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ttps://gall.dcinside.com/m/blacklibrary/139173
========================
알룬드라(Alundra)가 먼지로 뒤덮인 도로를 쿵쿵거리며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평생을 사방으로 바쁘게 뛰어다녔다. 이쪽저쪽으로, 그래서 항상 진정하라는 말을 들었다. 멈추고 숨 좀 고르라는 소리다.
오늘 그녀는 멈출 수가 없었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아무도 멈출 수 없으리라. 그녀가 모퉁이를 돌면서 샌들 바닥이 매끈한 깃돌에 미끄러졌다. 뭔가 젖어있다. 그녀는 그것이 무언이지 내려다보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17년 동안 평생 이 동네에서 살았다. 그녀는 동네 구석구석을 알고 있었고, 모든 소리를 알아들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남쪽 들판에서 그록스가 울부짖는 소리. 장날의 떠들썩함.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새도 없고 북적이지도 않다. 비명 소리와 폭발, 쉴 새 없이 총성만 울릴 뿐이다.
예전에도 습격이 있었다. 당연히 그랬지. 참으로 심술궃게도, 습격은 매일 씻고 닦는 것과 같은 삶의 일부가 되었다. 산드란(Sandran) 주민들은 그것들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침략자들을 보자마자 종소리가 울렸고, 거리는 즉시 비워졌다. 부자들은 자신만의 벙커로 달려갈 것이고, 가난한 자는 그들이 집이라고 부르는 그 허물어진 거주지로 갈 것이다. 창문에 못을 박고, 어둠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든 가족들이 그저 발견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알룬드라는 처음 겪었던 그 일을 여전히 기억한다. 순전한 공포와 어머니의 편안한 냄새의 이상한 조합이었다. 그녀를 꽉 끌어당긴 어머니는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곧 끝날 거란다 내 사랑하는 딸아."
수많은 기억들이 있다. 위험이 지나자 조심스럽게 거리로 나왔고, 그 피해를 평가했다. 시체들을 치우고 있어. 시체가 참으로 많구나.
그녀는 여섯 살 때 처음 시신을 보았는데, 습격 이후 그녀는 이모의 거주지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괴물중 하나가 셔터 뒤에서 구체화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네개의 벽으로 이루어진 그 상상 속의 피난처 내부에서 말이다
(역자왈 : 플레이드원이 집 내부에 물질화되면서 이모네가 몰살당했다는 소리)
알룬드라는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습격이 있었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밤에 비명을 들으며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는지.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에는 모두가 죽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어떠한 종소리도, 어떠한 경고도 없었다. 그저 하늘에는 엔진 소리가 요란한다. 마치 화염에 이끌리는 나방처럼 유혈 사태에 이끌린 플레이어(Flayer)들은 바로 뒤에 있었다.
그녀가 어린 아이였을 때, 할아버지가 그들에게 경고했다.
어느 화창한 여름날, 그 노인은 알룬드라가 그녀의 오빠와 싸우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들 둘은 서로의 눈을 할퀼려고 애를 썼다. 이때 2년, 아마 3년 동안은 습격이 없었다. 할아버지의 굳은살이 박힌 손이 그녀를 후심(Husim)에게서 끌어냈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발길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는 별일이 아니었다.
후심과 알룬드라는 기질이 너무나 비슷한 나머지, 항상 서로 다투었다. 고집불통이고 완고하였지. 그런데 처음으로 그녀의 할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느냐? 플레이어들은 두 성계나 떨어진 곳의 폭력을 감지 할 수 있다. 놈들을 다시 데려와서 또 다른 습격을 감수하고 싶은 것이냐?
"헛소리." 어린애 같은 오만함에 가득찬 후심은 비웃음을 냈다. "놈들을 존재하지 않아요. 갈렙이 말하길, 죄다 구라래요."
그리고 그날 밤 종이 울렸다. 옆집에 사는 4대 가문 모두가 살해 당했다. 후심과 알룬드라는 다시는 다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마치 그일이 일어날 것 처럼.
그는 어디있지? 알룬드라는 오빠가 늘상 가는 곳 두 군데를 이미 확인하였다. 한 곳은 버려졌고, 다른 하나는 이미 급습을 당했다. 그녀는 잔해물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선혈에 얼룩지긴 했어도 그 옷들은 후심의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뒤에서 그녀는 둔탁한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놈들이 너무나 가까이 있다. 너무 가까워. 그녀는 재빨리 모퉁이를 돌며, 두 가게 사이에 있는 좁은 길을 빠르게 돌파했다. 건물 뒤에는 골목길이 있다. 그녀는 큰 길을 피해서 토린의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가 집에 돌아조지 않았다면, 분명 후심은 그곳으로 갔을 것이다. 아마도 그 불운한 갈렙도 끌고 갔겠지.
"안 돼"
알룬드라는 미끄러지며 먼지를 걷어찼따. 막다른 골목에 높은 빨간 벽돌 건물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어찌 그녀가 길을 잘못 들었을까? 그녀는 독방의 문 손잡이를 잡으려 하며 담으로 달려갔다. 물론 잠겨 있었다. 위층에는 창문이 몇 개 있었지만, 저 낡은 파이프들에 운을 맡길 가치가 있을까? 아니, 그녀는 중심가로 돌아가서 방향을 잡아야 했다. 시간이 촉박 했다.
발뒤꿈치를 돌린 알룬드라는, 정맥에서 피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 구울이 골목길 입구에 서서, 앞뒤로 몸을 흔들었다. 굶주린 붉은 눈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다음 행동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것의 노출된 약간의 금속 뼈대에 낮의 태양빛이 반사되었다.
그것의 찡그린 해골, 피로 얼룩진 가슴판과 긴 칼같은 손가락은 여전히 잘 보였다. 그것의 나머지 부위는 피로 얼룩진 인간 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어떤 띠는 태양 아래에서 구워진 가죽처럼 낡아 보였고, 또 어떤 것은 거북할 정도로 신선해 보였다. 그 가장자리는 빠르게 말라가는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플레이어.
첫 번째 습격 때 알룬드라는 그 명칭을 들었다. 그녀 가까이서 할아버지는 부드럽게 설명해 주었다.
"얘야, 놈들은 악마란다. 강철과 분노로 제련된 기계 악마지. 놈들은 한 가지 이유와 단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샌드란에 온단다. 놈들이 마주치는 모든 살아있는 영혼들을 게걸스럽게 포식하기 위해서지. 놈들은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서만 존재 한단다."
어린이가 보기에도 그 생각은 너무나 비논리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놈들은 기계에요, 할아버지." 알룬드라가 지적했다. "놈들은 먹을 필요가 없어요. 그렇지 않나요? " 노인은 그저 슬프게 고개를 저었을 뿐이었다.
그날 그는 알룬드라의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놈들이 어디서 왔는지 물어봤지만, 그는 모른다고 했고, 아무도 이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에 희생자들의 시신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봤지만, 그는 단지 어머니를 도우라고 그녀를 보냈다.
놈들이 다시 공격할 것이라 경고하기 전까진 그러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필연성은 구울들의 이야기 그 자체보다 더 냉랭했다.
그 후에 플레이어가 어떻게 그런 명칭을 얻게 되었는지, 즉, 저 생명없는 습격자들인 어떻게 모든 살인에 대한 전리품인 가죽을 금속 등에 착용했는지 알게 되었다. 일부는 더 나아가서 놈들의 광기를 증명하는 끔찍한 군기(Standard)로서, 박피 된 몸통을 들고 다녔다.
아마도 할아버지는 그녀의 얼마 남지 않은 순수함을 보호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옳았을지도 모르지.
3년 후,그녀는 습격당한 셔터의 틈 사이로 플레이어 하나를 어렴풋이 보았다. 그리고 병동에서 그것이 마치 사과 껍질 깎듯이 피부를 벗기는 광경을 공포에 질린 채로 지켜보았다. 그날부터 그녀의 악몽은 사방에서 나타나는 변색된 해골로 가득 차 있었다.
도살 그 자체는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플레이어가 희미하게 일렁이며 나타난다는 사실이 두려운 것이다. 공중에서 우주선이 내려오지도 않고, 타오르는 드랍 포드가 대지에 충돌하지도 않는다. 이 기계 악마들은 막 공기로부터 생겨났고, 열띤 기대감 속에서 가죽 벗기는 발톱들이 긁어 댔다.
그녀 앞에 서 있는 저 흉물처럼 말이다.
========================
역자왈) 플레이드 원은 갑자기 물질화 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함.
'워해머 소설 번역 > 자투리 번역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소설)벗겨진 Flayed - 3 (0) | 2022.01.03 |
---|---|
(단편소설)벗겨진 Flayed - 2 (0) | 2022.01.03 |
요새에 침투하는 플레이드원 (0) | 2022.01.03 |
모르웬 추적 Hunt for Mhorwen (0) | 2021.12.15 |
미노타우르스 챕터 마스터 vs 메이나크 오버로드 (0) | 2021.0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