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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소설 번역/자투리 번역글

미노타우르스 챕터 마스터 vs 메이나크 오버로드

by 맥주수염 2021. 1. 9.

 

오르페우스의 몰락, 쿠트라크, 아스테리온 몰록

 임페리얼 아머12: 오르페우스의 몰락에서 발췌.

 

 메이나크 왕조의 대대적인 침공 아래, 인류 제국의 영토였던 오르페우스 성계가 며칠만에 절반 이상이 빼앗겨버린다.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미노타우르스의 챕터 마스터 아스테리온 몰록은 용의 머리를 치는 수 밖에 답이 없다고 보았다.

 

 이에 직접 자신의 정예를 이끌고 메이나크의 대군주, 세계살해자 쿠트라크의 무덤함 '죽음의 손'으로 텔레포트를 시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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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포트 전송으로 인한 펄스 충격파가 걷히자, 아스테리온 몰록과 서른 명의 터미네이터 아머 베테랑, 그리고 두 대의 컨템터 드레드노트가 모습을 드러내며 네크론의 군세를 이끄는 대군주를 마주했다.

 

 그들 사이엔 그 어떠한 말도, 전사 간의 예법도, 심지어 도전의 선언조차도 없었다.

 

 대신 몰록은 자신의 검은 창을 들어 올려 왕좌에 높이 선 사이한 존재에게 라스-블래스트를 쏘아주었다. 강렬히 뿜어진 금백색의 번개는 전차의 두터운 장갑마저 쉬이 뚫어 버릴만한 위력이 있었으나 그 기계 괴물에게는 어깨를 한 번 툭 치는 정도의, 고통도 아닌 모욕 섞인 분노의 울부짖음을 이끌어냈을 뿐이었다.

 

 공허한 대기로 네크론의 대군주가 뼈투성이 손을 뻗으니 그 안에서 창백한 칠흑색 칼날이 번뜩였고, 왕좌에서 천둥처럼 몸을 내던지며 마치 종잇장 찢듯 그의 진로에 놓인 첫 번째 터미네이터 아머의 전사를 찢어버렸다.

 

 우주로 빨려 나가는 공기의 굉음, 스톰 볼터가 빗발치는 소리, 전투가 벌어지고 금세 드넓은 공동이 격렬한 분노에 휩싸였다.

 

 어둠 속에서 인간의 두 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네크론 프레토리안들과 무덤 호위병들이 다가오고 곧이어 그들의 부식된 금빛 데스마스크에는 미노타우르스의 무기들이 토해내는 불꽃으로 번쩍였다.

 

 그들의 손아귀엔 대적자들을 잿가루로 만들어버릴 도깨비불로 활활 타오르는 아케인 스태프가 들려있거나, 쏟아지는 탄환 세례를 거뜬히 막아내는 길게 갈라진 방패와 굽은 칼이 들려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노타우르스의 전사들은 거센 압박에 부딪혔다. 적들의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 그들은 포위당해있었고, 자연스레 원형진을 형성하여 맞서고 있었으나 적들은 좀처럼 그 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쓰러진 적들은 그저 뒤로 밀려나거나, 곧 다른 적으로 대체 되었을 뿐.

 

 몰록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그에게 몰려오는 기계 전사들을 가르고, 파괴하고 있었다.

냉혹한 분노와 함께, 폭포수처럼 두들겨대는 적들의 공격으로 그의 스톰실드가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그 사이로 그의 블랙 스피어는 끊임없고 적들을 베고, 찌르고 계속해서 강철 같은 몸통들을 뚫어 가며 그들의 사지를 절단했다.

 

 칠흑의 대군주가 미노타우르스의 챕터 마스터를 향하니 그가 나아가는 길목에는 죽음만이 있었고, 그 뒤로는 터미네이터 아머들의 잘려나간 시신만이 남게 되었다.

 

 그 순간, 그들이 서 있던 무덤함이 크게 흔들렸다.

 그로 인해 인공 중력장이 기울어지고 찢어지면서 네크론의 대군주가 딛고 있던 발판 또한 무너졌는데, 무의식중에 무릎을 꿇자 그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컨템터 드레드노트, 고대의 게레온이었다.

 

 한 줌의 공기조차 없는 공동 아래 거대한 주먹이 치솟으며 치명적인 에너지로 휩싸였고, 가히 공성추라 부를만한 그것이 네크론의 대군주를 강타했다.

 허나 주먹이 내려친 자리에는 사신의 칼날이 있었고, 드레드노트의 팔뚝은 화염과 파편들로 폭발해버렸다.

 

 무덤함은 더욱 기울어졌고, 게리온이 비틀거림과 동시에 무게중심을 잃으며 미끄러져 내리자 기회를 놓치지 않은 네크론의 대군주가 경쾌하게 뛰어오르며 빛살처럼 칼날을 내리꽂으니, 순식간에 드레드노트의 거체가 파손되며 세라마이트와 불똥의 소나기들이 여기저기 튀어 올랐다.

 

 한쪽 다리의 구동기가 절단되며 게리온이 무너졌고, 절단면으로부터 은빛 양수와 불결한 혈액들이 새어 나왔다.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대군주가 일어선 바로 그 순간.

 

 검은 창이 그를 꿰뚫었다.

 

 몰록이 던진 고대의 유물 무기가 대군주의 등판에 정확히 꽂혔고, 더 나아가 가슴팍의 네크론 문장까지 관통해있었다. 그 상태로 대군주는 창백한 불꽃과 호박빛 번개로 불타오르며 그 자리에 못 박은 듯 멈춰버렸고, 마치 소리 없는 비명이라도 지르듯 데스마스크를 뒤로 젖혔다.

 

 아스테리온 몰록은 그의 스톰 실드를 들어 칠흑의 오버로드를 꽂혀있는 창째로 후려쳐 날려버렸다. 그때 우주 저편에서부터 날아온 플라스마 포격으로 인해 다시금 무덤함이 요동쳤다.

 

 수천 개의 전장에서 단련된 직감이 몰록을 살렸다.

 

 위에서 칼날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그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며 스톰 실드를 들어 올렸고, 간신히 그의 머리를 토막 낼 죽음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네크론의 빛나는 칼날이 연속적으로 후려치니 방패마저 깨져버리고 말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또다시 함선이 크게 흔들리며 그들의 사이가 멀어졌고, 몰록은 반파된 강철 골격의 존재가 어둠 속으로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서 그는 그 죽지 않는 피조물의 흉흉한 진홍빛 안광 아래 차가운 증오가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뒤이어 전사한 전우들의 시신들과 함께 소용돌이에 휩쓸리듯 미노타우르스 챕터의 마스터 그 자신 또한 우주의 공허 속 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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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후 네크론 함대는 잠시 후퇴하지만 이 전투에서 제국은 회복불가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고, 결국 오르페우스 성계를 아예 포기하게 됩니다.

 

 몰록은 우주로 떨어지고 사망처리됐는데 시간이 흐르고 미노타우르스 함선이 용케 그를 찾아내서 복귀합니다. 어찌 살았을까요? 정말 많은 비밀에 둘러싸인 챕터 마스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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