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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소설 번역/자투리 번역글

40K 발췌) 쿠스토데스가 본 미노타우르스의 챕터 마스터

by 맥주수염 2021. 1. 9.

 

섭정의 그림자(좌측), 아스테리온 몰록(우측)

 

 임아 12권 산 기념으로 몰록에 대한 글을 찾아보던 중 옥좌의 감시자들 : 섭정의 그림자 라는 소설에서 몰록이 등장했다는 게 기억 났습니다.

 레딧을 뒤져보니 마침 그 부분을 발췌해둔 게 있더군요.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

 

 작중 화자는 발레리안으로 어뎁투스 쿠스토데스(=커스토디안 가드)의 쉴드 캡틴입니다.

 그 외 발췌문에서 등장하는 이름은

 

 발로리스 = 커가의 제너럴 트라잔 발로리스

 가라돈 = 임페리얼 피스트 챕터의 3중대장 토르 가라돈

 파딕스 = 암살청의 수장

 비올레타 로스카블러 = 하이로드 

 

굵은 글씨는 원문을 발췌한 레딧 유저의 말입니다. 

https://www.reddit.com/r/40kLore/comments/hnetdg/excerpt_regents_shadow_a_custodes_appraisal_of/

 

[Excerpt: Regent's Shadow] A custodes' appraisal of Asterion Moloc, Chapter Master of the Minotaurs

Context: In this scene, Valerian, Hero of Lion's Gate and our PoV custodes sees Asterion Moloc for the first time in person -- during a conference...

www.redd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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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리먼이 떠난 직후, 쿠스토데스와 임페리얼 피스트 그리고 미노타우르스 챕터는 테라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모인다.

 그곳에서 사자의 문 전투의 영웅 발레리안과 쿠스토데스들은 처음으로 아스테리온 몰록을 대면하게 되는데...

 

 몰록은, 당연하게도, 모두의 시선을 한눈에 받았다. 그는 옛 타르타로스 패턴의 터미네이터 아머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다른 중장갑 중대원들보다도 한층 더 큰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발로리스는 회백색의 찬란함과 같았고, 가라돈은 전형적인 무인과도 같았지만, 몰록은 통일 테라 이전의 전설에서나 등장했었던 야만적인 전쟁군주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의 아머는 분명 최상품이라 할만한 것이었으나 마치 신성한 전투 의례를 연상케하는, 원시의 미학으로서 설계되었음이 틀림없었다.

 

 그를 본다는 것은 고대 신화와 수수께끼, 불타는 화로와 피로 물든 도끼날, 비밀 속의 비밀, 강철과 바위의 미로로 둘러싸인 세계를 보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나는 내가 속한 시대에서 경이롭다고 할만한 수많은 전사들을 만나왔다.

 

 물론, 발로리스는 프라이마크를 구해낸, 제국 내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이라고 칭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가장 폭력의 냄새가 짙은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아스테리온 몰록, 미노타우르스의 챕터 마스터를 꼽을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발레리안은 몰록과 미노타우르스의 반대편에 서 있게 된다. 철판을 두른 전쟁군주가 모습을 드러내고, 미노타우르스 챕터가 발레리안과 그의 일행을 궁지로 몰아넣는데...

 

 군세가 갈라지고, 미노타우르스의 무리가 선두로 나왔다. 그들 중 서른 명이 긴 복도를 따라 직진해왔다. 그들은 마치 집행자처럼, 보란 듯이 활보했고, 들으란 듯이 무장들을 흔들었다.

 첫 번째 계단으로부터 단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들은 멈추었다. 이 열로 늘어선 그들은 우리 앞에 자리를 잡음과 동시에 그들의 주인이 걸어 나올 간격을 벌려두고 있었다.

 

 몰록은 타르타로스 아머를 걸치고 있었는데 아머의 청동빛은 검은 색에 가까웠고, 그 표면엔 화려한 룬과 난해한 무늬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가 걸을 때면 그 육중함으로 인해 바닥의 대리석들에 금이 갈 정도였다.

 

 그는 우리가 지닌 것과 흡사한 파워스피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봤던 그 어떤 스피어보다도 검고 오래되었다는 것이 그 차이였다. 게다가 붉은 망토는 그의 각진 어깨에 눌러붙은 납처럼 고정되어 있었으며 내가 해독할 수 없는 상징이 새겨진 원형 방패를 들고 있기도 했다.

 

 나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에게서 어떠한 약점 흠집들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그는 무엇 하나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어둡고 잊혀진 실험실에서 제조되어 산 자들의 세계로 보내진, 오로지 전투만을 위해 만들어진 창조물인 오토마톤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저런 괴물을 막아설 수 있을까?

 

 발로리스 정도면 가능할지도 모르리라 길리먼이라면 당연히 가능할 터였다. 그들 외엔, 나 역시도,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몰록과 파딕스의 사이로 끼어들며 나는 나의 창을 들어 다가오는 챕터 마스터를 향해 그 끝을 비스듬히 추켜세웠다.

 

 ‘거기까지.’ 나는 양손으로 창대를 꽉 쥔 채 명령했다.

 

 몰록은 항상 헬멧을 썼다. 헬멧을 쓰지 않은 몰록을 나는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 금속 뒤에선 아무것도, 그 어떠한 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저 세라마이트와 근육의, 룬으로 보호되는 심장에서 용광로처럼 그가 쉬지 않고 내뿜던 폭력성만이 보였을 뿐.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일종의 신성한 토템처럼 그는 언제나 그의 창을 형식적으로만 들고 다녔는데, 그 창은 야수를 살해하는 데 쓰이는 저주 어린 의식용 장비나 다름없었다.

 고풍스런 그의 헬멧엔 검은 빛깔의 렌즈가 달려있었고, 그를 들여다보는 것은 마치 공허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완벽하게 경멸과 악의에 찬 시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 재차 경고하면서 나는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그가 단상의 계단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나는 움직였다.

 오늘날까지, 만일 그가 진정으로 그렇게 했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르겠다. 그 어떤 자존심도, 의심도 없이, 오직 내게 놓여있었던 증거로서만 추정할 수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내가 방법을 찾아냈을 지도 몰랐다. 살아오는 동안 나는 적들 중 위대하다고 불린 전사를 여럿 쓰러뜨렸고, 개중엔 나를 꺾을 법했던 이들도 제법 있었으니까.

 

 그러나 몰록에 대해선,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의 전투는 성당 높은 곳에서 갑작스럽게 내려온 순간이동의 빛과 울림에 의해 방해받았다. 기습적인 추위가 덮쳤고, 몰록의 다부진 아머에 하얀 은빛이 반사되는 것을 보고선 나는 잠시 발로리스가 왔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가라돈과 함께 이곳에서의 전투에 쓰일 지원군을 데려왔을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들 대신, 한 명의 인물이 내 옆의 워프 불꽃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에테르 변환을 위한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그 내면은 무장하지 않은 여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비올레타 로스카블러, 행정부의 두 주인 자리 중 한 자리에 대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던 여자였다. 그녀의 경쟁자가 암살자의 총탄에 의해 사망하여 그녀의 적합성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해줄 사람이 사라진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녀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천 명의 전사들 앞에서, 모여있는 모든 스페이스 마린의 앞에서, 그녀가 단 한 발의 사격으로도 죽음에 이르렀을 수도 있었을 텐데도, 그녀는 착실히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그녀가 몰록에게 다가서자, 그의 거대한 체격 탓에 어린아이보다도 작게 느껴졌다. 나는 그녀가 자신이 속한 사무실의 상징을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국의 초기에 쇠로 두들겨 탄생한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 밖의 다른 행동을 취하진 않았었다.

 

 몰록이 그녀의 접근을 허용했고, 마치 그는 보이지 않는 힘이나 마법에 묶인 것처럼 그녀를 기다렸다. 그 여자가 그의 귀에 대고 말을 하려고 발꿈치를 들었고, 그는 허리를 굽혀서 그 말을 경청했다. 그곳의 어떤 이들도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고, 오로지 그에게만 말이 전달되었다.

 

 말을 마친 로스카블러가 그에게서 물러나며 언제 내려갔냐는 듯 다시금 우리와 합류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왔다. 몰록의 허리가 곧게 펴졌고, 그의 시선이 잠시 내게 닿더니 곧 파딕스에게로 향했다. 온 사방에 침묵만이, 깨어지지 않을 완벽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는 돌아섰다. 망토를 발목까지 두른 그가 걸어온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자 그의 전사들이 뒤를 따랐다.

 나는 그들이 전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계속해서, 나는 내 창의 손잡이를 절대로 놓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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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의 친위대인 쿠스토데스를, 그것도 쉴드캡틴을 긴장시키는 스페이스마린이라니...이건 정말 귀한 장면입니다.

 몰록은 그 압도적인 무력과 하이로드의 충견이라는 독특한 설정탓에 볼 때마다 너무도 매력적인 인물이네요.
언젠간 꼭 미노타우르스 챕터로 미니어처게임을 준비해봐야겠습니다 :)

 

 이 글을 발췌한 레딧 유저 또한 끝에다, '종종 최강의 스페이스마린이 누구냐,'는 질문을 보는데 자신은 아스테리온 몰록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일리가 있어보입니다.

 게다가 이번 글에서 눈 여겨볼 점은 하이로드인 로스카블러입니다. 그녀는 일개 일반인에 불과한데도 엄청난 거구의 전사들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그것도 팽팽한 긴장감의 두 전사 사이로 끼어들 정도로 담대한 행보를 보이는데요. 과연 인류의 정점에 선 위치인 하이로드라면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하나 싶은 대목이었습니다.

 멋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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