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좋았던 옛 나날들
엄청난 수의 오크들이 있었다. 내연기관의 사용에 대한 그들의 열의가 너무도 대단했기에 공격의 전조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냥 기후처럼 보일 정도였다.
지난 며칠 동안, 눈구름과 스모그의 납덩이들이 그들의 장소 위로 모여들었고, 침략군들이 집결함에 따라 조잡한 기계들이 매연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엔진이 풀 스로틀로 가동되면서 군단이 움직였기 때문에, 소나기구름은 더 남아있지 않았다. 폭풍이 흩어지고 있었다.
번개의 기둥들이 육지와 하늘을 이어가며 평원을 가로지르는 공허한 폭발음을 냈고, 야만적인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저 멀리 거상(colossus)이 천천히 팔다리를 펼치면서 구름 덩어리가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퍼졌다. 천 개의 배기가스 기둥에 엮인 끈에 이끌리듯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풍경에 크게 씹힌 모양새의 대류 기포 속에서 분출하면서 소용돌이쳤다. 낮은 언덕 위로 완전히 가려질 때까지 들끓었고, 날개가 평원에 펴지면서 태양도 삼켜버렸다. 네크론의 전선이 깊은 어둠 속에 빠지자 오직 중심핵과 그들의 가우스 라이플만이 빛을 발했다. 아음속의 웅웅거림, 바보 신의 포효처럼 들리는 그것은 필멸자의 감각으로는 지진이라고 착각할만큼 충분히 깊었다.
제아무리 건장한 병사라도, 살아숨쉬는 한 이렇게 어둠에 던져져 적의 함성에 덮쳐졌다면 마음이 몹시 불안했으리라. 그러나 워리어들은 그 누구 하나 제 옆에 선 이웃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앞만 바라본 채, 아예 없는 것보단 덜 냉정한 모습으로, 살육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들은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미 경차들로 이루어진 오크 함대가 주요 병력들보다 앞서서 매연 덩어리로부터 뻗어나오는 짐승의 발톱처럼 가늘고 긴 추악한 행렬을 이루고 있었으니까. 놈들이 도착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그 후엔 격렬함이 찾아올 터였다. 올틱스는 수비 명령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으나, 그 전에 네스에게 먼저 가야 했다. 이 절망한 워든은 여전히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프라이토르 네스’ 엄숙히 올틱스가 말했다. 전투 정신이 일련의 거친 내부 짖음으로 그의 관용을 항의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대는 운이 좋았다. 그대의 구원을 지니고 적들이 다가오고 있으니, 다가오는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죽음을 맞을 때까지 내게 봉사하라. 그리하면 이전의 실패에 대한 만회의 범위를 줄일 수 있을테니.’
올틱스는 그의 글레이브를 수납-공간으로 송환시키고, 한숨을 뜻하는 백색 소음의 팽창 펄스를 표했다. 네스는 슬픈 진실을 드러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낙담해보였는데, 이 프라이토르는 올틱스의 복잡한 언사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어 여전히 그가 죽을 것이라고 믿고있는 듯 했다.
‘난 그대를 죽이지 않겠다’ 올틱스는 천천히, 힘주어 말했다. ‘허나 이번 전투는 그대가 더 잘하길 바라고 있다.’
마침내 두 번째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네스의 눈에서 빛이 났다.
‘이제 일어나라.’ 올틱스가 말을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더는 없을 관용을 이 관용을 받아들여라. 행운을 빌지.’
그는 네스로부터 돌아서서 계단으로 올라가는 관문 암벽을 향했다. 그곳은 다가올 전투에서 유리한 지점으로 작용할 지형이었다. 프라이토르의 음성 작동기가 딸깍거리며 윙윙거렸다. 그가 그의 자그마한 의식에 들어온 정보와 씨름하는 동안 난 소리로, 그가 놀랐다는 것을 올틱스는 알 수 있었다.
‘당신의 관대함은...신-신성(supernova)처럼 타오릅니다. 키나즈시여’ 네스가 기쁨에 찬 목소리를 냈다.
힐끗 돌아본 올틱스는 그가 죽은 그롯이 남긴 얼룩진 눈발 위에 엎드린 것을 볼 수 있었고, 이는 그의 방전 노드들을 가렵게 했다. 돌아가 워든을 계단 아래로 차야겠다는 생각이 그의 정서 완충기(memetic buffer)를 통해 재차 빠르게 떠올랐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그는 그저 바보에게 일어나라고 명령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프라이토르가 내뱉은 키나즈 –더는 올틱스의 것이 아닌- 라는 단어의 사용은, 그를 진실로 짜증나게 만들었다.
위엄이 아니라, 신분에 관한 한 아랫사람에 대한 숭배는 좋은 무덤의 획득에 버금간다. 아니, 그것은 순전히 불필요한 것이었고, 그의 옛 직함을 사용하는 것은 올틱스에게 그가 원래의 자리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자각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네스는 마땅히 그가 로드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아직까지도, 그는 일종의 로드이긴 했다. 그는 지휘해야 할 군대가 있었다. 그렇게 프라이토르가 일어서자, 올틱스는 포르티코 연단으로 올라가 그곳에서 그의 군단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중심핵이 음성 장치의 구성 요소를 가득 채우고, 미사여구의 서곡으로서 팔을 뻗었으며, 네스와 군단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선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전파할 준비를 했다.
물론, 워리어들은 어찌됐건 복종할 것이다. 그들은 올틱스가 틈새 전달 파장을 통해 동시에 보내는 사전설정된 명령-매크로를 통해 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알게 될 테니까. 그러나 직접 말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필요성의 부재 때문에 생전 습관을 버렸던 동료들을 떠올렸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침묵은 그런 이들을 미치게 만들었고, 그들을 자기자신 안에 가두게 만들어버렸다. 게다가 그의 계획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올틱스가 그들에게 뉘앙스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때로는, 심지어 그가 그의 계획을 완전히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때 중 하나였다.
올틱스가 그 중요성을 큰소리로 연설할 준비를 하면서, 문득 그는 오수아리 앞에서 전면적인 방어전을 벌이는 것이 그렇게 좋은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어에 대한 초안이 정서 완충기에서 정지되었고, 의문-글리프로 비난받았으며, 이어지는 그의 연설에서 충분히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다.
그는 교리 정신이 그의 망설임에 격분하여 의식의 벽에 제 몸을 던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의심? 의심을 한다고요? 올틱스가 말을 허락하자마자 교리 정신이 소리를 질렀다. 지금 나의 주인님께선 신성한 생텀을 수호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의심하는 겁니까? 테메노스에 불결한 자들이 발 붙이는 정도로는 주인님껜 치욕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나보군요?
올틱스는 다시금 첫 번째 분할 정신을 침묵시키고 그를 20분 동안 봉인에 가둬두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교리 정신의 호통에도 일리가 있었다. 본능적으로, 전면 전투가 유일하게 명예로웠고, 또 유일하게 적절한 대응임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최근에 상기했듯, 추방자의 행동이 언제나 통제되는 건 아니었다.
‘주-주군이시여?’ 올틱스가 몸짓을 하다말고 얼어붙어 있자, 그의 옆에 서려고 떨고 있던 네스가 말을 걸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는 전투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오크들이 도달하면 올 비난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그가 말을 걸음으로서 주인을 다시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두려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비극적으로 처한 그의 곤경 속에서 그는 올틱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점차 다가오는 먼지 구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의 군세는 애-애처롭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주제를 환기시키는 것이 그가 생각하기에 지휘관들이 시간을 죽일 때 쓸만한 방식인 듯 했다. ‘그렇다, 네스.’ 올틱스는 무감각한 어조로 전혀 동의하지 않는 말을 했다. 다가오는 녹과 프로메슘의 해일은 올틱스가 세드에 도착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침입이었다.
적어도 규모 면에선 전혀 한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그들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도 아닐 것이었다. 매일 새로운 오크 상륙선들이 툰드라에 함선을 띄워 신선한 짐승들을 토해냈고, 장거리 우주 관측구(long-range void scries)들은 놀라운 수의 함선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분명 오크들의 거대한 이동 중 하나가 이타카스의 영토 끝으로 잘못 들어온 게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운나스가 그를 돕기는 것을 거부하는 한, 그것은 결국 세드에 종말을 고할 터였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 다가오는 전투에선 적어도, 그리고 아마도 다음 십여 년 동안의 승리는 당연했다. 무리는 거대했다. 그래, 거대했다. 하지만 한번 대륙을 뒤흔드는 오크의 모습을 보고나면, 이미 모든 것을 본 것이었다.
오수아리의 강력한 변환 중계기 위에서 그는 단순히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행성 반대편에 있는 추가 군단과 지원 병기들을 순차적으로 투입할 수 있었다. 둠 사이드의 공습이 이미 도착했고, 전략 정신이 그의 시야에 어렴풋이 빛나는 전조들을 표기했다. 그의 헤카가 일부 동하는 것만으로도 조그마한 대포 조각들이 현실로 실체를 얻어 드러날 것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공격에 맞추기 위해 예비(reserve)로 빠진 병력들까지 깊숙이 꺼낼 필요는 없을 듯 했다. 세드의 수비대는 당연하게도 더 나은 천년을 보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은하계가 알고 있던 가장 효율적인 전쟁 기계의 일부였다. 가장 노쇠한 워리어들조차도 오크들을 마주하면 그들이 쓰러지기 전에 수많은 생명을 거둬들이곤 했다.
그들이 쓰러지기 전에.
‘그리고 저기 있군.’ 마침내 올틱스가 입을 열자, 네스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소모라네, 프라이토르여. 그게 문제야.’
‘물론입니다, 주군이시여.’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네스는 동의했고, 다가오는 무리를 또 한 번 은근히 보았다.
올틱스는 오크들이 얼마나 빨리 진군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나 서두르지는 않았다. 첫 번째 도끼가 전선을 칠 때까지는 아직 생각할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래, 소모가 문제였다. 그가 네스처럼 낙후된 자산도 잃을 수 없듯이, 만약 그가 할 수만 있다면 그의 녹슬어버린 워리어들도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앞으로 새로운 오크들은 언제든지 있을 것이다. 놈들은 계속해서 탄생했고, 진흙 속의 박테리아처럼 증식하니까. 하지만 그의 군대는 대체가 불가능했다.
그들의 네크로더미스는 그 어떤 중화기를 맞더라도 신속히 자가 수리를 할 수 있었고, 심지어 그들의 패턴이 무덤의 재구성 저장고(reconstruction vault)에 도달하는 한 그들은 완전한 파괴에서조차 부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들이 영원토록 이어질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극도로 정밀하게 설계된 시스템도 6천만 년 동안 가동되게금 방치되어 있엇지만, 누적된 이런저런 작은 오류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일찍 깨어나면서 망가지고 저주의 재앙으로 인해 여타의 살아남은 다른 왕조들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이타카스 왕조의 무너진 영토에는 고대의 제도가 그 자체의 복잡성에 짓눌려 무너지는 수준이었다. 변환, 재구성, 관측구 등 나머지 프로토콜들도 세기가 지날수록 불규칙해지고 그 신뢰성이 떨어지는 판국이었다.
앞으로 있는 전투에서, 그는 아무래도-
0.8퍼센트에서 2.8퍼센트 사이로, 저는 예측합니다. 분할 정신 특유의 형식적인 격려와 함께, 분석 정신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해당 수치는 적의 이질적인 무기 배치에 따라 변동됩니다.
다시 말해주겠나? 올틱스가 생각했다.
네 번째 분할 정신은 툭하면 대화의 중간지점부터 말을하는 버릇이 있었기에 당황한 그였다. 그것이 가진 놀라운 연산 능력 때문인진 몰라도, 분석 정신은...독특했다. 숨겨진 배후의 주모자라기보단, 전문가이긴하나 거리의 메스맨서(mathemancer)로부터 몇 가지 잔재주를 배운 순박한 노동자 같은 태도였다.
변환 회수(Translation recall) 실패율 말입니다, 나리. 명료한 말이었다. 당신께서도 알다시피- 워리어들을 위해선.
그리고선 분석 정신은 더 많은 분석 자료를 나열했으나, 올틱스가 이를 거절했다. 그 자신의 특정한 반복연산은 사물의 영향에 별다른 신경을 주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숫자를 사랑했을 분이기에, 만일 그가 그것을 허락했다면 몇 시간 동안이나 그 행동을 고수했을 것이다.
올틱스는 숫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숫자는 100명의 워리어가 파괴될 때마다 최대 3명의 워리어가 재구성 저장고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 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 숫자에는 재구성의 오류로 인해 영구적인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겪는 이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몰려오는 오크의 수, 전투 기간과 그 격렬함을 고려해보면 그 오류의 빈도는 더 오를 게 자명했다. 그건 용납될 수 없었다. 특히나 그들이 더더욱 많은 오크의 물결로부터 견뎌야 할 전투의 수를 생각한다면.
그러나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불결한 자들에게 오수아리를 넘긴다는 가능성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분명 제 3의 길이 있을 터였다. 이 딜레마로부터 벗어나는 실용적이면서도 명예와 신중함의 균형을 맞춘 길. 예법과 이성까지도 갖춘.
그런 길이 있다면 올틱스는 빨리 찾아야 했다. 오크들을 예고하는 폭풍은 마치 그들의 전선 위로 떨어질 것만 같은 아찔한 회색 빛 석판처럼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안쪽에선 병들고 붉은 빛을 내는 섬광들이 충격파를 떨어댔다. 평범한 번개일 리 없는 그것은 세드의 대기를 감싼 중금속 대기에 닿으면서 이상하게도 탁탁 소리를 내며 깨졌다.
올틱스가 이 기이한 방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선 그의 고성능 지각 장치까지 필요하진 않았다. 저건 오크들이 저 어딘가에 있는 이질적인 무기를 충전하고 있다는 표시였다. 워프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무기들, 우주의 모든 현상들 중에서 홀로 영원히 네크론티르의 가르침을 피해왔던 그 기이한 비현실성으로, 결코 달갑지 않은 전개였다.
오 그렇지. 한 쌍의 만족-글리프로 분석 정신이 동의하며 알 수 없는 변수를 제거한 것에 기뻐했다. 그거 참 심각해보이네요, 나리. 실패 확률 2.8퍼센트, 그렇다면...아마 더 많을 겁니다.
비록 원시적이지만, 오크들은 여전히 놀라웠다. 그들의 속임수는 아직까지도 오수아리에서 그들의 패배를 피하게 할만한 가망은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올틱스의 승리에 대한 값을 점점 더 비싸게 만들고 있었다. 만약 그가 전면 전투에 대한 어떤 대안도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그는 적어도 그 하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할 터였다.
올틱스는 네스에게 필요한 예비 병력을 전략적 분할로 파악한 위치로 옮기고, 숨겨져 있는 차원 부록으로부터 오수아리의 방어 파일론을 꺼내라고 지시했다. 눈에 띄는 안도감을 보이며, 프라이토르는 그가 유용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급히 자리에서 벗어났다.
오크들이 탄 경차 중 가장 빠른 것은 벌써 눈밭을 반쯤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하면 전투가 멈출 일은 없을 것이다. 올틱스는 수백 명의 워리어들이 돌진하는 폭력의 방벽을 멍하니 바라보다, 황급히 돌아다니는 네스의 경직된 걸음걸이를 보고는 일련의 맹세를 했다.
오래된 것들이 그를 끌었지만, 그는 고독했다. 동료라기보단 도구에 가까운 분할 정신들을 빼고는 지금처럼 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고민을 같이 나눌 이가 없었다.
맨텝이 그 역할을 맡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현재 지식을 향한 불가해한 탐구를 떠난 상태라 곁에 없었다.
그 외엔 예네크 대제독이, 아니, 이젠 아니었다. 수세기에 걸쳐 세드에 갇힌 그의 동료 유배자는 그와 동등한 존재이자 심지어 친구이기도 했다. 그들은 여러 차례 전쟁서를 놓고 마주앉아 진형과 프로토콜을 두고 우호적인 논쟁을 벌였고, 옛 방식에 따라 함께 무예를 연마했다. 그러나 곧 예네크에게 문제가 생겼다.
최근 몇 년 간 장막이 제독을 덮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은둔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긴 ‘사냥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떠났다. 세드의 생물권은 파괴된 지 오래였지만. 이후 그는 그의 기함인 아크롭스(Akrops)의 함교로 거의 완전하게 물러나 있었다. 그와 멘텝을 제외하고는, 세드의 의식 있는 나머지 거주자들은 완전히 미쳐있거나, 아니면 너무 혐오스러워서 그와 함께 있는 것을 선호했다.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음,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군. 그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 전술가는 올틱스에게 전쟁의 모든 것을 가르친 이로, 만약 올틱스가 전선 전투의 광기와 오수아리 왕조를 버린 수치심에 대한 대안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 자일 것이다. 단,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문제는 이 전술가가 조세라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굴욕을 안겨준 대리인에게 지혜를 구하는 부끄러움조차 작금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면 큰 상관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로, 더 큰 문제는 그것이 그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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