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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느레 후기/영화 후기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by 맥주수염 2023. 5. 1.

개인 경험이 담긴 후기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 8bit.

 게이머를 감동시키는 데 필요한 건 단 8bit의 bgm이라는 걸 이 영화가 알려주었다. 기대를 한껏 품고 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영화는 게이머에 의한, 게이머를 위한, 게이머의 영화였다.

 

 사람마다 각자 내면에 품은 인생 게임은 다를 것이나, 모두들 분명 슈퍼마리오 하나쯤은 품고 있을 것이다. 슈퍼마리오라는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바이블과 같은 위치에 있는 작품이니까. 나만해도 그랬다. 사실 영화 보기 전엔 조금 걱정했었다. 분명 나는 슈퍼마리오를 좋아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릴 때 슈퍼마리오64를 즐겼던 어린 나였고,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멀어져만 갔기 때문에 과연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완전하게 즐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크린이 켜지고, 시작과 함께 그 정겨운 8bit의 슈퍼마리오가 흘러나오자 이미 나는 어린 시절 그 아이가 되어있었다. 재미는 물론이고, 팬들의 덕심을 자극하는 요소는 가득했으며, 속도감은 엄청났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만 같았는데 영화가 끝나자 잘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요즘 영화같지도 않은 영화들이 쓸데없이 러닝타임을 늘려서 안그래도 재미없는 게 지루하기까지한데, 정작 이토록 재밌는 마리오는 짧기만한 게 야속할 따름이었다.

 

 솔직하게 영화의 내용 자체는 별 거 없었다. 슈퍼마리오에 무슨 대단한 내용이 있겠는가. 딱 그 내용 그대로, 우리가 아는 슈퍼마리오대로만 나왔는데 그랬기에 오히려 정말 좋았다. 우리가 아는 그 슈퍼마리오가 거기 있었고, 우리가 아는 피치 공주가 거기 있었다. 불필요하게 관람객들에게 뭔가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도 없었다. 그저 오로지 재미, 재미만이 꽉꽉 담겨있었기에 순수하게 즐기는 것만으로 바빴다.

 

 내용은 뻔했지만, 그렇다고 연출마저 뻔하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애들 애니메이션처럼만 표현될 것 같았던 영화에서 쿠파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장면이 있었다. 바로 쿠파의 피아노씬으로, 불편한 정보를 가져온 수하를 옆에 앉히고 함께 피아노를 치며 잔잔하게 타이를 것처럼 흘러가던 바로 그 순간ㅡ갑작스레 피아노를 닫으며 수하에게 고통과 윽박을 지르는 장면은 정말이지 내 뇌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 같았다. 그때 둘이 같이 치던 곡으로 삽입된 게 바로 쿠파 전용 브금이었고, 그 한 장면으로 관객들은 쿠파라는 인물에 대해 확실한 인상을 받았을 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이라이트 때 들려온 슈퍼스타 bgm... 분명 밝은 분위기에 어찌보면 유치한 장면이나 다름없었지만 게임 속에서만 보던 장면이 내 눈앞에서 직접 펼쳐지니 괜시리 눈물이 나기도 했다. 

 

 이제 이 이상의 말은 더 필요없을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슈퍼마리오의 팬이라면, 아니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꼭! 꼭 시간을 내서라도 한 번 보는 것을 강력추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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