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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느레 후기/영화 후기

토르 러브 앤 썬더

by 맥주수염 2022. 7. 13.

개인 경험이 담긴 후기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영화의 티저가 공개됐을 때,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건즈 앤 로지스의 Sweet Child O' Mine을 듣고선 '아. 이번 작품도 전작처럼 끝내주는 영화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공개일이 다가오며 들리는 불안한 소리와 공개 직후 쏟아지는 호불호 평가들에 나 또한 마음 한 켠으로 큰 실망감을 지니고 있었다. 토르 3편과 프리 가이를 거치며 타이카 와이티티 = 꿀잼 영화를 만들 줄 아는 센스 있는 감독 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주었었는데, 아 이번 작품은 영 아니었던가?싶었던 것이다.

 

 특히나 동생이 미리 보고와서 했던 말인 '마치 엔더스 게임을 보는 듯 했다' 는 평가는 나로하여금 당장이라도 예매를 취소하고 탑건 2회차로 달려가고싶게 만들었으나, 그런 욕망을 꾹 참고 용케 영화관으로 나설 수 있었다. 보고싶었던 영화는 그래도 일단 봐보고 판단해야하지 않겠는가.

 

 무수한 불호와 혹평 속에서, 놀랍게도 내게 이 영화는 극호였다.

 토르와 주변 인물들은 물론이요, 서사와 연출까지 내 취향에 쏙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내가 알던대로, 토르는 여전히 유머러스했고 훌륭한 멘탈을 지니고 있었으며 감독의 음악적 센스는 빛을 발했다.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개그는 내게 사람들이 말하던 것처럼 경박스러운 수준까지 다가오지는 않았고, 진지한 고르의 서사를 헤치기보단 토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우러져 영화를 한층 더 맛깔스럽게 만들어줬다. 특히 중간중간 조용히 화면 밖에서부터 등장하는 스톰브레이커의 자태란ㅋㅋ.

 

 고르가 던지는 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제우스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신으로서의 토르 또한 작중 내내 좋은 대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토르 123, 그리고 인피니티워와 엔드게임을 거친 성숙한 모습으로서의 신이 바로 우리의 토르가 아니었던가.

 

 제인 포스터의 존재도 참 좋았다. 솔직하게, 영화 전까지만해도 아 괜히 pc 묻히는게 아닌가, 아무리 원작에서도 쉬토르가 나온다지만 갑자기 묠니르를 들고 토르처럼 행세하다가 토르5부터는 주인공 배역이 제인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버리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게 왠걸, 타이카 와이티티는 그런 내 걱정을 한순간에 지워주었다.

 

 제인이 묠니르를 쥐고 그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은 충분히 납득이 되었고, 작중 '토린이'로서 면모를 꾸준히 보여주면서 그녀가 pc적으로 으스대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갑작스레 토르의 힘을 부여받았다는 걸 표현해주었다. 묠니르로 표현하는 액션신도 끝내주었는데, 중간중간 그녀가 지닌 고뇌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엔딩마저 깔끔하게 그녀를 퇴장시킴으로서 토르의 주인공은 여전히 크리스 햄스워스라는 걸 알려주었으니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고르는 뭐, 크리스찬 베일이 맡았는데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너무 좋았다.

 

 요즘 마블 영화들이 쓸데없이 멀티버스니 뭐니해서 타 작품들을 끌고오며 영화를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만드는데, 정작 제 자신의 무게감이 담겨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그런 점에서도 이번 토르는 참 좋았으니. 오락 영화 본연의 재미를 충실히 살리면서 자신의 수다스러움으로 꽉 차있는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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