 충격을 줬다.

 

드디어 문이 열렸고 그녀는 거리의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었다.

최상층 구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차가웠다.

 

 

 

 

'워해머 소설 번역 > 데드맨 워킹 Dead Men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9. 우주공항  (0) 2022.01.23
8. 카놉텍 스캐럽  (0) 2022.01.23
6. 그들이 깨어난다  (0) 2022.01.23
5. 소르손의 평범한 일상  (0) 2022.01.23
4. 커미사르의 존재 의의  (0) 2022.01.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