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날이 반복되고 있었다.
12시간 동안 잔해 속에서, 생각따윈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최근 유일한 변화는 예배 시간을 위해 근무교대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점이었다.
그 중 ‘아마레스’는 새벽, 정오, 해질녘 하루 세 번 예배를 주관했다.
이로써 ‘아렉스’는 사흘째 예배를 받고나자 완전히 예배에 적응되지는 않더라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음에 감사했다.
사원에서 치뤄지는 예배시간동안 쉴 수 있었고 초겨울의 추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첫 번째 예배가 있었을 때, 두 남자가 항의의 표시로 벌떡 일어났고,
‘아렉스’는 그들의 용기에 다른 이들이 함께 동조하기를 바랬었다.
하지만 그 이상 누구도 반항하지 않았고 ‘아마레스’는 두 남자를 끌고가 머리에 라스 권총을 겨누고
‘철신의 자비’를 집행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이단의 신을 숭배하는 예배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사라졌었다.
이제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아렉스’는 곡괭이를 내려놓고
그 소리를 따라 걷는 노예들의 흐들리는 대열에 합류했다.
그녀는 아침이 이렇게 빨리 갔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걸어가며 ‘테일러’를 찾았는게 습관이 되버렸다.
그가 보이지 않으며 겁부터 났다. 만약 ‘테일러’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예배를 하러 오지 않는다면?
만약에 하필 오늘 ‘아마레스’가 자신을 피라미드로 데려갈지 모른다.
“그 자는 겁에 질렸어요.”
그들이 창살을 사이로 어둠 속에서 이야기하던 그날 밤 ‘테일러’가 속삭였던 말이다.
“아마레스는 당신을 피라미드로 데려간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겁에 질렸을 거에요.
자기가 믿는 신들에게 갈 때 그들이 자신을 거부하거나 더 끔찍한 일을 당할까봐 그런거에요.
당신을 제물로 지지를 받고싶지만 반대로 자신이 이룩한 모든게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그렇다면 아무일도 없을수도 있겠네요?”
‘아렉스’는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살수 있는거죠?”
“아뇨, 그렇진 않을거에요.”
‘테일러’가 음산하게 대답했다.
“아마레스는 지금 불안정해요. 철의 신들이 줄 권력과 지위를 갈망하고 있어요.
동시에 위험한 것도 알고 있구요. 지금은 고민하고 있지만 결국 행동에 나설거에요.”
오늘 아침, ‘테일러’는 ‘아렉스’를 혼자 두고 일하러 떠났고, 감감무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희망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테일러’는 계획을 세워야 했고, 감독관의 특별감시를 받는 그녀 주위에 함께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단의 신전을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고, 문 위에 칠해진 해골은 더 이상 그녀를 무섭게 만들지도 않았다.
앞쪽부터 신도들이 서있었고 여전히 출석하는 노예들이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아마레스’는 그의 감도고간 중 신임하는 자들을 신관으로
임명하고 그들을 대신할 ‘착실한’ 노예를 뽑아 감독관으로 승진시켰다.
그는 그의 새 신관들을 내보내서 ‘신의 말씀’을 퍼뜨리곤 사이비교에 속은 수많은 피난민들을 데려오곤 했다.
‘아렉스’는 초조하게 군중 속에서 ‘테일러’를 찾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새 감독관들이 빈틈이 많아요.”
어젯밤 그가 말했었다.
“대부분 감독 일을 처음하는 놈들이고, 노예에서 벗어났다고 들떠있죠.
게다가 노련한 감독관들은 당신을 감시하는 일에 투입됐으니 기회를 잡고 빠져나갈 수 있을거에요.”
라고 말했다.
아마 그가 탈출에 성공했을 거라 ‘아렉스’는 짐작했다.
아마도 탈출한 후에 마음이 바뀌어 혼자만 살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
많은 노예들은 사제들을 모방해 그들의 얼굴에 그려진 문양을 따라 그리고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은 이마에 태양을 상징하는 그림이었다.
매일 매일 새로운 예배와 함께 아렉스는 광기의 구덩이에 끌려가는 것 같았고 얼마나 오래 버틸 힘이 있을지 무서웠다.
그녀는 ‘아마레스’의 설교를 한귀로 흘리면서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언제나 그녀 곁에는 두 감독관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이비 교주가 만들어낸 새로운 이단적 교리를 중얼거렸으나 목소리를 내기를 거부했다.
입만 뻐끔거리며 매일 그랬듯 ‘소르손’과 ‘테일러’의 안전을 위해 기도했다.
그녀는 황제에게 그들이 어디에 있든 안전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녀는 지금쯤 황제의 대답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예배가 끝났고 신도들은 해산하기 시작했다. 그때 두 명의 감독관이 나타나 예배당을 빠져나가는 노예들을 헤치고 있었다.
두 감독관은 한 노예를 붙잡아 질질 끌고있었는데 얼굴은 멍투성이에 옷에는 말라붙은 핏자국이 선명했다.
“아마레스 경! 탈주자를 잡았습니다.”
호위병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이단자를 찾았습니다!”
“나는 인류의 신 – 황제에게 충성한다.”
죄수는 침을 뱉으며 저항했다.
“나는 이단자가 아니야..”
피투성이 노예는 ‘테일러’였고 ‘아렉스’는 손을 입으로 막아 끔찍한 동료의 몰골을 본 슬픔을 감춰야했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 앉으려했지만 감시하는 감독관들이 그녀를 다시 똑바로 세웠다.
‘테일러’는 이제 다가오는 ‘아마레스’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 대교주의 표정은 두개골 가면 뒤에 있어서 알 수는 없었지만
경건한 척하는 목소리에서는 감정따윈 없어 보였다.
“너는 신들을 거역하려했다.”
그가 선언했다.
‘아렉스’는 이 교주가 실망했는지, 화가 났는지, 아니면 자기의 권력을 과시할 기회에 기쁜 건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신들께서는 나를 통해 공정한 정의를 내린다고 설교하지 않았더냐?”
“네 신들은 악마다.”
‘테일러’가 저주했다.
“네가 그들을 어떻게 기쁘게 하려고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 행성을 파괴하듯이 결국 우리 모두를 파괴할거다.”
“그게 네가 말하는 마지막 모독이 될 것이다.”
‘아마레스’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신의 조끼 안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는 ‘아렉스’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테일러’가 말했다.
“아마레스 경, 당신만 폐허에서 무기를 찾은 건 아니야. 나도 무기를 얻기
위해 외계인 피라미드까지 가야했지만 충분히 고생한 보람이 있었지.”
이단자의 처형을 보기 위해 앞으로 나가던 노예들이 별안간 질겁하며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서운 공포가 모두를 흽쓸었고 ‘테일러’는 감독관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벌떡 일어섰다.
그의 패기에 ‘아마레스’마저 뒷걸음질치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테일러’는 무너가를 들고 있었고, 마침내 ‘아렉스’는 그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붉은색 둥근 모양의 장치, 검은 해골과 십자가가 그려진 것이었다.
“이건!”
‘테일러’가 소리쳤다.
“크랙 수류탄이다. 대전차용 무기지. 일반적인 파편수류탄과는 비교가 안될정도야.
내가 지금 이 핀을 잡아당긴다면.. 여기 모두 무사하지 못해. 신들의 총애를 받는 너희들도!”
“철의 신들께서는.. 나를 보호해주신다.”
‘아마레스’가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원..원하는게 뭐냐?”
감독관 중 한명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건 이 미치광이 교주를 죽여버리는 거다.”
‘테일러’가 말했다.
“이 더러운 예배당을 무너뜨리고 싶지만 그러진 않겠다.
왜냐면 이곳은 한 때 황제폐하의 예배당이었고 다시 원래대로 복원되기를 원하니까.”
그러면서 그는 ‘아마레스’의 뒤로 걸어가 이제 교주의 목에 팔을 감았다.
“대신 여기 노예들을 해방시켜.”
“그래서 뭘 어쩔셈이지?”
‘아마레스’가 비웃었다.
“넌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자유를 얻은 적이 결코 없다.
오직 다른 주인들을 섬겼을 뿐이야.”
“저자의 말을 듣지 마십쇼!”
‘테일러’가 군중을 향해 외쳤다.
“아마레스가 신을 대변한다고 말하지만, 저 자는 자기 이익만을 위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나가고 싶은 사람들은 나가세요.”
그는 자신감을 회복했고 우렁찬 목소리는 신전 곳곳까지 날아가 울려퍼졌다.
“신들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자, 이단의 말을 따라라! 신들의 노여움을 받게 될것이다!”
그때 침묵이 흘렀다.
‘아렉스’는 참을 수 있는 갈망과 억압된 무리들이 공포에 짓눌러 있는 걸 보았다.
모두 주저하고 있었고 긴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녀는 스스로 첫 번째 주자가 되고 싶었다.
군중들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뭘 기다리고 있냐고? 지금이 기회라고!’ 말이다.
곧 ‘테일러’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아렉스’는 풀려났다.
그녀가 그를 향해 출발하자 감독관들이 막아섰지만 교주를 인질로 잡은 ‘테일러’의 위협에 물러서야했다.
“지금 떠나야해.”
‘테일러’가 말했다.
두 사람은 함께 움직였다. 그리고 ‘아마레스’도 함께였다.
“아무도 우릴 따라오지 않는다면 풀어주겠어. 내 명령에 따라라.
만약 누군가 신전 밖에서 나와 우릴 쫓는다면.. 한명이라도 나온다면..”
그들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아갔다.
‘아렉스’는 크랙 수퓨탄을 잡고 있는 ‘테일러’의 뒤에 있었고
혹시나 숨어있는 누군가가 ‘테일러’를 공격할까봐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대교주의 목소리가 그 걱정을 날려줄 수 있었다.
“시키는대로 해!”
‘아마레스’가 다급하게 명령했다.
“신들께서 저들을 찾아낼거다! 여기서 도망칠 곳은 없다!”
“우린 도망갈 필요없어.”
‘테일러’가 비웃었다.
“황제의 군대가 네 거짓 신들을 파괴할 때까지 숨어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
감독관과 노예들은 문간에 나왔있었지만 결코 문턱을 넘지 않고 있었다.
이 필사적인 계획은 성공에 가까워진게 분명했다.
그리고 인질을 대리석 계단 아래로 끌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순간 ‘테일러’는 발을 헛디디며 미끄러졌고
‘아마레스’는 기회를 잡아 ‘테일러’의 손을 뿌리쳤다.
동시에 교주는 팔을 세게 휘두르며 ‘테일러’가 쥔 수류탄을 멀리 내던졌다.
신전의 안마당을 가로질러 수류탄이 두 번, 세 번, 네 번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수류탄이 멈춰선 후에야 ‘아렉스’는 생각이 돌아왔고 움직일 수 있었다.
‘테일러’가 ‘아마레스’와 몸싸움을 벌이며 그녀에게 수류탄을 잡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녀가 수류탄을 잡기 위해 달려갔지만 감독관들은 이미 그녀의 앞에 있었고 가볍게 그녀를 쓰러뜨렸다.
‘아렉스’는 넘어질 때 고통으로 울부짖었고, 불과 몇센티미터 앞에 있는 수류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어깨, 팔, 손가락이 팽팽하게 뻗혔지만 수류탄은 잡히지 않았다.
그동안 ‘테일러’는 숭배자들에게 붙잡혀 끌려나오고 있었다.
‘아마레스’는 우아하게 흐트러진 해골 마스크를 정리하고 있었고 그렇게 두 사람의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아렉스’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강제로 무릎이 꿇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 주위에는 노예들이 야유를 하고 있었고 그녀의 손은 등 뒤로 당겨지고 감독관의 수갑이 채워졌다.
함께 도망치려고 한 ‘테일러’도 함께 있었고 군중들은 두 사람의 처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마레스’가 그들 사이를 걷자 침묵이 흘렀다.
감독관들은 대교주가 예배당에서 떨어뜨린 권총을 찾기 시작했다.
한 감독관이 크랙 수류탄을 가지고 나와 어떻게 해야하느냐 물었을 때,
‘아마레스’는 멀리 떨어진 곳에 던져버려라고 명령했다.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모르겠다는 감독관의 말은 그의 짜증에 묻혀버렸다.
“내 처우는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일말의 동정심이 있다면, ‘아렉스’의 목숨만을 살려다오.
그녀는 이번 일과 아무 상관도 없다. 내 약혼녀이기 때문에 강제로 탈출시키려 한거다.”
‘아렉스’의 그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그것이 필사적인 허세라는 걸 알 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연인 ‘소르손’에게 죄책감을 느껴야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아마레스’가 말했고 ‘아렉스’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 소녀는 내 손으로 죽이지 않을거다. 방금 철의 신들과 대화를 나눴을 때,
신들께서는 총독의 조카를 위해 특별한 걸 준비했다고 하셨으니까.”
사제가 ‘아마레스’에게 뛰어와 무기를 건네주었다. 교주는 다시 한 번 ‘테일러’의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눴다.
‘테일러’는 눈을 감고 죽기를 기다렸으나, 얼마 후 총구가 내려졌다.
“두 사람이 약혼한 사이라?”
‘아마레스’가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복을 두 배로 받았으니, 총독의 타락한 두 자식을 얻게 된 것이다.
내가 너희 둘 모두를 철의 신들께 바치겠노라. 신들께서는 크게 기뻐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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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 요약
움직이지마 이거슨 수류탄이여!
에엑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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