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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소설 번역/데드맨 워킹 Dead Men Walking

4. 커미사르의 존재 의의

by 맥주수염 2022. 1. 23.

카타찬 정글 파이터

 

“특별히 그렇지는 않아.”

 

‘코스텔린’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만약 자네가 카타찬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안다면.”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그들에게 신뢰와 존경을 얻었고 내게 절대적으로 충성했지.

어떻게 보면 카타찬 연대와 비슷한게 크리그 연대야. 열심히 싸우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네.

크리그 연대는 제국 방위군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탈영률이 낮은 연대니까. 탈영률 0% 말이야. 0%.”

 

“확실히 여기 병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만하임’이 음식을 가득 입에 넣고 말했다.

 

“그런 뜻은 아니야.”

 

“오해하지는 마세요. 전 이 병사들을 진짜 존경합니다.

어떤 상황이든 내가 명령을 내리면 무조건 뛰어드니까요.” 

 

“아직 병사들과 관계를 맺기 힘들어서 그런걸세.”
‘코스텔린’이 추측했다.

 

“제가 명령할 때면 이 병사들은 아무런 감정적 반응이 없어요. 무얼 생각하는지 어떻게 내 말을 느끼는지 알수 없어서 답답합니다.

도데체 무엇이 저 병사들을 저렇게 만든 겁니까?, ‘코스텔린’?”

 

 

신참 커미사르의 질문에 ‘코스텔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곳에 있으면서 이같은 의구심을 수 백번도 더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그조차도 선명한 해답을 도출하지 못했었다.

크리그인들은 과거의 역사를 좀처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과거는 치욕스러운 수치였다. 30년 전 크리그의 신생 연대에

임관하면서 그가 배속될 이 연대의 역사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이 병사들의 비인간적 모습의 이유는 그들의 역사 속에 답이 있었다.

물론 이 크리그 행성의 역사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크리그의 역사와 그와 밀접히 관련된 인물의 기록은 대부분 소실되었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경우에는 제국에서 의도적으로 기록을 지워버렸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았다.

그러나 단하나의 의심할 수 없는 진실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천 5백년 전에 크리그 행성은 끔찍한 내전에 휘말렸다네.”

 

‘코스텔린’은 ‘만하임’에게 크리그를 지배하던 권력자들이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역사를 설명했다.

 

“물론 행성의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지.”

 

“그렇군요.”
‘만하임’이 대답했다.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총독의 군대가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반란은 거의 성공하는 듯 보였지.”

 

“그러나 ‘유튼’ 대령이 시민군의 구세주로 등극했다네. 반란군이 대부분의 도시들을 장악하기 시작할 때 대령은

 한 개의 제국방위군 연대를 소집해 도시 하나의 통제권을 장악하고 저항운동을 위한 본거지로 만들었어.”

 

“물론 ‘유튼’ 대령과 1개 연대는 숫적으로 수천대 일의 상황으로 열세였네. 적들은 행성을 거의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고 군수품이 넘쳐났지.

제국측은 이 한줌남은 충성파들을 지원하기 위해 보급선을 보냈지만 행성의 방공체계 때문에 접근할 수가 없었어. ‘유튼’ 대령은 재래식 수단으로는

이길수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어뎁투스 메카니쿠스’가 지은 비밀 금고에 봉인한 금지된 무기들을 사용하기로 결심했지.”

 

“아이러니하지 않나? 크리그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자가 크리그를 파괴한 인물이라니 말이야.

 ‘유튼’ 대령은 황제폐하께서 행성을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부숴버리는게 낫다고 결심했네.

 그리고 황제승천일에 금지된 무기를 작동시켰지.”

 

처음 들어보는 흥미진진한 크리그 역사이야기에 ‘만하임’은 밥 먹는 것 조차 잊고 집중했다.
그의 숟가락에서 퍼다 멈춘 음식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 크리그 행성의 대기가?”

 

“금지된 무기 그러니까 핵미사일들이 행성의 생태계를 파괴했지.”
‘코스텔린’이 대답했다.

 

“‘유튼’ 대령은 수십억명의 희생자를 만들었지만 승리의 기회도 만들어냈어.

반란군은 큰 피해를 입었고 충성파 시민군들이 역공을 시도했다네.

그리고 이 내전은 500년간 이어졌고 결국 충성파가 승리했지.”

 

“그리고 그 승리를 이끈건..”

 

“‘데스 코어 오브 크리그’ 로군요.”


‘만하임’이 입을 열었다.

 

“핵폭탄의 열기로 다져진 병사들이지.”

 

“크리그 행성을 직접 본적 있습니까?”

 

“딱 한번이었어.”
‘코스텔린’이 말했다.

 

“딱 한번 지표면에 내려가본 적이 있었지.

그 후로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게 해달라고 황제께 기도했다네.”
 
몇 분간 침묵 속에서 두 커미사르를 식사를 했다. ‘코스텔린’은 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이 신참 커미사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그는 밝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해. 오늘부터 우린 진짜 밥다운 밥을 먹을 수 있잖아?”

 

“전 모르겠네요.”

‘만하임’이 머쓱하게 대답했다.  

 

“우리 연대 전체가 훈련 일정이 잡혀서. 다들 자원해서 하더라니까요.”

 

“전투 훈련이군.”

‘코스텔린’이 말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참석해야겠지.”

 

“예,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연대 병사들은 자네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걸세. 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잡아야해.

내 말을 믿게. 제국 전쟁보급부는 종종 데스 코어 오브 크리그 연대에 배분하는 걸 잊을 때가 있지.

근데 웃긴 건 이 연대는 이에 대해 불평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지.”

 

“역시나군요.”

‘만하임’이 말했다.

 

“저는 저 병사들을 이해하기 위해, 제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크리그 연대 병사들은 언제나 충성스럽죠.

어떤 이유로든 기강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우리 같은 커미사르는 왜 여기 존재하는 걸까요?”

 

 

“내가 고민했던 것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군.”
‘코스텔린’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 고민을 했던게 언제적인지 까마득하네. 적어도 여기에서 오랫동안 근무한다면 해답을 찾을지도 모르네. 그리고..”

 

‘코스텔린’은 말을 하다말고 의자를 뒤로 밀며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자네가 해답을 찾는 동안 나는 수송선을 타고 오랜만에 사람 좀 구경하러 갈거고.

드디어 밥다운 밥을 먹으러 갈 생각에 신이 난단 말이야. 자네를 위해 포장해올 테니 편히 있게나.”

 

그는 몸을 돌렸고 그때 한 명의 크리그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절도있는

동작으로 경례하며 군기있는 목소리로 “커미사르 ‘코스텔린’, ‘만하임’님!” 이라 외쳤다.

그리고 나서 그는 커미사르가 듣고싶어하는 말을 꺼냈다.

 

“브릿지로 합류하시라는 명령입니다.”

 

군함의 브릿지로 향하는 문은 거대한 해골이 장식되어 있었다.

‘코스텔린’은 이 황량한 풍경에 얼굴을 찡그리는 ‘만하임’의 표정을 보았고 혼자 미소를 지었다.

 

함장의 의자 주변에는 이미 검은 코트를 입은 크리그 장군 두명과 4개 연대장이 도착해 있었다.

커미사르 ‘코스텔린’은 새로 임명된 186번 대령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지만

그는 커미사르가 인사를 했는지도 모르는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크리그의 참모병사가 중앙의 나무로 조각된 곡선의 판넬을 분주하게 조작했다.

‘코스텔린’은 함선이 워프항해를 마치자마자 ‘네비게이터’가 휴식을 위해 숙소로 돌아간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이마에 눈이 하나 더달 린 창백한 여성 싸이커를 보고 있는 건 여간 신경이 긁히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이어 거대한 홀로그램 발생기를 보았다. 무한한 검은 우주 속에서 단지 몇점 만의 빛나는 별이 보였다.

그는 ‘로칸’ 대위는 이미 알고 있었다. 키는 작지만 체구가 단단한 해군 장교는 함장 의자에서

내려와 합류한 커미사르 일행들에게 악수하며 반겼다. ‘코스텔린’은 그에게 ‘만하임’을 소개했고

이제 81연대와 103연대의 커미사르들을 기다렸다. 문 밖으로 익숙한 두 커미사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브릿지에 모든 인원이 합류하기가 무섭게 크리그 장군 중에 한명이 서론 없이 말을 시작했다.

 

“우리는 제국 전쟁보급부로 전갈을 받았소.”

그가 발표했다.

 

"현재 ‘히에로모니 세타’에서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소."

 

‘히에로모니 세타’에서 휴가만을 바라던 커미사르 ‘코스텔린’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로칸’ 해군 대위는 장군을 의식하며 자신이 말을 해야할지 머뭇거렸다. 그러자 장군은 말을 멈췄고 이제 해군 대위 ‘로칸’이 말을 이어갔다.

 

“이 행성의 총독이 우리측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이브 도시 하층부에서 일어난 폭동사태 때문이라더군요.”
 
“폭동사태 진압이라니. 우리 관할도 아니잖습니까?”
커미사르‘ 코스텔린’이 되물었다.

 

“저도 압니다.”
‘로칸’ 대령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 요청을 받았을 때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만 이 행성은 비교적 최근에 개척된 곳입니다.

그리고 평화롭죠. 광부로 일하는 젊은이들을 군인으로 징집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지만 이곳의 총독 ‘헨릭’은

꽤나 패닉상태처럼 보였습니다. 그가 총독이 된 이후로 처음 겪는 하층부의 대규모 폭동이니까요. 게다가..”

 

 

“외계인이 개입했을 여지가 있소.”

크리그 장군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건 소문일 뿐입니다.”
‘로칸’이 반박했다.

 

 

“현재 정보는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보기에 해군 사령부에서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죠.

 해군 사령부 측에서 언급하길 뭔가 흥미로운 유물이 발견되었다고도 했습니다. 원하신다면 메시지 전문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임무는 뭐지?”

 

103번 대령이 질문했다.

그는 두 번째 장군이었다.

 

“우리 함선이 ‘히에로무스 세타’와 가장 가까운 만큼 계획대로 폭동을 진압할 것이다.
오늘부로 휴가는 취소다. 42번 대령과 커미사르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금부로 총독을 접견한다.”

 

“15일 후에 ‘신성한 심판’호가 병력을 싣고 합류할 예정이었다.

허나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빨리 합류하도록 요청하라. 대위 자네가 담당하게.”

 

“42번 대령은 24시간 이내에 해당 문건을 작성해서 보고하도록.”
두 번째 장군이 명령했다.

 

“그때쯤이면 모든 연대의 배치 준비가 끝날거다.”

 

그것을 끝으로 크리그 장군들이 진군하듯 브릿지를 나갔고 뒤를 이어 크리그 장교들이 뒤따랐다.

 ‘로칸’ 해군 대위는 크리그 장군들이 빠져나가는 걸 보며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긴장을 풀었다.

그는 ‘만하임’과 눈길을 마주쳤고 그에게 쾌활한 윙크를 보냈다.

 

“어이쿠 함장 브릿지에 온걸 환영하오, 승객분들!”
함장이 뒤늦게 인사를 건넸다.

 

“기분 나쁜 회의였습니다, ‘코스텔린’.”


두 명의 커미사르들이 통로를 걷고 있을때 ‘만하임’이 말했다.

 

“이 기밀작전스러운 분위기는 뭡니까? 그리고 또

언제부터 제국방위군이 행성 내부 문제에 간섭하기 시작했습니까?”

 

물론 ‘코스텔린’도 ‘만하임’과 같은 생각이었다.

 

“곧 장군들이 우리가 알아야할 것을 말해줄거야.”
그가 말했다.

 

“장군의 말을 기다리는 동안 자네가 그토록 궁금해 했던 걸 알 수 있을 거고.”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이 연대에 커미사르가 필요한지를 깨달을 기회 말일세.”


“오늘 브릿지에서 크리그 장군들을 겪어 보지 않았었나?

 42번 대령은 자기 참모와 함께 ‘히에로무스 세타’의 행성 총독을 접견할 거야.

 ‘로칸’ 대위는 오랫동안 저들과 함께해서 이런 어색한 상황에 익숙해져있었지만.”

 

“아 ‘헨릭’ 총독..”

‘만하임’은 선임 커미사르가 말한 의미를 깨닫고 감탄했다.

 

“겁에 질린 총독은 자네처럼 푸근한 미소를 지닌 인간을 접견하길 원하지.

이제부터 행성에 내려가면 모든건 자네에게 달렸어. 자네는 공식적으로 연대의 외교관으로 활약하게 될걸세.

총독과 크리그 장교 사이의 윤활류가 되도록. 그 뿐만이 아니야. 시민과 크리그 연대,

 ‘어뎁투스 메카니쿠스’의 기계승과 크리그 사이의 중재도 자네가 맡아야해.”

 

“그렇군요.”
‘만하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연대가 부드럽게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게 우리의 임무..

그리고 이 배의 어두운 디자인과 그 기괴한 해골문양은..”

 

“‘데스 코어 오브 크리그’ 에게는..”
‘코스텔린’이 대답했다.

 

“..죽음이 삶의 일부분이거든.”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듯이 들리는 군요.”

 

“사실일세. 이미 자네가 봤듯이 연대의 병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오히려 반기지. 황제를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 저들의 목적이니까.”

 

“크리그 연대 병사 모두들 그렇게 생각합니까?”

 

“기회가 된다면 크리그 병사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눠보게. 병사들 개개인이 아무런 욕망도 없다는 걸 알게 될테니까.

단지 명령을 듣기 위해 움직이고 죽음으로써 구원받기를 원해. 그 이외에 다른 것은 없어.

 그들은 ‘이미 움직이는 시체들이지(데드맨 워킹)’.” 

 

“그런데 왜 그렇게..?”

 

“크리그 행성의 사람들은 여전히 1천 5백년 전의 죄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코스텔린’이 설명했다.

 

“이 집단적 죄책감은 아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주입되네. 그들은 조상의 반란에 대해 속죄해야한다고 교육받지만

 그들이 사는 행성은 방사능에 찌들어버린 행성이지. 크리그 행성은 농사도 지을수 없고 공장도 지을 수 없어.

천년 묵은 빚을 어떻게 갚을 방법이 없는 셈이지. 부모가 자식을 바치는 것 외에는 말일세.

그렇기 때문에 기꺼이 크리그의 청년들이 제국에 바쳐지는 거야.”

 

“하지만 확실히..”
‘만하임’이 말했다.

 

“지금 크리그인들은 반란군의 후손이거나 영웅 ‘유튼’ 대령측의 후손이란 말이군요.”

 

“정말로 그렇다네.”

 

‘코스텔린’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커미사르가 필요한 두 번째 중요한 이유야, ‘만하임’.
저들이 막나갈 때 우리 커미사르들이 브레이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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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회의에서 커미사르랑 함장은 개무시하고

자기들 끼리 쑥덕 쑥덕 작전짜고 휙 가버리는 크리그 장교들이 유머 포인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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